'마이웨이' 성우 김기현이 밝힌 #암투병 아내 #어머니 임종 #80세 현역 [종합]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9.11.27 22: 54

성우 겸 배우 김기현이 활력 넘치는 일상과 가족에 대한 넘치는 애정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27일 전파를 탄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는 성우 겸 배우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기현의 이야기가 담겼다. 1970년 MBC 공채 4기로 성우의 길에 들어섰다는 그는 “50년 차다. 당시 동기가 15명이 들어왔는데 아무도 안 남았다. 올해 7월 세상을 떠난 동기 박일까지. 1기 선배들은 있다. 김영옥, 나문희”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70대인 그는 지금도 고정 프로그램이 4개나 된다. 김기현은 “톤이 하나면 안 된다. ‘6시 내고향’, ‘출발 비디오 여행’ 다르게 해야 한다”며 “과거 아이스크림 광고 모델을 처음 했는데 방송 되고 대박이 났다. 한 달 만에 광고상 받았다”고 자랑했다. 

두 딸을 캐나다로 보내고 아내와 살고 있는 집도 공개했다. 그는 “내년에 재건축 들어가서 집이 낡았다. 지금은 아내랑 둘이 산다. 두 딸은 캐나다에 있다. 1996년에 찍은 가족사진이다. 아빠한테 도망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빠한테 억눌리고 싶지 않았나 보다. 내 애들이지만 강하게 키우려고 했다. 큰 딸이 나중에 동생만 예뻐했다고 뭐라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랑스러운 손주 사진을 보며 “100일 때 캐나다에서 서울에 와 사진을 찍었다. 그땐 1년에 두 번씩 캐나다에서 왔다. 이젠 학교 들어가니 못 온다. 아내랑 작은 딸은 캐나다 가서 자주 보고 왔다. 그런데 나는 고정 프로그램 때문에 못 갔다. 일주일 스케줄을 펑크내야 하는데. 그래서 난 못 갔다”고 덧붙였다. 
50년 활동한 덕에 그의 집에는 기념패가 많았다. 김기현은 “기념패가 너무 많아서 많이 버렸다. 제일 오래된 거라 갖고 있다. 1971년 ’왕비열전’ 때 상을 받았다. ‘여인천하’ 때도 인기 엄청 좋았다. 백치수 역할이었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최근 시상식에서 김기현은 대통령 표창을 받고서 “저와 지금까지 함께 해주는 제 아내에게 오늘 밤의 이 열기와 모든 열광을 바치겠다. 여보 사랑해”라는 화끈한 소감을 남겼다. 그는 “옛날 사람이라 사랑한다는 얘기는 잘 못하지만 결혼 후 25년 은혼식 때 ‘나하고 같이 살아줘서 고맙다’고 얘기했다. 실제로도 정말 고맙다. 평생을 같이 살아준다는 건”이라며 사랑꾼 면모를 보였다. 
8살 연하의 아내도 공개했다. 두 사람은 소개로 만나 3개월 만에 바로 결혼했다고. 아내는 “남편을 처음 봤을 땐 얼굴에 기미가 많았다. 그냥 눈에 뭐가 씌였나 보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반면 김기현은 8살 어린 아내를 처음 본 순간부터 첫눈에 반했다고.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가 대장암 판정을 받고 말았다. 김기현은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워낙 힘들어서 숨이 안 쉬어지더라. 대수술을 받았다. 20일 만에 재수술했다. 장 유착이 생겼다. 오죽하면 ‘여보 나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하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옆에 있던 아내는 “암이 다시 폐로 전이 돼 또 재수술했다. 나았다가 다시 아프고 이런 기간이 오래 걸렸다. 남편 혼자 애닳았다. 남편이 고생 많이 했다. 일하랴 병원 왔다 가랴 돈 버느라. 내가 견디는 것도 힘들지만 경제적으로나 옆에 있어주는 게 힘든데 남편에게 정말 고마웠다”며 활짝 웃었다. 김기현은 “견뎌준 것, 그 힘든 걸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다 해줬다. 정말 고마웠다”고 화답했다. 
아내는 “제가 걱정을 안 해도 알아서 건강 관리를 잘한다. 본인 자신을 위해 노력한다”고 칭찬했다. 실제로 김기현은 70대인데도 탄탄한 몸매를 유지했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그는 “내 하루 일과의 큰 주안점이다. 운동을 안 하면 뭘 빠뜨린 것 같다. 거울 보면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더 해도 되겠다 싶더라. 이거 아니면 못 버텼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태어나서 7살 때까지 살았던 충북 옥천군을 형님과 함께 찾아갔다. 김기현은 “6.25 전쟁 때 큰 형님이 돌아가셨다. 아버님은 믿었던 큰아들을 잃고 술에 의지했다. 어머니는 엄청 일을 많이 하셨다”며 가족을 그리워했다. 어머니의 산소를 찾아 정성스레 절을 올리기도. 
김기현은 “바쁜 스케줄 탓에 어머니 임종을 못 지켰다. 그날 촬영이 걸렸다. 저녁 때 서울로 올라가면서 어머니께 다시 오겠다고 했다. 서울 올라가자마자 전화가 왔다. 혼절하셨다고. 대전 다시 내려가는 길에 돌아가셔서 임종을 못 봤다. 병원에서 돌아가신다고 했을 때 택시 타고 세상에서 제일 많이 울었다. 멈추질 않았다. 택시 기사가 위로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사극 전문 배우 서상익이었다. 김기현은 “논산훈련소에서 병장 조교로 있을 때 훈련병 서상익을 만났다. 4주 동안 내가 성우의 길을 갈 수 있는 동기를 주고 갔다”고 설명했다. 서상익은 “목욕탕 목소리라 발성이 좋더라”며 자신의 연극 시나리오 등을 김기현에게 제공, 성우 시험을 보도록 도왔다. 
서상익은 배우 일을 잠시 접고 아내와 한정식 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말 타고 전투신을 찍다가 말에서 떨어져서 많이 다쳤다. 말 트라우마가 생겨서 소문이 났더라. 사극을 안 하니 은퇴 아닌 은퇴가 됐다. 김기현은 이 나이에도 왕성하게 일을 하고 있으니 부럽다”며 미소 지었다. 김기현은 서상익에게 기회가 올 거라며 넘치는 응원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아내와 김장을 했다. 김기현은 아내의 손맛에 찬사를 보냈다. 두 사람을 갓 담근 김치에 수육을 싸서 서로 먹여줬다. 끝으로 김기현은 "내 자신에게 고맙다. 내가 생각해도 잘해왔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잘하자"고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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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생다큐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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