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은 어디로?"..'천문' 허진호 감독의 궁금증→한석규·최민식 완성(종합)[현장의 재구성]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11.27 15: 40

 역사서에 보면 장영실의 천재적인 재주가 정가에 알려져 태종이 그를 발탁했다. 세종 즉위 후 장영실은, 명나라에서 모은 천문관측시설 자료를 바탕으로, 자격루를 만들었다. 세종은 장영실의 능력과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주요 관직에 기용했고, 능력을 인정받은 장영실은 수많은 천문기구를 제작했다. 그러나 그의 지도 아래 만들어진 세종의 가마 안여(安與)가 부서져 장영실은 역모죄로 관직에서 파면, 이후 행적은 사라졌다. 역사책에도 그의 죽음까지의 삶은 기록되지 않았다.
영화 ‘천문’은 20년간 꿈을 공유하며 위대한 업적을 쌓아온 세종과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에 주목한다. 물론 두 사람이 함께 천문학을 연구하고 발전시킨 과정은 역사적 기반을 토대로 풀어나갔다. ‘장영실은 파면된 이후 어디로 갔을까?’라는 호기심을 가진 허진호 감독이 어떤 결말에 도달해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을까. 허 감독의 상상으로 풀어간 ‘팩션 사극’이기에 역사 왜곡 논란이 따를 리 만무하다.
일찍이 연출적 능력을 인정받은 허진호 감독이 상상해서 영화적으로 풀어낸 장영실의 종적, 대학시절부터 선후배의 우정을 쌓아온 배우 최민식과 한석규가 형제 같은 우애를 바탕으로 캐릭터에 녹여낸 서사, 영화의 최종 메시지와도 같은 결말이 어떠할지 벌써부터 시청욕구를 자극한다. 올 연말 ‘머스트-씨’(must see) 영화로 등극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27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한석규, 허진호 감독, 최민식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youngrae@osen.co.kr

27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앞서 설명한 대로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대왕(한석규 분)과 장영실(최민식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는 장영실 역을 맡은 최민식, 세종대왕을 연기한 한석규과 함께 각본 및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7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최민식, 한석규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youngrae@osen.co.kr
특히나 한석규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2011) 이후 다시 한 번 대왕세종 역을 맡아 남다른 기대감을 형성했다. 드라마 속 이도의 모습과 어떻게 다르고, 어느 지점에 중점을 두었을지 궁금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먼저 허진호 감독은 한국영화계를 이끌어온 ‘대배우’ 최민식과 한석규를 동시에 캐스팅하게 된 과정을 전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두 분께 동시에 드렸고 다 같이 만났다. 예전부터 저는 두 분과 동시에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라며 “한석규와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오랜만에 한 영화다. 그간 주변에서 ‘왜 또 같이 안 하느냐’고 물으시더라. 또 최민식과도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셋이 동시에 만나서 캐스팅이 쉽지 않았나 싶다. 첫 날 만나서 한 6~7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라고 캐스팅 과정을 전했다.
최민식과 한석규는 허진호 감독에 대한 신뢰감과 재미있는 시나리오에 마음이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고. 이날 두 사람은 “처음 대본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최민식은 “사실 이 작품에 임하기 전에는 그렇게까지 장영실의 업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 남들이 아는 만큼 실력 있는 과학자로 여겼다. 근데 대본을 보고 출연을 결정하면서 한층 더 높은 관심이 생겼다. 촬영하면서는 말할 것도 없다”고 전했다.
허 감독은 두 배우와의 작업 과정을 떠올리며 “두 분이 만났는데, 원래 감독이란 배우들의 연기가 길어지면 커트하고 잡아가는데 두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제가 잠시 감독임을 잊고 취해서 본 일이 많았다”라며 “워낙 호흡이 좋았던 것인데 어떤 날은 두 분이 사전에 저한테 말도 없이 (대본에 없던 연기)호흡을 맞추고 나타나셨다.(웃음) 그래서 전 두 분의 연기에 빠져서 넋 놓고 화면을 보고 있는 일이 많았다”라고 두 배우의 명연기를 극찬했다.
27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최민식, 한석규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youngrae@osen.co.kr
허진호 감독은 “아시다시피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라는 큰 업적을 남겼지만 장영실과 천문 사업을 하기도 했다. ‘역법’이라고도 하는데, 그 학문은 중국의 천자관과는 다른 것이어서 그 나라에서도 연구를 하면 역모죄로 처벌을 받았다. 근데 두 천재(장영실과 세종)가 같이 조선에서 만든 거다. 별자리로 위도와 경도를 재서 우리의 시간이 기준 시간보다 얼마나 더 빠른지 측정하는 거다. 이건 백성들의 농업에 중요한 일이었다. 이들이 놀라운 업적을 쌓았다”라고 두 인물에 대한 설명을 보탰다. ‘역법’은 천체의 주기적 운행을 시간 단위로 구분하는 계산법이다.
세종의 가마 안여를 허술하게 만들었다는 장영실은 태형이 확정되어 형벌 후 파직됐다. 그리고 이후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장영실이 그 뒤로 어떻게 살았다는 이야기조차 전해지지 않아서 그가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천문’은 장영실이 관직을 떠난 이후의 삶, 사라진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허 감독은 “세종은 자신이 쓴 신하를 버린 일이 없다고 한다. 아무리 그 신하가 잘못을 해도 끝까지 지킨 사람”이라며 “역사에서 사라진 장영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두가 궁금해 하지 않나.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상해본 게 이 영화의 시작이다”라고 밝혔다.
‘천문:하늘에 묻는다’가 기대되는 이유는 한국 영화계를 이끈 레전드 최민식과 한석규가 재회했다는 점이다. 영화 ‘쉬리’(감독 강제규) 이후 20년 만인데,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서로 다른 개성과 경험치를 축적해온 두 사람이 ‘천문’에서 어떤 얼굴로 마주했을지 기대를 모은다.
허진호 감독은 “두 배우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감독으로서 행복했다”며 “관객들이 정말 기대해도 좋을 만한 연기를 보여주셨다”고 귀띔했다. 12월 개봉./ watch@osen.co.kr 
27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최민식, 한석규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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