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악몽 극복' 박건우, 1년 전과는 달랐던 '눈물의 의미' [KS 현장]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9.10.24 06: 21

“(박)건우가 언젠가는 해낼 줄 알았네요.”
박건우(두산)에게 가을은 ‘악몽’이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4푼2리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더욱 잔인했던 것은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뒤지고 있던 6차전에서 4-5로 지고 있고 있던 연장 13회말 2사에 타석에 들어선 박건우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시리즈 마지막 아웃카운트였다. 
박건우는 타석에서 고개를 떨군 채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의 ‘조연’이 됐다. 자신 때문에 졌다는 마음의 짐이 담긴 눈물이 흘렀다.

2차전 MVP 두산 박건우가 인터뷰를 하며 울먹이고 있다. /jpnews@osen.co.kr

1년 후 두산은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박건우로서도 다시 한 번 한국시리즈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낼 무대가 마련됐다.
쉽지 않았다. 1차전에서 5차례 타석에 들어선 박건우는 상대 수비 실책으로 두 번 나갔을 뿐, 제대로 된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그나마의 위안거리였다면 9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 실책으로 출루해 팀의 끝내기 득점 주인공이 됐다는 것과 수비에서 연달아 호수비를 펼쳤다는 것이다.
2차전에서도 박건우의 방망이는 무뎠다. 첫 세 타석 모두 뜬공으로 물러났다. 계속된 한국시리즈에서의 부진에 박건우의 ‘가을야구 부채감’도 점점 쌓여갔다.
침묵했던 박건우의 방망이는 팀에 가장 필요한 순간 터져줬다. 2-5로 지고 있던 8회말 1사 후에 키움 김상수를 상대로 중전 안타로 나갔다. 이후 정수빈의 볼넷과 페르난데스 타석에서 나온 실책으로 득점까지 성공했다.
9회말 두산은 마침내 5-5 동점을 만들었다. 1사 주자 1루. 박건우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상대 폭투로 주자 2루가 됐고, 박건우가 끝낼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 박건우는 한현희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쳤고, 2루에 있던 류지혁이 홈으로 들어왔다. 두산이 2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를 거둔 순간이었다.
동료들과 끝내기 세리머니를 한 박건우는 다시 한 번 눈물을 훔쳤다. 1년 전과는 다른,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씻어낸 눈물이었다.
박건우는 경기를 마친 뒤 “울지 않았다. 세수한 것”이라고 머쓱해 하면서 “감독님, 코치님이 저를 믿어주셨는데 안 좋은 소리 듣는게 너무 미안했다. 많이 힘들었던 것이 감정이 올라온 것 같다. 우승한 것도 아닌데 울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에 내가 많이 부진했고 우승에도 실패했다. 그런 것이 생각나서 감정이 북받친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건우는 “나도 이렇게 답답한데 팀원들은 얼마나 답답했겠나. 상위타선에서 못하고 있는데도 형들이 와서 격려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그동안 표현을 잘 못했는데 마음속에서는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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