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감 100%"..'82년생 김지영' 회사 그만두고 딸 키우는 엄마 이야기[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10.23 11: 07

 홍보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딸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로 한 엄마 김지영(정유미 분). 그녀는 명절을 맞이해 남편 정대현(공유 분)과 내려간 시댁에서, 그것도 시부모님 앞에서 친정엄마(김미경 분)에 빙의된 듯한 모습을 보여 모두를 놀라게 한다.(*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정대현은 아내의 이 같은 증상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신과 의사에게만 털어놓았을 뿐 가족 중 그 어느 누구에게도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명절 스트레스로 지친 김지영이 또 한 번 해리성 장애를 보여준 것이다. 물론 그녀는 부분적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증상을 자각하지 못한다. 마치 귀신이 들린 것 같은 빙의 증상은 집안일과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강렬할 때 찾아온다.
아내에 대한 배려심이 깊은 마음 착한 남편 정대현이 그나마 김지영에게 숨구멍이 되어주지만, 그렇게 좋은 남편도 아내의 마음 속 깊숙이 박힌 고민과 걱정까지 속속들이 알지는 못한다. 

영화 포스터

영화 스틸사진
아내에게 잘하는 남편 정대현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만나볼 수 있는 이상적인 남편상이므로 흔히 말하는 ‘판타지적인 인물'은 아니다. 영화는 그렇게 이해심 많은 남편도 결혼 전에는 커리어 우먼이었다가 출산 후 사회와 단절돼 가사 노동에만 시달리면 느끼게 되는 아내의 고충을 100%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김지영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빨래, 청소, 설거지 등 아이 때문에 미처 마치지 못한 집안일을 하나씩 소화하는 게 하루 일과이다. 어느 날 김지영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나가 공원을 산책하고 근처 카페에 갔다가 자신을 ‘맘충’이라고 부르는 회사원들과 마주한다.
‘82년생 김지영’은 시간순으로 김지영의 성장과정을 그리는 대신, 책 속 인상 깊은 서사를 가져와 곳곳에 인상적으로 배치했다. 영화는 책과 달리 출산과 육아에 집중하는 30대 여성의 일상에 초점을 맞춰 가정주부의 힘듦과 외로움, 속상한 마음을 담았다. 
영화 스틸사진
김지영이 세탁기 앞에서 혹은 깨끗하게 빨아 예쁘게 개킨 옷을 보며 느끼는 표정을 담은 장면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섬세하다. 영화는 김지영 개인의 경험이 아닌 모두가 알고 느꼈을 법한 공동의 체험으로 연결한다. 여성 감독만의 미세한 연출력을 느낄 수 있다.  
캐릭터 김지영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의 일상 연기가 돋보인다. 그녀의 말투와 눈빛, 작은 행동들이 모여서 작품 전체의 메시지에 힘을 부여한다. 단편 영화 ‘자유연기’(2018) ‘낫씽’(2014) ‘가정방문’(2012) 등을 연출한 김도영 감독의 첫 상업 장편 영화이다. 
‘82년생 김지영’은 개봉일인 23일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예매율 51.2%(영진위 제공)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 watc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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