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전 지켜본 최영일 단장, "전쟁 치르는 것 같았다" [일문일답]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9.10.17 02: 22

29년 만의 평양 원정 경기를 마친 축구대표팀이 입국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은 지난 15일 오후 평양 김일성경기장서 열린 북한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서 0-0으로 비겼다. 한국(2승 1무)은 이날 무승부로 2위 북한(이상 승점 7)과 승점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서 7골 앞서 조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벤투호는 깜깜이 중계와 무관중으로 펼쳐진 사상 초유의 경기에 진땀을 뺐다. 북한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남측 응원단과 취재진의 방북을 불허했다. TV 생중계도, 외신 기자도 허용하지 않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최영일 단장은 입국 인터뷰서 “전쟁 치르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축구를 보면서 그렇게 고함 지르는 건 처음 본다. 북한 선수들의 지지 않으려는 눈빛이 살아 있었다"며 "많이 거칠었다. 팔꿈치, 손 등을 썼다. 공중볼 경합 땐 무릎이 들어왔다. 선수들이 부상 없이 잘 끝내고 승점 1을 딴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일문일답.
-경기 외적인 변수가 많았는데.
▲선수들과 지원 스태프들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원정이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이 잘 싸워 축구인으로서 후배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이기러 갔지만 무승부 자체만으로도 만족한다.
-얼마나 거칠었나.
▲전쟁 치르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축구를 보면서 그렇게 고함 지르는 건 처음 본다. 북한 선수들의 지지 않으려는 눈빛이 살아 있더라. 우린 정상적으로 기술적인 축구를 하려고 했고 북한은 정신적으로 무장된 축구를 하려고 해서 경기가 거칠어졌다. 선수들이 부상 없이 잘 끝내고 승점 1을 딴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무관중 경기는.
▲사실 많이 놀랐다. 경기 1시간 30분 전에 갔다. 문이 열리면 5만 관중이 들어오겠구나 계속 생각했다. 근데 끝까지 문이 안 열려서 많이 놀랐다. 선수들도 감독도 많이 놀랐다. 북한 측에 무관중 경기를 왜 했냐고 문의했지만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호텔서 얼마나 통제됐는지.
▲인터넷 자체를 아예 하지 못했다. 협회 문 밖으로 못 나가게 했다. 외부인도 출입 금지였다. 호텔엔 거의 선수단만 있었다.
-거친 경기를 예상했는데.
▲많이 거칠었다. 팔꿈치, 손 등을 썼다. 공중볼 경합 땐 무릎이 들어왔다.
-협회서 이의제기를 할 것인지.
▲규정을 보고 회의를 해야 한다. 오전부터 계속 이동을 해서 선수단과 스태프 모두 많이 피곤한 상태다.
-정몽규 회장이 북한 측과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VVIP가 들어가는 곳이 중앙이어야 하는데 우리 자리만 측면으로 배치해놨다. 깊은 얘기를 많이 안 나누시는 듯했다.
-선수들이 잠을 못 잤다고 들었는데.
▲잠은 나도 못 잤다. 
-무관중 경기였는데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왔던데.
▲한쪽 라인에 외국인들이 20명 정도 와 있었다.
-최종예선 때 북한을 또 만날 수 있는데.
▲그 때는 혼내줘야죠. 기량은 우리가 낫다. 기술적으로 축구적으로 우리가 더 낫다. 잘할 수 있다.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준 게 고무적이다. 우리도 최선을 다해 지원했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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