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은 없고 北만 있는 벤투호 기자 회견... 화합의 장은 없었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9.10.15 05: 21

스포츠 외교를 통한 화합의 장. 우리가 꿈꾸는 장면은 없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4일 오후 5시 30분 북한 평양 김일성월드컵경기장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3차전 북한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과 북한은 앞선 2경기서 2승을 거두며 승점서는 동률이나 골 득실(한국 +10, 북한 +3)서 순위가 갈린 상태다. 벤투호 입장서는 험난한 북한 원정서도 승리하면 조기에 1위를 확정지을 수 있다.

이번 평양 원정은 준비 과정 내내 순탄치 않았다. 북한이 한국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대신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통보하는 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1990년 비공식 친선전 이후 29년 만에 한국과 북한의 남자 축구의 평양 개최를 확정한 이후에도 진통은 이어졌다. 북한은 한국 취재진과 응원단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았다.
팬들을 위한 방송 중계 역시 쉽지 않았다. 북한이 계속 협상에 응하지 않으며 경기 직전이 되어서야 생중계 협상이 좌절된 상태다.
북한이 육로나 직항마저 불허하며 벤투호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벤투호는 지난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해야만 했다.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은 벤투호는 다음 날 14일 CA121편을 타고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에 도착하며 이중고를 겪어야만 했다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통해 힘겹게 결전지에 입성한 벤투호는 입국 절차를 마무리한 다음 경기장으로 이동해서 기자 회견과 공식 훈련을 진행했다. 
준비 과정 내내 비상식으로 가득 찼던 이번 경기지만, 천만다행히도 FIFA와 AFC의 규정대로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은 개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대표해서 벤투 감독과 '맏형' 이용이 참석했다. 그러나 앞서 북한이 한국 취재단의 방북을 끝내 불허하면서 기자 회견에 참석한 사람은 오직 북한 현지 기자 5명이 전부였다.
벤투호 선수들은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1시간가량의 팀 훈련을 소화한 이후 숙소인 고려 호텔로 복귀해 여독을 다스린 것으로 알려졌다.
몇십년 만에 평양에서 열리는 한국과 북한의 경기다 보니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여러 나라의 매체들이 한국과 북한의 경기의 진행 과정을 주시하며 깊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세간의 시선이 몰린 스포츠 이벤트에서 터진 북한의 침묵과 고립은 더 큰 아쉬움만 주고 있다.
한국과 북한은 2012년 이후 지속적인 스포츠 외교를 통한 교류 확대를 가져왔다. 그 과정서 많은 진통은 있었으나, 여러 스포츠 이벤트가 남북이 가질 수 있는 화합의 장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마침내 29년만의 평양서 열릴 남북 축구 경기는 오직 북측만 있고 남측은 없는 기형적인 형태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꿈꾸던 화합의 장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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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F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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