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의 '버티고'"..30대 비정규직 여성 공감표 얻을까(종합)[현장의 재구성]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10.11 19: 11

"캐릭터를 연기할 때 동물에 비유할 때가 많은데 서영이는 마치 수족관에 갇혀 있는 돌고래 같았다."
배우 천우희가 11일 오후 서울 이촌동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 제작 영화사도로시·로렐필름)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자신이 맡은 주인공 여성 캐릭터 서영에 대해 이 같이 비유했다.
서영은 한 IT기업에서 비정규직 디자이너로 일하는 30대 여성. 재계약 기간이 당장 눈앞에 닥치면 연장에 실패하진 않을지 노심초사 하는 인물이다. 버티기 힘든 어지러움증은 그녀의 일상을 한층 더 힘들게 만든다.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렸다.  배우 천우희가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천우희는 이날 “작년에 이 영화 '버티고'를 찍었는데 올해는 우연치않게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30대 여성을 맡았다"라며 "연기하기 어려웠다기보다 제 또래 인물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가깝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최근 종영한 '멜로가 체질'에서 천우희는 작가 진주 역을 맡아 배우 안재홍과 멜로 연기를 펼쳤다.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렸다.  배우 유태오, 천우희, 정재광이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전계수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새 영화 '버티고'는 고층 건물의 사무실 안에서 추락의 공포를 느끼는 여자와 도시의 빌딩 숲을 스파이더맨처럼 외줄에 의지한 채 유영하는 로프공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다가, 마천루 꼭대기에서 서로를 마주하는 멜로 영화. 영화 '싱글즈'(2003)의 연출부로 출발해 코믹 멜로 '러브픽션'(2012)의 각본 및 연출을 맡았던 전계수 감독의 7년 만의 복귀작이다.
이번에도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는데, 그가 과거에 썼던 시 '널빤지 위의 사랑'을 모티프 삼아 일상에서 절망과 고통을 느끼는 30대 회사원을 주인공으로 채택했다.
이에 전 감독은 "회사원으로서 제가 느꼈던 감정을 서영이에게 담았는데,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꾼 이유는, 남성으로 가면 객관성을 잃을 것 같아서였다. 전 제 마음을 잘 알지 않나"라며 "서영이의 시선을 따라 섬세하게 담았다. 그녀와 같은 나이 또래인 30대 여성들의 마음이 어떤지 궁금했고, 표현하고 싶었다. 주인공을 여성으로 해야 좀 더 보편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가 직장 생활을 했을 때 봤던 상사, 동료들의 모습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렸다.  배우 천우희가 간담회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jpnews@osen.co.kr
그러면서 전계수 감독은 "그렇다고 해서 여성성과 남성성을 대비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성장했고 여자 캐릭터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작품도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에선 회사의 질서가 가부장적이고 남성적이라고 봤다. 그 안에서 정직원도 아니고 계약직으로 살아가는 여성이 느끼는, 사방에 포위된 것 같은, 감정을 남성과 대비할 때 조금은 극적이라도 드러나지 않을까 싶었다"고 연출 방향을 전했다.
전 감독이 생각한 고층 유리건물은 선후배의 위계질서, 즉 수직적 관계의 프레임을 담은 모습이다. "발전된 문명을 따라가려는 사람들의 지침, 열패감을 담고 싶었다. 고층 건물을 부유하는 삶이 주는 애잔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직장인의 경험을 담아 인물을 표현했다는 의미.
'버티고'는 IT 회사에서 비정규적 디자이너로 일하는 서영이 상사 진수와 비밀 연애를 하지만, 알게 모르게 소문이 나고 정규직인 남성 상사에게 괄시를 받으면서 느끼는 굴욕적인 순간을 담았다. 한편 고층 건물 밖에 매달려 서영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로프공 관우가 그녀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는데, 두 사람이 마주한 마지막 장면은 아찔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져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한다.
영화 '버티고' 언론시사회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렸다.  배우 천우희가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로프공 관우 역은 신인배우 정재광이 맡았으며, 영화 '레토'(2018)를 통해 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배우 유태오는 서영의 비밀스런 남자친구 진수를 연기했다.
천우희는 "('멜로가 체질'과 '버티고')두 작품 모두 극적이고 판타지가 있지만 제가 현실에서 느꼈던 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나 '버티고'에서는 극한의 감정으로 치닫는 서영의 내면을 쌓아가려고 했다. 촬영할 때는 앞뒤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신경썼다"고 캐릭터를 해석하고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이어 천우희는 "'버티고'가 서영이의 이야기이지만 그녀가 형성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봤다"며 "연인이든 사회생활이든, 시간이 흐르면서 그 관계의 줄이 끊어지나 아무런 관계 없던 누군가에 의해, 천사 같은 로프공에게 구원받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웃음) 제가 지금껏 연기했던 캐릭터는 에너지를 발산했는데, 서영을 연기하면서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천우희는 "제가 느낀 것과 감독님이 시나리오에 설정해놓은 것들을 최대한 현실적인 감정에 맞춰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10월 17일 개봉. 러닝타임 114분./ watc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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