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넬 “결성 20년간 탈퇴멤버無? 한때 많이 싸워..이제 집 빼고 다 공유”[인터뷰②]
OSEN 김은애 기자
발행 2019.10.10 08: 30

넬(김종완, 이재경, 이정훈, 정재원)은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국내 대표 모던록 밴드다.  ‘기억을 걷는 시간’ ‘Stay’ 등의 대표곡은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새 앨범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도 많다.
이에 힘입어 넬은 10일 여덟번째 정규앨범 '컬러스 인 블랙(COLORS IN BLACK)’으로 돌아오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은 올해 결성 20주년을 기념한다는 점에서도 뜻깊다.
넬은 지금까지 한 번도 멤버를 교체하거나 활동을 중단한 적이 없었던 바.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네 사람은 서로를 이해해주며 소속사 스페이스보헤미안까지 함께 이끌어오고 있다.

이처럼 넬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며 끈끈한 팀워크를 뽐냈다. 더욱이 올해 네 사람이 떨어진 날을 합치면 한달도 안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다음은 넬과 일문일답.
Q. 이번 앨범에는 9곡이 담겼다. 
김종완 : 처음에 23곡, 2CD를 생각했다. 그러다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하고 13곡으로 줄였다. 겹치는 곡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겹치는 곡들을 통해 음반의 색깔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담고자 하는 의미 자체가 검정 안에 다른 색깔을 넣고 싶었다. 차라리 겹치는 곡을 빼자 싶어 빼다보니 9곡이 됐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만족스럽다.
Q. 빠진 곡들은 들을 수 없는 것인가?
김종완 : 요즘 음원시장의 장점은 싱글을 부담없이 낼 수 있지 않나. 빠진 곡들은 이미 작업이 된 상태니까 내년에 싱글로도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
Q.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탈퇴 멤버도 없고 팀워크가 좋은 것 같다.
이재경 : 밴드가 결성된 것은 1999년, 앨범은 2001년에 발매했으니까 연차 계산이 애매하다.(웃음) 우리는 하루하루에 충실하다. 보시는 분들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이정훈 : 팀워크는 확실히 4년 전보다 3년 전이 좋다. 항상 잘맞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같다. 성격도 다르다. 하지만 우리 네명이 앞으로 잘해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Q. 위기도 있었을텐데?
김종완 : 팀을 결성하고 3,4년 정도 됐을 때는 많이 싸우기도 했다. 그때는 그만두자라는 말도 했다. 그러다 우리끼리 정리가 됐다. 어차피 둘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불만을 하던가 말던가, 팀을 나가던가 말던가. 그런 점에서 우리가 타협을 하면서 해결했다. 
이재경 : 우리는 트러블보다 음악에 집중한다. 좋은 것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정재원 : 서로 직설적으로 말하지만 이해하려고 한다. 
김종완 : 멤버들끼리 뒷담화를 하면서 푸는 것 같다.(웃음) 예산적으로 종종 의견을 부딪히긴 한다. 하지만 예산을 줄이려고 하면 음악에 열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그래서 큰 문제는 없다.
Q. 음악적으로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김종완 : 예전에는 분노가 많았다. 어떤 상황이나 감정적으로 일이 일어났을 때 화가 났다. 이전의 음악을 들으면 치기 어린 느낌이 들더라. 그러다 ‘SLIP AWAY’를 기점으로 ‘일어나는 일은 일어나는구나, 내가 어떻게 한다고해서 바뀌는 것이 없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씁쓸하긴 하지만 이제 싸울 에너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20대는 분노였다면 30대는 공허한 느낌이다. 허탈한 기분이다. 어떤 일을 해도 똑같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끝은 똑같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Q. 이번 앨범에서도 그 영향을 받았을까?
김종완 : 이번 앨범의 대부분 내용은 ‘그냥 이렇게 되버렸다’ 이런 식이 많다. 제 음악이 더 슬퍼졌다, 우울해졌다기 보다는 달라졌다가 맞는 것 같다. 저의 관점이 바뀐 것 같다.
Q. 왜 과거에 분노가 많았는가?
김종완 : 20대 때는 모든 게 화가 났다. 어떤 면에서는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겉으로 보자면 말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안좋은 것도 있었다. 이사를 많이 다니며 혼란을 겪었다. 한국에 갓 왔을 때는 문화적인 충돌도 있었다. 일정부분에 항상 화가 나있었다.
그러다 30대가 되면서 무언가를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팀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면 화를 안내는 것 같다. 요즘에는 오히려 화를 안내지 않나 싶다.(웃음)
이재경 : 우리 역시 함께 화를 내고 있었다. 
정재원 : 같이 술을 많이 먹었다.(웃음)
김종완 : 굉장히 고맙다.
Q. 넬이 생각하는 밴드란?
김종완 : 밴드라는 것은 음악적 테크닉, 실력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만들 때는 음악적 요소가 많이 적용한다. 하지만 밴드는 한명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있거나 슬럼프를 겪을 때, 다른 멤버들이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적으로 그것이 음악만큼이나 밴드에서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음악만 같이 하자’라는 밴드가 있기야 있겠지만, 오래 갈 수 있을까 싶다. 밴드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집 빼고 다 공유한다. 쉴 때도 같이 쉬고, 술도 같이 마신다.(웃음)
/misskim321@osen.co.kr
[사진] 스페이스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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