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이라는 간절한 느티나무 [장우영의 단짠단짠]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19.10.08 16: 19

전 남자 친구와 관련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벌써 2년 전이다. ‘갓정민’으로 불렸던 김정민의 앞에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붙었고, 대중은 아직도 색안경을 끼고 있다. 그의 눈물과 진심은 모른 척하고, 그저 색안경을 끼고 김정민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김정민은 대중들의 색안경을 조금이라도 옅어지게 하기 위해 조심스러우면서도 천천히 다가서고 있다.
2003년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한 김정민은 시작은 ‘배우’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방송인’, ‘예능인’으로서의 모습을 더 자주 보여줬다. 예쁘장한 얼굴과 군살 없는 몸매로 ‘여신 자태’를 뽐내는데, 입을 열면 김구라 못지 않은 독설이 튀어 나와 ‘4차원 캐릭터’였다. 여성 방송인으로서는 독특한 캐릭터였던 만큼 김정민은 러브콜을 받았고, 늘 자신의 몫 이상은 톡톡히 해줬기에 주가는 치솟았다.
당돌하고, 깐깐하고, 새침한 캐릭터로 사랑 받았지만 이는 김정민의 실제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설정, 캐릭터를 잡고 방송을 한다는 점에서 거리감이 있었고, 김정민의 고민도 깊어졌다.

이때 김정민은 방송에서 '진짜 김정민'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바로 ‘백치미’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의 프로그램에서 김정민은 ‘백치미’를 보여줬는데, 단순히 ‘백치미’가 아닌 ‘허당끼’까지 보여주면서 그의 이름 앞에는 ‘갓’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실제 자신의 모습을 방송에서 보여줘도 대중이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봐주고 재밌게 봐준다는 걸 알게 된만큼 김정민의 활동은 날개를 달았다. 이런 매력 뿐만 아니라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뷰티 쪽에서도 활약하며 김정민은 더 편안하고 재밌게 방송에 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 전 남자 친구와 관련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약 1년 이상 소송이 진행되고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가면서 김정민은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분쟁은 마무리됐지만 김정민 앞에는 불명예스러운 단어들이 붙었다. 법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건 아니지만 그런 일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대중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다. 무엇보다 아쉬운건 김정민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더 재밌고 편해진 시점에서 방송을 쉬게 되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점이다.
‘자숙의 시간’은 참 애매하다. 확실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대중의 용서’가 잣대가 되는데 그 용서라는 것도 기준이 애매한 만큼 연예인들은 복귀 시기를 두고 신중하게 고민한다.
김정민도 고민했다. 정확히는 복귀를 할까 말까의 고민이 아니라 방송에 대한 갈증이나 간절함이 더 컸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연애의 맛’ 등을 통해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다행히 김정민을 반가워해주고, 그동안 고생했다는 반응이 이어지면서 김정민은 활동 기지개를 펼 수 있었다.
김정민은 조금씩 활동을 넓히고 있다. 해외 뷰티 방송 촬영도 했고, 웹예능 ‘쏘리맘’, 중화TV ‘위클리 차이나우’ MC를 맡았다. 최근에는 SBS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에 출연해 김수미와 그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대중들과 더 가깝게 소통하려고 준비 중이다.
최근 여성 방송인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가운데 김정민의 복귀가 반가운 이유다. 이영자, 박나래, 김숙, 송은이 등이 활약하고 있지만 이미지 소비와 피로도는 무시할 수 없다. 새로운 얼굴이 필요한 가운데 여러 후보들이 ‘군웅할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춘추전국시대에서 살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무기가 필요한 법. 김정민은 백치미와 허당끼라는 확실한 자신의 무기가 있다. 여기에 방송에 복귀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은 김정민을 더 강하게 하는 ‘버프(온라인 게임 등에서 캐릭터의 기본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증가시켜주는 효과)’다.
그리고 사람이 더 깊어졌다.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명상 등을 통해 자신을 수련한 결과다. ‘밥은 먹고 다니냐’에서 보여준 속 깊은 모습과 눈물은 대중들을 울컥하게 하고, 뭉클하게 했다. 대중들은 그런 김정민을 보고 2년 전 그가 활약하던 때를 떠올리며 복귀를 응원하고 있다.
김정민은 느티나무와 같다. 질기고 단단하고 고급스러워 테이블, 도마 등에 많이 쓰이는 느티나무지만 일반적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뿐이다. 흔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고 있는게 바로 김정민과 느티나무의 공통점이다. ‘백치미’, ‘허당끼’를 가진 스타들은 많지만 김정민 특유의 건강한 매력과 분위기, 경험과 깊이가 더해진 이는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정민은 간절하다. 하지만 자신이 간절한 만큼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간절히 기다려달라는 건 욕심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김정민은 빠르지 않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활동을 이어가며 대중들이 색안경을 벗고 문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문은 조금씩 열리고 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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