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보다 더 惡하다고?"..'타인은' 이중옥이 완성한 불쾌甲 (종합)[Oh!커피 한 잔]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9.10.08 16: 45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이춘재가 현실 사회를 경악하게 만들었다면 최근 안방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만든 건 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극본 정이도, 연출 이창희, 총10부작) 속 홍남복 역의 배우 이중옥이다. 
지난 6일 종영한 ‘타인은 지옥이다’는 상경한 청년 윤종우(임시완 분)가 서울의 낯선 고시원 생활 속에서 타인이 만들어낸 지옥을 경험하는 미스터리 이야기를 담았다. 그가 머문 에덴고시원에는 불쾌하기 짝이없는 인물들이 윤종우를 반겼는데 첫 만남 때부터 그가 가장 불쾌해했던 인물이 바로 홍남복이었다. 
313호에 머물며 윤종우의 짜증 지수를 한껏 높였던 홍남복. 정돈되지 않은 바가지 머리, 늘어난 러닝셔츠 비주얼은 초라했고 그의 바짓단 안에는 전자발찌까지 채워져 있었다. 장기밀매에 성범죄까지 저지른데다 에덴고시원에서 서문조(이동욱 분), 변득종-변득수(박종환 분), 엄복순(이정은 분)과 함께 살인까지 일삼았던 최악의 캐릭터다. 

8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종영 인터뷰 차 취재진을 만난 이중옥은 “10부작으로 ‘타인은 지옥이다’가 끝나서 시원섭섭하고 아쉽다. 4달 이상 길게 촬영한 작품이 처음인데 끊어버리기 쉽지 않다. 촬영도 너무 재밌었다. 다들 웃고 떠들고 모여 있는 걸 반복하다가 감독님이 ‘액션’ 하면 돌변했다. 다들 연기 잘하는 분들이라 순간 몰입하면서 또 바로 빠져나오더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중옥이 맡은 홍남복 캐릭터는 결코 연기하기 쉬운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전자발찌 찬 분들 직접 만나지는 못하니 관련 자료와 기사, 영상 등을 찾아봤다. 전자발찌를 충전해야 해서 가만히 누워 있는 것도 기사에서 참고한 신이다. 무엇보다 성범죄자로서 그런 상상을 실제로 계속하면서 생각하고 연기를 해야 하니 촬영을 마치고 일주일간 다운돼 있고 기분이 이상했다”고 털어놨다. 
앞서 열린 종영 인터뷰에서 윤종우를 연기했던 임시완은 호흡을 맞추며 가장 기분 나빴던 캐릭터로 홍남복을 꼽았다. 이는 이중옥이 그만큼 대단한 연기를 했다는 의미. 이중옥은 “홍남복이 윤종우에게 뭘 직접적으로 한 건 없지만 바라보는 시선들이 불쾌했을 것 같다. 말이 없을 때 상대를 더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는 거니까. 칭찬이라고 생각해서 한편으로는 그 발언이 고마웠다”며 미소 지었다.
마지막 회에서 고시원의 살인마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였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서문조를 윤종우고 살해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알고 보니 윤종우가 고시원 사람들을 다 죽이라는 서문조의 말에 세뇌돼 모두를 살해한 것. 이러한 스토리 전개로 ‘타인은 지옥이다’는 낮은 시청률에 비해 매회 높은 화제성을 따냈다. 반면 보기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중옥은 “불편한 드라마라는 지적 공감한다. 다들 정상적인 인물이 없지 않나. 어디서 이런 배우들을 모아놨을까, 진짜 범죄자들을 모아놓은 것 같다는 얘기도 들었다. 시청률이 조금 아쉽긴한데 실시간 반응과 화제성은 대단했다더라. 본방송을 보는 것보다 다시보기나 클립 영상을 보는 젊은분들이 많았다. 시청률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일부 시청자들은 ‘타인은 지옥이다’가 너무 잔인하고 불쾌했다고 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길 수 있다. 정이도 작가는 “‘타인은 정말로 지옥인가’라는 부제 속 이스터 에그처럼, 드라마에서 구현된 지옥 같은 타인의 현실을 통해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지켜야 할 가치들, 무엇이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고, 세상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는 메시지를 꺼낸 바 있다. 
이중옥 역시 마찬가지. 그는 “드라마 보시고 너무 자극적인 거나 보여지는 것만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더라.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세상을 그리고 싶었다. 고시원 칸막이들이 우리 사는 세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얇은 합판 벽을 치면 깨지는데 소통 안 하고 각자 사는 고시원 생활이 우리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오해하고 와전되지 않았으면”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에는 홍남복 못지않은 연쇄살인마들이 넘쳐난다. “그래도 살인, 성범죄에 장기밀매까지 저지른 홍남복이 이춘재보다 더 악인 같다”는 말에 이중옥은 “이보다 더 악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을까 싶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악역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 악역이 저한테 맞는 것 같다. 정상적인 역할보다 나은 듯하다. 악역만 들어오는 것에 고민 많았는데 그러면 또 어떤가 싶다. 이젠 작품 제안이 들어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활짝 웃었다. 
이중옥은 연극 무대에서 쌓은 경험과 연기로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어느새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이다. 이중옥은 “배우로서 연극했을 때 힘들었다고 하고 싶진 않은데 그래도 요즘은 앞이 보이니까 버텨서 연기 하길 잘했다 싶다. 힘들 때 아내가 다 지켜봐 줬으니 스스로나 아내에게 버텨서 잘했다, 고생했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고 뭉클한 속내를 털어놨다. 
/comet568@osen.co.kr
[사진] 지킴엔터테인먼트, OCN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