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일용 PD "예능의 끝은 다큐? 자연스러운걸 추구하고 싶어요"(인터뷰②)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19.10.19 10: 20

예능 프로그램의 가장 큰 덕목은 무엇일까.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웃음’이다. 그 웃음으로 가는 방향은 여럿이다.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웃음의 높낮이가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자극적인 소재로 일명 ‘큰 웃음’을 주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큰 웃음’보다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웃음, 힐링 감성을 가미한 프로그램이 각광 받고 있다. ‘예능의 끝은 다큐’라는 말이 있듯이, 점점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는 예능 추세다.
이런 흐름을 따라 최근 예능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건 나영석 PD와 김태호 PD다. ‘1박2일’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나영석 PD는 tvN 이적 후 ‘삼시세끼’, ‘꽃보다 청춘’, ‘신서유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뒤 ‘놀면 뭐하니?’. ‘같이 펀딩’ 등 메시지를 담은 예능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메시지를 선사하고 있다. 나영석 PD와 김태호 PD가 예능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 주자들도 힘을 내고 있다.
유일용 PD는 그 후발 주자들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며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 ‘불후의 명곡’, ‘1박2일’ 등을 연출하며 이름을 알린 유일용 PD는 올해 초 스페이스 래빗으로 이적한 후 ‘자연스럽게’, ‘연애 못하는 남자’, ‘바다가 들린다’ 등 3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힐링 감성을 담은 ‘자연스럽게’, ‘바다가 들린다’ 30분 예능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연애 못하는 남자’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호평을 받고 있다.

스페이스레빗 제공

2007년 OBS PD로 방송계에 입문한 유일용 PD는 올해로 12년째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제작하며 시청자들의 요구를 맞춰가고 있다.
유일용 PD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의 흐름을 ‘패션’에 비교했다. 유 PD는 “패션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때는 스튜디오, 버라이어티가 유행했는데, 지금은 힐링, 관찰 예능이 대세다. 이게 또 돌아갈 것 같다. 다시 돌아서 스튜디오 프로그램도 생기고, 버라이어티도 생기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도 패션처럼 계속 돌고 돌지 않을까 한다. 이미 예능 흐름을 선도하고 계신 분들도 있는 만큼 자신이 할 수 있는 ‘나름의 것’을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일용 PD가 생각하는 자신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그 답은 그가 연출하고 있는 ‘자연스럽게’에서 알 수 있다. 유 PD는 “나는 아직 내추럴한게 좋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방송을 하는 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며 “나는 버라이어티를 해도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 ‘바다가 부른다’도 4부작 안에서 어떻게 자연스러운걸 보여줄까 고민이 많았다. 시청자들은 ‘1박2일’을 했던 PD들이 프로그램 안에 직접 나서는걸 보고 싶을텐데, 나는 조금 더 멀리서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유일용 PD는 “내가 개입을 하기보다는 출연자들이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자는게 내 방향성이다. 아직은 최고의 놀이터를 만들어주지 못했는데, 그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출연자들이 마음껏, 최대한 자연스러운 재미를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자신만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하는게 중요하다는 유일용 PD는 최근 예능 트렌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최근 예능 트렌드를 보면 ‘아이슬란드 간 세끼’처럼 5분만 방송되지만 확실한 임팩트를 주는 프로그램도 있고, 유튜브 등을 활용한 방향도 있다.
먼저 유일용 PD는 “60분, 70분 등 방송 시간을 꼭 지켜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연애 못하는 남자’는 시간대를 파괴해보자는 생각에서 나왔다. 1시간 내내 방송을 보는 분들이 많이 없고, 짧지만 임팩트 있게 하고 싶은 생각에 30분, 10분 예능을 만들어 보자는 과정에서 ‘연애 못하는 남자’가 나왔다. 딱 시간이 정해진게 아니라 짧아도 화제가 될 수 있고, 집중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유일용 PD는 유튜브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의 확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현재 ‘자연스럽게’의 비하인드를 담은 ‘더 자연스럽게’ 채널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고자 했다.
유일용 PD는 “‘자연스럽게’의 비하인드를 담은 ‘더 자연스럽게’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채널 뒤에 ‘일용TV’라고 붙어 있어서 제 개인 채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혀 아니다. 스페이스 래빗 채널 안에서 ‘자연스럽게’의 비하인드를 담은 것이다. 내 개인 유튜브 채널은 없다. 사익을 추구하려고 ‘더 자연스럽게’ 채널을 만든게 아니다. 공식 채널인데 오해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유일용 PD는 ‘예능의 끝은 다큐’라는 말에 공감했다. 지금 예능 흐름은 그 초기 단계이며, 자신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추구하는 예능으로 흐름에 발맞춰 나가겠다는 각오다.
“15년 전 유럽 배낭여행을 할 때 ‘슬로우TV’라는 걸 알았다. 이런걸 누가 볼까라고 생각했는데 시청률이 상당히 높았다. 보는 사람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는걸 알지만 현재 대한민국 예능의 흐름도 그 초기 단계라고 본다. 힐링 프로그램도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에 가깝지 않느냐. 특히 그런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이 좋아한다는 건 니즈가 있다는 부분이다. 예능을 계속 하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추구하려고 한다. 정말 자연스럽게 노는 모습, 먹는 모습, 지내는 모습, 뭔가를 해내는 모습을 담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어떤 사람이라도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보며 소소하게 웃고 공감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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