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편지' 전무송, 연기만 55년..여전히 감독 지시 듣는 이유 [현장의 재구성]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19.09.05 18: 33

연기 인생만 55년, 반백년을 넘게 연기한 베테랑 배우가 방송 후배 PD의 지시를 달게 받는다. 오히려 기다린다. '생일편지'에서 메서드 연기를 보여줄 관록의 연기자 전무송의 이야기다.
전무송은 5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KBS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 진행된 KBS 2TV 특별기획드라마 '생일편지'(극본 배수영, 연출 김정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날 동석한 문보현 KBS 드라마센터장, 김정규 KBS PD, 배수영 작가, 후배 연기자 송건희, 조수민 등과 작품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생일편지'는 극 중 희귀병으로 투병 중인 90대 노인 김무길이 고향에서 손녀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던 중, 평생을 찾아 헤맸던 첫사랑에게 생일 편지를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추석 특집 2부작으로 기획돼 11일과 12일 밤 10시에 전파를 탄다.

[사진=KBS 제공] '생일편지'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전무송이 캐릭터와 연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드라마는 1945년 일제강점기 말미 히로시마로 강제징용됐다 원자폭탄 피폭의 피해를 입고도 살아돌아온 김무길이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탈출한 첫사랑 일애와 재회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를 통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굵직한 한국 근, 현대사와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넘나들 전망이다. 
이 가운데 전무송은 현대에서 90대로 살아가고 있는 노인 김무길 역을 맡아 출연한다. 실제 1941년 생으로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던 전무송이 그보다 조금 앞선 시대 선조들의 애환과 직접 겪은 고충을 생생하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정작 전무송은 '생일편지'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며 공을 돌린 뒤 "우리 감독님께 촬영하면서 많은 지도도 받고, 작품에 적합하도록 여러 조언을 들어가면서 작품을 아주 재미있게 했다"고 겸손을 표했다. 이어 그는 "'내가 그런 시대를 살았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어떨 것인가' 생각하면서 감독님의 많은 조언과 내가 빗나갔을 때 제대로 길잡이를 해주신 감독님의 조언을 들어가면서 이 작품을 했다"며 김정규 감독에 대한 굳은 신뢰를 드러냈다. 
[사진=KBS 제공] 배우 전무송이 '생일편지' 기자간담회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했다.
1964년 연극 '춘향전'으로 데뷔한 전무송이다. 연기 경력만 55년인 그가 여전히 감독의 지시를 받는다고 자처한 상황. 이와 관련 전무송은 "작품을 할 때마다 감독님들께 꼭 이런 부탁을 한다. '이제까지 보여준 것은 내가 그동안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표현한 것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내가 어떻게 표현할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내 속에는 여러 인물들이 존재하는데 내가 생각해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독이 보는 그 인물은 어떤 인물일지 궁금하다. 내 속에서 꺼내 달라'고 부탁한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에도 김 감독께 그런 부탁을 드렸다. 물론 저 나름대로 어떤 플랜을 세워서 준비하는데 감독님과 그것이 맞았을 때는 좋은데 감독님과 그것이 다를 때는 가차 없이 지적해달라고 했더니 정말 그렇게 해주셨다. 여러 표현에 있어서 인물의 상황에 따라서 감정의 표현이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감독께서는 아니라고, 방향이 다른 것 같다는 말씀을 놓치지 않고 해 주셨다"며 만족했다.
또한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감독께서 생각하시는 차이를 어떻게든지 갭을 줄여서 원하는 작품에서 감독이 원하는 작품을 하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제가 익숙하지 못한 언어를 할 때 톤이 높거나 낮고, 성향에 맞지 않을 때 감독께서 가차 없이 지적하고 나는 그것을 감독이 '오케이' 할 때까지 여러 번 반복했고 촬영해서 한 씬 한 씬 지나가서 작품을 해나갔다. 감독께서는 여러 면에서 저하고 조금 다른 부분이 있으면 가차 없이 지적하고 그것을 논해서 원하는 그 상황이 이뤄질 수 있게끔 그런 노력을 했다"고 자부했다.
[사진=KBS 제공] '생일편지'를 연출한 김정규 PD가 작품과 전무송의 연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정규 감독은 "실제로 그렇게 가혹하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며 베테랑 배우 전무송의 겸손에 난색을 표현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모든 현장에서 감독들이 그렇다고 보시면 된다. 배우 분들이 준비한 연기가 있고 감독이 작품 전체를 보고 봤을 때 톤이 안 맞는 연기가 있으면 감독들이 그 자리에 있는 이유기도 하다. 감독이 전체를 관장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 분들이 준비한 연기와 톤이 안 맞을 때는 감독적으로 지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선생님의 연기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좋긴 하지만 디테일하게 봤을 때는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싶을 때 유도를 드린 거다"고 소신을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감히 선생님 연세에 저는 많이 경험을 해보진 않았지만 굉장히 몰입한 연기, 메서드 연기 같은 걸 하시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기술적이지 않은 마음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해주셔서 굉장히 감동했다. 작품적으로도 녹아난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는 감사하다. 절대 가혹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독의 난색이 무색하게도 오히려 전무송은 디렉션의 통해 완성되는 자신의 연기 작업 자체에 희열을 피력해 현장에 웃음과 훈훈함을 동시에 자아냈다.
"작품을 할 때마다 내가 아직 살아있음을 느낀다. '내가 아직 살아있구나, 내가 살아서 저런 인물 속에 들어갔구나' 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아' 하면서 내가 해냈다는 생각도 한다. 여러 생각이 겹친다. 그런데 오늘도 역시 그런 생각이 겹치면서 저걸 만들기 전에 집에 침대에서 아무도 없는 밤 12시 새벽에 대본을 볼 때 그때 눈물 흘렸던 기억도 나고 그렇다."
[사진=KBS 제공] '생일편지'에 출연한 배우 전무송 촬영 현장 스틸 컷.
이처럼 수정 작업에 두려움이 없는 전무송인 만큼 함께 김무길의 과거와 현재를 연기하는 신예 송건희와 공통 분모를 맞추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하나의 관통할 수 있는 선은 첫 리딩할 때, 작품을 받았을 때 찾은 것 같다"며 "이번에 처음 봤고 같이 해본 적은 없다. 화면에서도 내 전신이라 따로 떨어져 있는데 외적으로 내 젊었을 때와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제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을까 본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에 송건희도 "기본적으로 무길이 가진 성격이 있어서 제가 어렸을 때 표현한 부분과 나이가 든 무길이 충분히 다를 것 같더라. 저도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처음 대본 리딩 때 느낌을 많이 갖고 준비했다"고 화답했다.
반백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프로 연기자가 거리낌 없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뛰어난 연기를 위해 수정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 '생일편지'가 유독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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