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박진섭, "잔디만 밟으면 눈 돌아갔던" 승부욕의 화신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9.08.11 05: 40

K리그2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광주FC 박진섭 감독의 별명은 '둘리'다. 귀엽게 생기기도 했지만 '악의' 없이 '순진함'이 옅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박 감독도 눈이 뒤집힐 때가 있었다.
박 감독은 광주를 이끌고 10일 오후 8시 부천종합운동장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19 23라운드 부천FC와 경기를 펼쳤다. 이날 박 감독은 다소 여유롭게 느껴졌다. 수원FC전 승리 후 전남 드래곤즈전에서는 비겨 지난달 20일 FC안양전에서 당한 1-7 충격패로 시즌 첫 패배를 당한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었다.
박 감독은 득점 선두 펠리페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는 말에 "골만 넣지 못할 뿐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판정 문제에 감정을 노출하고 있어 심판 관련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심판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승부욕이 지나쳐서는 안되며 상황을 영리하게 벗어날 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러면서 선수시절 자신을 돌아봤다. 박 감독은 얼굴과 달리 강하게 어필하는 선수로 유명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사실 경기장 안과 밖에서의 모습이 달랐다"는 그는 "승부욕 때문에 잔디만 밟으면 눈이 돌아갔다. 너무 돌아가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지도자가 된 후 달라졌다. 침착한 척, 흥분하지 않은 척 했다. 선수들도 더 영리하게 대처해주길 바라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광주에서 첫 감독직을 맡아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박 감독은 선수시절 경기장에서는 거친 수비수였다. 자신의 실수가 바로 골로 연결되고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때문에 경기에서 패하면 잠도 오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평소 때는 조용히 혼자 지내는 편이었다. 
박 감독은 "그동안은 선수들이 잘해줘서 잠을 잘잤다. 고맙다"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는 혼자 감당하는 편이다.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드라이브를 하거나 혼자 생각에 잠기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감독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승점 50 고지를 밟을 경우 승격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게 되지만 "마지막 경기까지 가봐야 결정날 것 같다"고 말한 박 감독은 "빨리 결정됐으면 좋겠지만 K리그2는 어려운 리그다. 특출난 팀이 없기 때문에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약팀이나 강팀이 따로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광주는 부천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펠리페가 전반 20분 시즌 16호골을 성공시켰지만 29분 말론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광주는 승점 50 고지를 밟아 선두자리를 지켰지만 확실히 달아나지 못해 2위 부산 아이파크(승점 42)의 맹렬한 추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는 오는 17일 부산과 홈경기를 치른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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