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마구 업그레이드’ 임찬규의 부활, 선발진 재편의 중심 등극?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9.08.10 06: 00

LG 트윈스 팬들에게 임찬규라는 이름은 ‘아픈 손가락’이다. 강속구 특급 유망주로 각광을 받았던 시기가 있었지만 그 시기는 잠시 뿐이었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된 임찬규는 150km에 육박하는 빠른공으로  센세이션한 신인 투수로 이름을 알렸다. 데뷔 첫 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65경기 9승6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의 성적을 거뒀다. 향후 LG 투수진의 미래에 서광을 비추는 듯했다. 
하지만 임찬규의 화려한 날은 데뷔 첫 시즌이 끝이었다. 데뷔 첫 시즌 선발과 불펜 등 모든 보직을 넘나들며 마당쇠 역할을 한 것이 임찬규의 커리어에는 치명적이었다. 이후 임찬규는 150km의 강속구를 잃었다. 혹사로 선수 생명에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남았다.

이후 임찬규는 140km를 겨우 넘는 패스트볼과 변화구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변화구 구사 능력과 마운드 위에서의 운영 능력은 인정을 받았지만 기본적으로 받쳐주지 않는 속구 구속은 임찬규의 한계였다. 임찬규는 여전히 LG 마운드의 미래로 남았지만 ‘현재’로 자리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11승1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5.77의 성적을 거두며 커리어 첫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만족스럽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데뷔 첫 시즌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임찬규의 두 자릿수 승리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렇게 올 시즌도 선발 투수로 시작을 했다. 하지만 발가락 부상이 발목을 잡았고, 이후 이우찬과 류제국이라는 대체 자원이 선발 자리를 꿰찼다. 임찬규는 확실한 보직 없이 다시 불펜의 마당쇠로 떠돌아야 했다. 
하지만 임찬규에게 선발 투수로의 기회가 찾아왔다. 에이스 타일러 윌슨의 부상으로 대체 선발 자리가 필요했고 임찬규가 낙점을 받았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임찬규는 놓치지 않았다. 
임찬규는 지난 9일 창원 NC전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퀄리티 스타트 문턱에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고 9회말 마무리 고우석의 난조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충분히 희망을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이날 임찬규는 5회까지 완벽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1km에 불과했다. 예년과 비슷했다. 하지만 패스트볼 승부에 연연하지 않았다. 패스트볼이 기반이 되어야 하지만 28개만 구사했고, 체인지업 28개, 커브 14개를 구사하며 NC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구위 대신 무브먼트를 바탕으로 투구를 펼쳤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승부는 주효했다. 18타자를 상대하며 8명의 타자를 땅볼로 유도했다. 직선타 포함 뜬공 아웃은 4개에 불과했다. 체인지업과 커브로 타이밍을 뺏어서 땅볼 타구를 주로 만들었다. 정타의 타구도 6회초 김성욱에 맞은 홈런, 이후 김형준에게 맞은 좌전 안타 말고는 없었다. 임찬규의 ‘흑마구’가 업그레이드 됐다는 것을 확인한 경기였다. 
패스트볼 구속에 욕심을 갖고 있던 임찬규에게 이날 등판은 어쩌면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그는 경기 후 “그동안 패스트볼 훈련을 많이 해왔다. 하지만 최일언 코치님께서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더 많이 사용해보자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하며 패스트볼에 대한 고집 대신 변화구를 통한 승부가 호투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날 호투로 임찬규는 다시금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9일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던 이우찬이 밸런스 난조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볼을 남발하면서 거듭된 난조가 결단을 내리게 만들었다. 류중일 감독도 이우찬의 복귀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임찬규의 이날 투구 내용에 따라 선발 안착 여부가 달려있었는데 임찬규는 그 임무를 해냈다. 향후 선발진 안착, 그리고 선발진 재편의 일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찬규도 이제는 팀에 더욱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고 싶다. 그는 “지금 내 승리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동안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 미안하고 죄송했는데 오랜만에 팀에 보탬이 돼서 다행스럽다”고 말하며 향후 각오를 다졌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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