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故김성재 편, 결국 방송금지.."깊은 유감, 우려·좌절감 느껴"(전문)[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19.08.02 23: 45

'그것이 알고 싶다' 고(故) 김성재 편이 결방한다. 법원이 김성재 여자친구 A 씨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결과다.
오늘(2일) 오후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반정우)는 A 씨가 제기한 SBS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고 김성재 사망 미스터리 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알' 측은 지난달 27일 방송된 1178회 말미 '고 김성재 사망 미스터리' 편 예고를 공개했다. 예고 영상에서는 듀스로 큰 사랑을 받던 김성재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은 일, 이와 관련 전문가들이 의문을 표한 점, 미제 사건으로 남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 관계자가 역정을 내며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SBS 방송화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공개됐던 고 김성재 사망 미스터리 예고편

김성재는 1990년대 초반 듀스로 큰 사랑을 받았던 가수다. 그는 1995년 11월 20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자아냈다. 부검 결과 고인에게는 28개의 주삿바늘 자국이 있었고, 시신에서는 동물마취제 졸레틸이 검출됐다. 이에 고인의 연인이었던 A 씨가 살해 용의자로 지목됐다. 그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이어진 2심과 3심에서 에서 증거 불충분 등의 사유로 무죄 판결을 받아 풀려났다. 
이에 고인 사후 24년이 지나도록 사망 당시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아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상황. '그알' 제작진이 김성재 사망 미스터리를 해소할 수 있을지 예고편 만으로도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예고편 공개 직후 A 씨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미 무죄 판결을 받은 자신의 명예 등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방송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채권자(A 씨)의 인격과 명예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알' 측의 방송이 A 씨가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처벌 필요가 있다고 암시한다는 것. 
특히 재판부는 '그알' 측이 밝힌 수사기관의 수사방식 개선, 피고인에게 불리한 재심 제도의 도입 등의 기획 의도에 대해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A 씨의 입장과 반론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거나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을 방송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방송금지 사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 '그알' 제작진은 같은 날 저녁 공식입장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제작진은 "본 방송은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 드러났다는 전문가들의 제보로 기획됐고, 5개월 간의 자료 조사와 취재 과정을 거쳤다"며 기획 의도가 시청자에게 검증받지도 못한 채 차단된 것에 깊은 우려와 좌절감을 피력했다. 또한 "방송 자체가 금지될 것으로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에, 법원의 결정을 따르되, 이미 취재한 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깊은 고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SBS는 방송 예정이었던 '그알' 김성재 편 대신 자사 수목드라마 '닥터탐정' 6회 재방송을 대체 편성했다. 이에 3일에는 기존 매주 토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던 '그알' 대신 밤 11시 25분부터 '닥터탐정'이 전파를 탈 예정이다. 
다음은 '그알' 제작진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공식입장 전문이다. 
ㅇ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에 따른 제작진 입장 
이번 주에 방송 예정이었던 <그것이 알고 싶다 - 고 김성재 사망사건 미스터리> 관련 법원의 방송 금지 가처분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으나, 제작진 입장에선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본 방송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으나 많은 의혹이 규명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왔던 미제사건에서,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이 드러났다는 전문가들의 제보로 기획되었고, 5개월간의 자료조사와 취재 과정을 거쳤습니다.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서가 아닌, 새로운 과학적 증거로 미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제작진의 공익적 기획의도가,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검증받지도 못한채 원천적으로 차단받는 것에, 제작진은 깊은 우려와 좌절감을 느낍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약자들을 위해 진실을 규명하고 제도개선을 위한 여론을 환기시킨다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번 방송금지 결정이, 수많은 미제 사건들, 특히 유력 용의자가 무죄로 풀려난 사건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방송 자체가 금지될 것으로 전혀 예상하지 않았기에, 법원의 결정을 따르되, 이미 취재한 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깊은 고민을 할 것입니다.
ㅇ 대체 프로그램
8월 3일 토요일 <그것이 알고 싶다>는 결방되고, <닥터탐정> 6회가 대체 편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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