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 "'기생충' 박소담과 닮아 놀랐다..잃어버린 동생인 줄"(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5.30 17: 26

 “봉준호 감독님 작품을 한다고 얘기하고 다니면 너무 설레발치는 거 같아서 속으로 ‘빨리 대본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배우 최우식(30)이 30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기생충'으로 인터뷰 자리를 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오늘(30일) 개봉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바른손이앤에이)은 가족 전체가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의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박사장(이선균 분) 딸(정지소 분)의 과외 교사로 입성하면서 두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최우식은 “‘옥자’를 할 때 봉 감독님 말씀에 의하면 제 얼굴을 보시고 ‘김기택 아버지의 아들을 하면 재미있겠다’고 하셨다. ‘옥자’ 마치고 뒤풀이 때 ‘다음 작품 준비된 거 있어?’라고 물으셨는데 저는 그냥 물어보신 건 줄 알고 크게 생각 안 하고 있었다. 근데 그 다음에 또 연락이 왔다. 감독님과는 주기적으로 ‘옥자’ 때문에 연락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감독님이 또 ‘준비하는 게 있냐?’고 물으셨는데 그땐 정말 일이 없었다. ‘몸도 만들고 다음 작품을 위해 이미지 체인지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마른 상태를 유지하라’고 하셨다“라고 작품에 캐스팅된 과정을 전했다.
최우식은 송강호가 연기한 기택의 장남 기우를 연기했다. “저는 처음에 대본을 볼 때는 제가 맡은 배역만 본다. 제가 해야할 사람이 어떤 톤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렇다. 기우의 대사를 보며, 전체적인 내용보다,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생각해봤다. 근데 기우가 계속 나와서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나오니 비로소 중요한 캐릭터인지 알게 됐다”라고 캐릭터를 첫 대면한 소감을 전했다.
영화는 반지하에 살지만 서로에 대한 불평 없이 화목한 기택의 집안을 비추며 시작한다. 가족 구성원 전체가 직장이 없어 먹고 사는 게 가장 큰 걱정인데, 장남 기우가 박사장 딸의 과외선생으로 들어가면서 한줄기 희망을 찾는다. 그러고나서 차녀 기정(박소담 분)까지 미술 교사로 일자리를 구하며 본격적으로 '기생'하기 시작한다.
최우식은 기우 캐릭터에 대해 “회색 톤을 생각했다. 콘크리트 같은. 처음에 박사장네 들어가면서 똑 부러지는 과외선생으로 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기우가 친구를 통해 얻은 과외 자리지만, 원래 똑똑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연교 사모님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기보다, 대학 입시 4번을 실패한 건 사실이나, 멍청한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전에서 떨려서 계획대로 안 됐던 거 같다”라고 나름의 분석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최우식과 박소담을 남매 캐릭터로 캐스팅한 뒤 두 사람을 불러 모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사진도 찍었다고. 
최우식은 첫 미팅을 떠올리며 “저도 박소담과 닮아서 놀랐다. 잃어버린 동생인 줄 알았다.(웃음) 저도 실제 만나기 전에는 몰랐는데 처음으로 만나는 날 감독님께서 저희에게 미션을 주셨다. ‘꾸미지 않은 상태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 날 아침에 씻기만 하고 입던 옷 그 상태로 미팅 장소에 갔다. 근데 소담이도 그런 상태로 왔다. 감독님, 소담이와 앉아서 얘기를 하다가 감독님이 휴대전화를 꺼내셔서 저희 두 명의 모습을 투샷으로 찍어주셨다. 저희도 처음 봐서 어색하게 사진을 찍었는데 투샷을 보니 진짜 닮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2011년 드라마 '짝패'로 데뷔한 최우식은 이듬해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시트콤 '닥치고 패밀리'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후 '호구의 사랑'(2015) '쌈, 마이웨이'(2017) 등의 드라마에서 지질하지만 귀여운 남자친구 역할을 맡아 실제 성격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면서 여심을 자극했다.
이어 그는 “사실 저는 많이 즐기지 못하는 성격이다. ‘거인’ 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 받을 때)그랬고 이번에 칸영화제에서도 축제의 분위기를 즐기지 못했다”고 자신을 가리켜 ‘걱정 인형’이라고 했다.
그는 “칸에서 ‘여기서 내 연기가 나오겠구나’라는 생각에 긴장되고 떨렸다. 물론 이런 곳에 왔다는 게 영광이었지만. 하지만 첫 공개 이후 반응이 좋아서 그때부터 조금은 즐겼던 거 같다”고 털어놨다.
드라마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가장 연기로 인정받았던 작품은 영화 '거인'(감독 김태용, 2014). 이때의 고등학생 영재 역을 맡아 호평받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받는 쾌거를 달성했다. 2015년 들꽃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청룡영화상,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최우식은 ‘기생충’에서 송강호 다음으로 많은 분량을 차지했다. 극의 주요 인물로서 전체 이야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에 그는 부끄러워하며 “분량은. 제가 어떻게 얘기해야 자랑 같이 안 들릴지(웃음). 감독님께 같이 하자는 말을 들은 다음에 시나리오를 보게 됐다”며 “사실 분량이 많아서 좋은 것도 있지만, 부모님이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게 좋긴 하다. 기우라는 캐릭터가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인물이라 부담이 엄청 났다. 봉준호 감독님에, 송강호 선배님 등 잘 된 밥에 제가 괜히 재를 뿌릴까봐 걱정했다. 저 스스로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보신 분들이 재밌다고 하셔서 다행인 거 같다”라고 비로소 안정된 미소를 지었다.
“저는 지금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건 없다. 다만 목표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연기를 진심으로 즐기면서 스스로 재미있게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다.”/ watch@osen.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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