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닥터 프리즈너' 거쳐 좋은 배우로 가는 길 #스트레스 #연기 (종합)[인터뷰]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19.05.22 09: 47

도무지 연기자 아닌 삶을 상상할 수 없다. '닥터 프리즈너'가 끝난 뒤 빠르게 차기작을 고심 중인 배우 남궁민을 만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들어봤다.
남궁민은 21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소재 한 카페에서 KBS 2TV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닥터 프리즈너'는 대형병원에서 축출된 외과 에이스 의사 나이제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특히 드라마는 감옥과 병원을 넘나들며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냈다. 단순한 권선징악이 아닌 악을 악으로 응징하는 구성으로도 통쾌함과 동질감을 선사하기도.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남궁민 인터뷰 스틸 컷

이 가운데 남궁민은 극 중 주인공 나이제 역을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을 잡으며 열연했다. 지난 2015년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남규만 역으로 화제를 모은 이래 로맨스 코미디 '미녀 공심이', 코믹하게 기업 부패를 꼬집은 '김과장',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기자의 이야기를 그린 '조작'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열연, 호평받은 그가 이번에도 흥행 홈런을 날린 것.
더욱이 올해로 42세, 데뷔 20년 차를 맞은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궁민은 '닥터 프리즈너'의 인기 앞에 겸손했다. 그는 "지상파를 살렸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있던데 그런 건 모르겠다. 하필 제가 결정한 작품이 지상파에서 잘 돼서 호평을 얻은 것뿐, 운 좋게 붙은 것 같다"고 했다.
[사진=지담 제공] 배우 남궁민 '닥터 프리즈너' 촬영 현장 스틸 컷
남궁민은 '닥터 프리즈너'의 성공 요인에 대해서도 소재의 독특함과 대본의 완성도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제가 처음 받은 대본 책자를 아직도 갖고 있는데 지난해 7월 30일 날짜와 '남궁민 님'이라고 적혀있다. 1~4회 대본을 본 상태였고 그걸 봤을 때 너무 짜임새 있고 쉬어가는 구간이 없었다. 쉼 없이 흘러가는 게 재미있어서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이제라는 의사가 교도소 안에서 사람을 살리는 게 아니라 아프게 만들어 빼내는 등의 행위가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것. 
이에 그는 시즌2를 갈망하는 대중의 반응에도 "다음 시즌을 한다면 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단 전제 조건은 있었다. 그는 "짜임새와 대본의 완성도가 있을 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좋은 드라마를 위한 대본의 중요성을 한번 더 강조했다. 과거 시즌2 요청이 쇄도했던 '김과장' 역시 마찬가지란다.
[사진=지담 제공] 배우 남궁민 '닥터 프리즈너' 촬영 현장 스틸 컷
"돈 받고 연기하는 연기자인데 시청률을 의식 안할 수가 없어서 힘이 됐다"는 그는 "그런데 방송 전까지는 더 어렵게 느끼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은 연기인지에 대한 생각이 많았고 복잡해졌다"는 것. 그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자책도 많았다. 마음에 안 드는 장면들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남궁민은 인터뷰 내내 이 같은 스트레스를 가리켜 '긍정적인 스트레스'라고 칭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부족함을 책망하며 고통스러워 하지만 결국에는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배우로서 필연적인 부분이라는 것. 
특히 그는 "현재 제가 받는 스트레스나 이걸 극복하고 견디기 위해 하는 노력들을 10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기란 게 애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정말 꼴보기도 싫다가 너무 보고 싶다가, 또 결국엔 연기란 게 너무 하고 싶다. 이런 것들을 계속 느끼고 싶다"며 웃었다. 
이어 "제가 부족하다는 걸 알고 저 자신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싶다. 연기란 게 결국은 제가 불편한 감정들을 편안하게 풀어내서 인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이물이 불편한 점들을 지워가려면 내가 어떤 상황에 왜 불편했는지, 왜 소리가 제대로 안 났는지를 분석하면서 알아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남궁민 인터뷰 스틸 컷
무엇보다 남궁민은 "개인적으로 연기를 너무 사랑한다. 이거 말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다. 그래서 1년에 1편에서 1.5편은 꼭 하고 싶다. 저 스스로 기름칠 하지 않고 어떻게 발전하겠나. 드라마는 스트레스 받는 일이지만 제가 그 작업을 안 하고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게 더 큰 스트레스다.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건 본인만이 안다. 그거야 말로 나에 대한 실망이고 스트레스다"고 말했다. 
그런 남궁민에게 '닥터 프리즈너'는 배우 남궁민으로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연기에 대해 만족하진 않지만,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열심히 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만족할 수준이라는 것. "결국엔 용서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악에 선이 아닌 악으로 응수하는 나이제 식의 '다크 히어로'에 대해서는 부인한 그이지만, '닥터 프리즈너'를 향해 스스로 합격점을 준 이유였다. 
[사진=935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남궁민 인터뷰 스틸 컷
"사실 게을렀던 적은 없어요. 그렇지만 스스로 '원숭이 같다'고 느낄 때가 있었어요. 사람의 감정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머리 좋은 원숭이 같은 모습이라고요. 그래서 후배들이 저한테 '연기를 어떻게 하면 되냐'고 질문하면 '다 똑같은 사람이고 노력하면 된다'고 해요. 누구나 카메라 앞에선 긴장되고 불편하죠. 어려운 일이에요. 그만큼 노력해야 연기라는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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