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우의 가슴에 새겨진 '와신상담 77', SK telecom OPEN 깔끔한 설욕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9.05.19 16: 25

 지난해 ‘KPGA 명출상(까스텔바작 신인상)’ 수상자 함정우(25)가 마침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첫 승을 일궜다. 그것도 지난 해 경험 부족으로 우승 문턱에서 무너졌던 바로 그 대회다.
함정우는 19일, 인천광역시 중구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 하늘코스(파71. 7,040야드)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SK telecom OPEN 2019(총상금 12억원, 우승상금 2억 5,000만원)’ 최종라운드에서 2위 그룹과 2타차의 성적으로 생애 첫 코리안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의 스코어다. 
함정우의 최종라운드 경기는 평정심의 승리였다. 경기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에도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던 함정우였다.

최종라운드 2번홀 버디 후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함정우. 왼쪽 가슴에 숫자 77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KPGA 제공.

‘평정심’은 함정우가 3라운드를 마치고 공동 선두로 나선 직후 인터뷰에서 먼저 꺼낸 말이다. 함정우는 “작년 대회 때는 우승 경쟁을 하는 선수들의 스코어에 신경을 썼다. 그들이 버디를 하면 나도 버디를 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내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기본을 잊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함정우는 이 대회에서 딱 ‘신인’이기에 겪을 수 있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새겼다. 3라운드까지는 신인의 패기로 공동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최종라운드에서는 경험 부족으로 무려 5타를 잃으며 공동 15위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작년의 아픔은 올해의 약이었다.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함정우는 “지난해는 신인이었고 올해는 나름 투어 2년차다. 지난 시즌을 보내면서 분명히 배운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함정우의 각오는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형상화 됐다. 함께 선두 경쟁에 나섰던 이들이 상대적으로 기복이 심한 경기를 펼친 반면, 함정우는 시종 차분한 흐름을 유지했다.
함정우의 1번홀 드라이버 티샷.
결정적 순간은 파4 13번홀에서 찾아 왔다. 120미터 거리에서 핀을 향해 세컨드샷을 쏘아 올린 게 백스핀을 먹고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1타차 아슬아슬한 선두를 이어가던 함정우가 순식간에 3타차 선두가 됐다. 함정우는 두 팔을 높이 들고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함께 플레이 하던 경쟁자들도 축하를 보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함정우는 “아, 할 수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작년의 뼈아픈 패배는 함정우의 왼쪽 셔츠 가슴팍에 숫자로 아로새겨져 있었다. 작년 마지막날 기록한 타수 ‘77’이었다. 굴욕적인 숫자였지만 함정우는 그 숫자를 가슴에 새기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마침내 1년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2위는 국내 투어 복귀 후 점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이수민(26, 스릭슨)과 정지호가 공동으로 차지했다.
1, 2라운드에서 호쾌한 장타를 자랑하며 화제의 인물이 됐던 김찬(29, 미국)은 8언더파 공동 8위로 경기를 마쳤다. 3라운드부터 숏게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김찬은 최종라운드에서도 조금씩 빗나가는 정교함을 바로 잡지는 못했다.
이 대회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 최경주는 2언더파 공동 28위.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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