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보고 계시죠?" 기쿠치, 눈물로 쓴 ML 데뷔 첫 승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9.04.21 16: 40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바친 승리다. 
시애틀 매리너스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28)가 5전6기 끝에 메이저리그 데뷔 첫 승을 올렸다. 21일(이하 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5이닝 10피안타 2볼넷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다소 부진한 투구 내용이었지만 5회까지 5득점을 지원한 타선의 도움을 받았다. 불펜이 역전을 허락하지 않았고, 6-5 시애틀 승리와 함께 기쿠치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앞선 5경기 중 3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했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기쿠치가 이날은 동료들의 도움으로 웃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4.68. 

시애틀 투수 기쿠치 유세이가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jpnews@osen.co.kr

‘풀카운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경기 후 기쿠치는 “정말 힘든 투구였지만 야수들과 구원투수들의 도움을 받아 첫 승을 올렸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보완해야 할 문제가 많다. 다음 경기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며 “좀처럼 이기지 못했지만 6경기 만에 이겼다. 앞으로 팬들이 응원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애틀 기쿠치가 역투하고 있다. /jpnews@osen.co.kr
기쿠치에겐 단순한 데뷔 1승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개막 후 2경기를 치렀던 지난달 31일 아버지 유지 씨가 59세의 나이로 암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기쿠치는 아버지 장례를 위해 일본에 일시 귀국하지 않았고, 미국에 남아 선수단과 같은 일정을 소화했다. “야구에만 전념하라.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하라”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마운드를 지켰다. 아버지 장례식까지 불참하며 등판을 강행했지만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해 기쿠치의 마음고생도 심했다. 
기쿠치는 “빨리 이기고 싶었다. 힘들었던 만큼 기쁨도 크다”며 “미국 진출을 가장 기뻐한 사람이 아버지였다. 아직 아버지 묘에도 가보지 않아 세상을 떠난 게 실감나지 않는다. 어딘가에 계시고,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다. 정말 존경하는 최고의 아버지였다.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분이다”며 눈물을 참기도 했다. 
첫 승 기념으로 동료들에게 맥주 세례를 받기도 한 기쿠치는 “팀 동료들 모두 축하해줘 기쁘다. 모든 선수들이 함께 기쁨을 나눴다. 조금 더 이겨 팀에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15살 때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었다. 오늘 1승으로 이제부터 시작이란 마음이다. 일본 팬들에게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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