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밝힌 원작→영화화 #캐스팅 #리틀드러머걸(종합)[Oh!커피 한 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3.25 15: 59

 “시청자들이 (드라마)1~2회를 보시고 복잡해서 못 다가가겠다는 생각이 드실 수 있다. 하지만 인물과 세계관 소개를 마친 이후부터는 퍼즐을 맞추듯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다.(웃음)”
박찬욱 감독이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국내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아가씨’ 이후 3년 만의 신작. 그가 지난 20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리틀 드러머 걸’의 1~2회 특별 시사회에서 자신을 “방송인 박찬욱”이라고 소개한 것에는 이 같은 이유가 있었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였기 때문.
박찬욱 감독이 각색하고 연출을 맡은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감독 박찬욱, 수입배급 왓챠, 제작 BBC・AMC・The Ink Factory・Endeavor Content・모호필름)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로맨스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이다.

존 르 카레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리틀 드러머 걸’은 스토리 텔링과 미장센으로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아온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다. 존 르 카레 작가는 영국 정보부와 외무부에서 근무했던 이력의 소유자로 영국 작가협회가 매년 가장 훌륭한 작품을 출간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서머싯 몸상', 영미 최고의 추리소설에 수여하는 '에드거상'을 받았다.
감독판은 지난해 미국과 영국에서 각각 방송한 본편이 아닌, 박찬욱 감독의 초반 연출의도를 한층 더 깊게 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방송용은 60점, 감독판은 100점이라고 점수를 매겼을 정도로 감독판에는 그만의 색채가 짙게 배어있다. 지난해 ‘리틀 드러머 걸’이 영국 BBC 및 미국 AMC 방송사에서 각각 전파를 탔는데 각국의 방송 심의기준에 따라 편집할 수밖에 없었던 장면 및 대사을 그대로 살려 국내에서 '감독판'을 선보이기로 했다.
현실 세계의 스파이를 연기하게 된 배우라는 흥미로운 설정과 몰입도 높은 전개,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볼거리가 담긴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이달 29일 전 세계 최초로 왓챠플레이를 통해 6편 전편이 공개되며 종편 채널A를 통해 29일부터 한 주에 한 편씩 6주 동안 공개될 예정이다.
배우 플로렌스 퓨가 연기한 무명배우 찰리는 연극 무대와 오디션장을 전전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 플로렌스 퓨는 배우와 스파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사랑, 분노, 연민 등 복합적인 감정을 겪는 모습을 도발적인 매력과 탄탄한 연기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박찬욱 감독은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어느 감독이든지 느꼈을 텐데 플로렌스 퓨는 나이가 어린 젊은 배우인데 전체를 장악한다. (영화 ‘레이디 맥베스'에서는) 대사가 많은 것도 아닌데 많은 감정이 억제된 가운데서 강렬하게 표현하는 걸 보면서 ‘나이가 어린 거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성숙한 연기를 할까?’ 싶었다”고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는 플로렌스 퓨를 캐스팅한 과정에 대해 “먼저 만남을 청했다”고 했다. “퓨를 만나서 ‘엄마 아빠가 어떻길래 이렇게 자랐나?’라는 질문도 했었다.(웃음) 런던 영화제에서 상영한 후 뒤풀이할 때 그녀가 부모님을 모셔 와서 ‘부모님 궁금하다고 하셨죠?’ 여기 있다’는 말도 하더라”고 전했다.
박 감독은 플로렌스 퓨에 대해 “평소엔 활발하고 개구쟁인데 연기할 땐 진지해져서 캐릭터에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실제 성격은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배우의)캐릭터도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며 촬영에 임한다. 굉장히 경탄스러웠다”고 칭찬했다.
배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이스라엘 정보국 모사드의 전설이라 불리는 비밀 요원 가디 베커 역을 맡았다. 정체를 숨긴 채 찰리에게 접근하는 가디 베커는 그녀를 스파이로 훈련시켜야 하는 임무와 점점 끌리는 본능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이중적인 감정에 혼란을 느끼는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예측할 수 없는 전개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박 감독은 스카스가드를 떠올리며 “‘빅 리틀 라이즈’를 보니 그가 섬세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잘 표현하더라. 사실은 ‘스토커’ 때 엉클 역할로 고민을 했던 배우”라는 애정을 전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함께 하게돼 기뻤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은 주목 받지 못했던 전 세계 소설 및 만화를 영화화해 명작으로 재탄생시켰다.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을 모티프 삼아 영화 ‘박쥐’(2009)를 만들었는데 이 영화는 6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2004년 선보인 ‘올드보이’(2003)로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데 이어 두 번째 칸영화제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올드보이’는 일본의 만화가 미네기시 노부아키가 쓴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 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아가씨’(2016)는 18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1930년대 일제강점기로 옮겨 원작과는 다른 매력으로 전 세계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이 영화도 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제71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저는 (원작을 볼 때)플롯의 복잡성보다 인물 심리의 복잡성에 끌리는 거 같다”며 “한 마디로 잘라서 이야기할 수 없는 인간의 복잡성에 끌리는 거 같다. (영화를 결정하기 전)아내와 딸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라고 원작을 선택해 영화화하는 과정을 전했다. ‘리틀 드러머 걸’을 드라마화하는 과정에도 이 같은 방식을 동원했다.
그는 “(존 르 카레의 ‘리틀 드러머 걸’을)읽으려고 사놨었는데 너무 두꺼워서 읽기를 미루고 있었다. 근데 아내가 먼저 읽더니 제게 재미있다고 빨리 읽어보라고 권했었다. 영화로 만들라는건 아니었고”라는 에피소드도 덧붙였다.
그는 “‘리틀 드러머 걸’을 영화로 만들고자 구상을 해봤지만 영화 길이(120분~130분)에 맞춰 무리하게 단축하기보다 드라마로 온전히 내용을 옮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지금껏 해온 작품들도 사랑이라는 요소가 아주 중요했다. ‘리틀 드러머 걸’에서 특히 사랑이 더 다뤄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더 애틋하단 생각은 든다. 첩보의 세계와 분쟁, 사랑이 별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임무를 수행하고 일 외적으로 사랑을 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가 하나가 돼서 뗼 수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원작 소설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캐릭터의 대사 및 특징 등 세부적인 디테일을 변화시켰고 1979년의 역동적 시대상을 담았다. 더불어 영국, 체코, 그리스를 넘나든 로케이션 촬영이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왓챠・채널A 첫 공개./purplish@osen.co.kr
[사진](주)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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