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세월호" 전도연이 밝힌 #생일 #눈물(종합)[Oh!커피 한 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3.25 12: 53

 배우 전도연이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로 돌아왔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 이후 3년 만의 컴백작이다.
내달 3일 개봉하는 ‘생일’(각본감독 이종언, 제공배급 NEW, 제작 나우필름・영화사레드피터・파인하우스필름)은 4・16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도연이 고등학생 아들을 잃은 엄마 순남, 배우 설경구가 순남의 남편 정일을 연기했다. 두 사람은 멜로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감독 박흥식, 2001) 이후 18년 만에 재회했다.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수호(윤찬영 분)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부부 정일과 순남, 그리고 막내딸 예솔(김보민 분). 어김없이 올해도 아들이자 오빠의 생일이 돌아오고, 가족들의 그리움은 더욱 커져간다. 수호가 없는 수호의 생일, 가족과 친구들은 함께 모여 서로가 간직했던 특별한 기억을 선물하기로 한다. 
전도연은 25일 오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언론인터뷰 자리를 갖고 ‘생일’의 출연을 결정하는 순간부터 촬영시기, 개봉을 앞둔 심경 등 소회를 전했다. 이날 그녀는 영화에 관련된 얘기를 하던 중 격한 마음이 솟구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전도연은 “시나리오를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시나리오보다 덜 재미있게 나온 거 같다. 나중에 이창동 감독님이 제작에 참여하셨다는 걸 알았다”며 “제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포인트는 이야기였다.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선택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물론 그녀가 영화의 출연을 단번에 결정했던 것은 아니었다. 4・16 세월호 참사가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건인 만큼 배우로서 연기로 표현하는 것에 부담이 됐을 터.
전도연은 “일단 세월호라는 소재가 무서웠고 너무도 다가갈 엄두가 안 났다.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에 어떻게 쓰였을지 걱정이 돼서 거절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영화의 촬영을 하면서 마치고 나서 오히려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개봉을 앞둔 지금)많은 분들이 ‘이 작품이 지금 나오는 게 시기적으로 맞는가?’라는 얘기를 하시는데 충분히 이해는 간다. 저희도 그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지금 맞나? 안 맞나?’를 묻는 것보다 (영화로)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하는 게 맞는 거 같다”는 사견을 전했다.
전도연은 대부분의 장면을 소화하기 힘들었지만 특히나 딸 예솔 역을 맡은 김보민 아역 배우와의 연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예솔이와 있는 장면을 찍을 때 힘들었다. 예솔이가 그 나이에만 느낄 수 있는 걸 못하니까 너무 불쌍했다. 엄마의 눈치를 너무 보기도 하고. (제가 맡은)순남이가 너무 딸을 제어해서 되게 힘들더라. 예솔이의 입장에서 보면 엄마가 못할 짓 하는 구나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생일 모임 장면은 실제와 거의 똑같이 만들었다. 시나리오를 보며 감정적으로 상상을 하고, 머릿속에 그려서 그런지 연기할 때 더 슬펐다. 아무리 절제를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데, 시나리오 상에 굉장히 절제돼 있었고 연기를 하면서 감정적으로 터져 나왔던 거 같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시나리오에 적힌 순남의 감정에만 집중했던 거 같다. 실제로도 아이가 있으니 아이를 잃었을 때 엄마 마음이 어땠는지 너무 알겠더라. 제가 잘 안다고 해도 (직접 겪은 일은 아니니) 모르는 거다. 제가 느낀 감정인지, 순남으로서 느낀 감정인지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제가 앞서 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부분들을 경계하면서 연기를 했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전도연은 4・16 세월호 참사로 숨진 사람들의 유가족들에게 먼저 영화를 보여줬다. “사실 저는 유가족들을 안 뵙고 싶었다.(눈물) 무대 인사를 갔는데, 극장 안에 못 들어가겠더라. 다 울고 계셔서”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힘겹게 인사를 드렸는데 어머님들이 제 손을 잡으며 ‘너무 감사하다’고 하시더라. 세월호를 무섭다고만 느꼈었는데 그렇게 생각했던 게 너무 죄송스러웠다. ‘누군가 먼저 다가가줘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어머님들이 수 놓으신 지갑을 주셨다”고 전했다.
전도연은 “저희는 한 장면 한 장면 다 힘들어서 진지하게 접근했다. 연기로 인해서 오해가 생기면 안 되니까 징검다리 건너듯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촬영을 했다”고 세월호를 소재로 삼은 영화를 불편해하는 예비 관객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이 영화에 제가 배우로서 동참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세월호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힘들게 선택했지만 막상 지금 보니 고맙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명감 혹은 책임감, ‘기억하고 잊지 말자’는 말이 아니라 그냥 옆에서 따뜻하게 있어 주는 느낌인 거 같다.” / purplish@osen.co.kr
[사진]숲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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