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도 응원한 '악질경찰', 외면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3.24 14: 42

 안산 단원경찰서 소속 조필호(이선균 분) 형사는 악질 중의 최악질이다. 전문털이범 한기철(정가람 분)을 내세워 ATM을 터는 등 범죄 행위도 마다하지 않던 그는 급하게 목돈이 필요하자, 경찰의 압수창고를 털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의문의 폭발사고로 기철이 죽고 함께 있었던 조필호가 용의자로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다. 필호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자 사건을 무마하던 중, 폭발사고 당시 창고 내부가 찍힌 동영상을 가진 단원고 학생 미나(전소니 분)와 얽히게 된다. 조필호는 대기업 태성그룹 정이향(송영창 분) 회장의 수하 권태주(박해준 분), 남검사(박병은 분) 등 자신보다 더 악한 사람들을 만나며 각성하게 된다. 
2014년 발생한 4・16 세월호 참사가 올해 5주기를 맞이한 가운데 이를 모티프로 삼은 범죄 액션영화 ‘악질 경찰’(감독 이정범, 제공배급 워너브러더스 픽쳐스, 제작 청년필름・다이스필름)이 이달 20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동안 다큐멘터리나 독립단편 형식으로 세월호 참사를 다룬 적은 있었지만 장편 상업영화에서 세월호를 다룬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내달 개봉을 앞둔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 제공배급 NEW, 제작 나우필름・레드피터・파인하우스필름) 역시 세월호 참사 이후 남겨진 가족들의 기억과 슬픔을 나누는 장편 상업영화의 형식을 띤다.
감독 및 제작진, 배우들은 세월호 참사를 상업적으로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순수한 마음에서 뜻을 모았다. 각본・연출을 맡은 이정범 감독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사용했다는 비난을 예상했지만 어른으로서 아무런 도움이 돼주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싶었다는 마음을 전했다. “나도 어른으로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고, (세월호)관계자들을 취재하면서 좀 더 확신이 들었다”며 “가수라면 노래를 했을 거고 소설가라면 글을 썼을 거다. 나는 상업영화 감독이라서 상업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시작 만큼은 분명히 긍정적으로 읽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가적인 참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관객들이 ‘악질경찰’을 외면하는 태도는 이미 누적관객수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같은 날 개봉한 영화 ‘돈’(감독 박누리,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사나이픽처스・영화사 월광)과 관객수면에서 약 10배나 벌어졌기 때문이다. ‘악질경찰’이 어제(23일)까지 14만 3015명을 모은 반면 ‘돈’은 112만 284명이 관람했다.
‘악질경찰’은 부조리로 가득한 검경, 대기업을 저격하는 강렬한 메시지와 액션을 담아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또한 물컵 바닥에 가라앉은 마그네슘, 욕조에 갇힌 조필호의 모습 등 물과 관련된 장면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럼에도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 영화를 관람해달라고 응원을 보냈다.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 유경근 씨는 22일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악질경찰’을 본 평론가와 관객들 중 ‘이렇게 폭력적이고 쌍욕이 난무하는 청불 영화에 세월호 참사가 등장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나 보다. 그렇게 볼수도 있겠다 싶다”며 “그런데 그런 장면과 대사가 오히려 약해보이기까지 한다. 지난 정권에서 우리가 겪었던 온갖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것들에 비하면 말이다. 영화의 의도된 폭력성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야만적인 현실의 폭력에 더 분노하는 마음을 갖고 극장을 나서면 좋겠다”고 영화를 응원했다.
또한 개봉하는 영화 ‘생일’에 대해서도 “영화 ‘생일’ 많이 봐달라. 힘드시겠지만 직면해주시면 좋겠다”며 “‘유가족들이 불쌍하구나’를 넘어 세월호 참사가 왜 304개의 사건인지 느끼시면 좋겠다. 그리고 피해자들을 격려해주시면 더 좋겠다. '끝까지 함께 할 테니 떳떳하게 나서서 진실을 밝히고 세상을 바꾸라'고 (응원해달라)”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관객들이 불편해하는 부분은 검찰과 경찰, 대기업의 비리를 다루면서 굳이 왜 세월호 참사와 단원고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느냐는 점이다. 감독의 눈으로 보자면 고등학생 미나가 학교와 어른들에게 반감을 갖고 삐뚤어지기 위해선 타락한 어른들의 ‘개싸움’이 필요했다. 그 중심에 국가적 시스템의 부재가 낳은 참사의 피해, 2014년~2015년 안산이 필요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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