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눈이 부시게' 오늘을 살아가세요"..김혜자가 전한 아름다운 인생 [종합]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9.03.19 22: 56

‘눈이 부시게’ 김혜자의 인생은 불행했지만, 그 기억마저도 자신을 지금까지 버티게 해준 힘이었다.
19일 오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 12회에서는 혜자(김혜자 분)의 슬펐어도 모든 순간이 눈부셨던 기억의 퍼즐이 맞춰졌다.
혜자는 며느리(이정은 분)를 알아보지 못했다. 대상(안내상 분)은 어머니와의 과거 기억을 떠올렸다. 과거 혜자(한지민 분)는 어린 아들을 냉정하게 훈육했다. 길에 쓰러진 대상을 보고 “일어나”라며 차갑게 말한 후 돌아섰고, 미용실 일로 바빠 대상을 돌보지 못했다. 대상은 늦은 밤 축구공을 주우러 갔다가 차 사고로 다리를 절게 됐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다가 한 아이의 머리를 돌로 내리치기도. 대상은 “그 이후로 아이들은 날 놀리지도 않았고 곁에 오지도 않았다. 집에서도 나는 철저히 혼자였다”며 회상했다.

사춘기 시절 대상은 혜자에게 “엄마는 내가 싫지? 내가 귀찮지? 엄마는 내가 확 죽었으면 좋겠지? 엄마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냐?”며 서운함을 털어놨다. 혜자는 “불쌍이 밥 먹여주냐. 돈 주냐. 그럼 불쌍하다고 해주겠다. 다 먹고 설거지 해놔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상은 “다친 다리 때문인 건지 엄마에 대한 원망 때문인 건지 나의 사춘기는 유난히 길고 질겼다”며 회상했다.
준하는 “사실 아기랑 둘이 있는게 어색하다. 내가 아버지한테 받고 자란 게 없어서 그런지 어떻게 사랑하는게 모르겠다. 내가 혹시 실수라도 해서 아기가 잘못될까 봐 걱정된다”며 마음을 털어놨다. 혜자는 “나도 엄마는 처음이다. 좋은 부모가 되도록 같이 노력하면 되는 거다”며 준하를 다독여줬다. 이어 혜자랑 준하는 대상이를 함께 목욕시켰다. 준하의 손을 잡은 대상을 보며 혜자는 “예쁘지? 가족이 된 거야 우리”라고 말했다. 준하는 혜자에게 “고마워. 뭔가 이제야 날 평생 괴롭히던 문제를 풀어낸 느낌이야”라며 마음을 전했다. 혜자는 “내가 뭘. 나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 장해 진짜”라며 준하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준하의 아버지는 술에 취해 집에 찾아왔다. 이에 준하는 “전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고 한 여자의 남편이기 때문에 가정을 지키기 위해선 모든 일을 할 거다. 그리고 할 수 없는 일을 할지도 모르겠다. 돌아가시라”며 아버지를 쫓아냈다. 그런 준하의 등을 혜자가 쓰다듬어줬다.
대상은 외숙모에게 “엄마가 시계에 과민 반응을 한다”며 시계에 대해 물었다. 외숙모는 대상에게 “그 인간 어딨어. 그 인간 아직 살아있어?”라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과거 결혼기념일이었다. 준하는 “오늘 간만에 나가서 외식할까? 내가 오늘 기필코 일찍 들어오겠다”고 약속했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경찰서에서 고문을 당하다가 끝내 숨을 거둔 것. 집에는 준하의 사망 통지서가 도착했다. 경찰서에서는 조사 중에 폐렴 증세가 있었다는 변명만 들을 뿐이었다. 혜자는 “시계가 없다”며 울부짖었고 담당 형사의 손목에 준하의 시계가 걸려 있었다. 몸싸움 중에 담당 형사의 손등에 혜자의 손톱이 닿아 상처를 냈다.
늙어버린 당시 형사는 뒤늦게 혜자의 병실에 찾아와 시계를 돌려줬다. 그러나 혜자는 시계를 다시 형사에게 쥐어줬다. 혜자는 “나의 인생이 불행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억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신과 행복했던 기억부터 불행했던 기억까지 그 모든 기억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기억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기만 합니다. 당신이 죽었던 날보다도 지금이 당신을 잊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더 무섭습니다”라며 회상했다.
혜자는 제사날 준하의 영정 사진을 보며 “당신은 어째 해가 바뀌어도 나이를 안 먹네. 곱다 고와. 거기는 어때요? 꿈결에도 한번 안 나오는 걸 보면 좋긴 한가 보네. 당신이 좋아하던 시계 가져오려다 그만 뒀어요. 서운해요? 미안해요. 시계 못 가져와서. 그리고 평생 외로웠던 사람 혼자 가게 해서 미안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혜자는 눈이 오는 날 사라졌고, 눈을 쓸고 있는 상태로 대상에게 발견됐다. 혜자는 “우리 아들이 미끄러진다”고 말했다. 대상을 위해 새벽마다 눈이 오는 날 길을 쓸었던 것. 대상은 “아들은 그거 모른다”고 말했으나 혜자는 “몰라도 된다. 우리 아들만 안 미끄러지면”이라며 웃었다. 대상은 혜자를 안아주고 손을 잡아주며 “이제 그만 쓰셔도 된다. 아드님 한번도 안 넘어졌다. 눈 오는 날 한 번도 넘어진 적 었다고 한다”며 눈물을 흘렸고, 혜자는 “정말이냐. 다행이다”며 기뻐했다. 대상은 “엄마였어. 평생 내 앞의 눈을 쓸어준 게 엄마였어”라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대상은 경비일을 그만두고 혜자를 모시고 시골로 내려가겠다고 했다. 며느리도 함께 가겠다며 부동산에 미용실을 내놨다. 혜자는 대상마저 알아보지 못하게 됐지만, 대상은 "생각 안 나는 건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행복했던 시간만 기억하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살면서 언제가 제일 행복하셨냐"는 질문에 혜자는 "대단한 날은 아니고 나는 그냥 그런 날이 행복했다. 온 동네에 밥 짓는 냄새가 나면 나도 솥에 밥을 안쳐놓고 그때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던 우리 아들 손을 잡고 마당으로 나간다"며 노울을 대상, 준하와 함께 바라봤던 날을 떠올렸다. 대상은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다. 어머니는 어쩌면 당신이 가장 행복한 순간에 살고 계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눈이 부시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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