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 박정민, 영역을 넓혀가는 그를 보는 재미[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2.20 18: 32

 배우 박정민은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외유내강, 공동제작 필름케이)에서 미스터리한 정비공 정나한 역을 맡았다. 
한줄 짜리 줄거리 설명을 보면 신흥 종교 집단을 쫓는 종교문제연구소 박목사(이정재 분)가 주인공인 듯 보이나 영화를 보고 나면 전체를 이끌어가는 건 박정민이 연기한 나한 캐릭터다. 물론 관찰자의 관점에서 박목사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한 배우 이정재의 연기 내공은 무시할 수 없을 터.
해안스님(진선규 분)과 전도사 요셉(이다윗 분)의 도움을 받아 신흥종교 사슴동산을 추적하는 박목사의 행보에 중요한 영향,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건 바로 나한이다. 

‘사바하’는 1999년 강원도 영월에서 쌍둥이 자매가 태어나는 장면으로 강렬하고 섬뜩하게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을 비롯해 쌍둥이의 부모는 첫째 아이가 금방 죽을 것 같다며 이름조차 지어주지 않고 ‘그것’이라 부르며 방치한다. 그것의 동생 금화(이재인 분)는 뱃속에서 언니에게 다리를 물어뜯긴 탓에 장애아이로 자랐다.
쌍둥이 자매의 부모가 죽자 아이들을 도맡아 키우게 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그것' 때문에 한 마을에 정착하지 못하고 수시로 이사를 다니며 사람들을 피한다. 태어나자마자 죽을 것으로 예상됐던 그것은 동생 금화처럼 16세를 맞이했다.
박 목사는 종교문제연구소를 차려놓고 사이비 종교를 몰아내는 데 힘쓰는 척하지만 알고 보면 돈벌이가 우선인 사기꾼. 박목사가 쫓게 된 사슴동산은 석가모니가 제자들을 데리고 성불을 했었다는 리얼리티를 살렸지만 장재현 감독이 불교와 기독교적 성향을 적절하게 배합한 가상의 종교이다. 하지만 스님과 교수진에게 자문을 구해 신빙성을 높이려 했다.
박목사는 스님들을 만나 사슴동산의 비리를 파헤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다 해안스님으로부터 사슴동산의 ‘경전’을 찾으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받고 금화의 주변을 맴도는 음흉한 나한을 추적하며 결국 사슴동산의 실체를 접한다. 
‘사바하’는 모태 기독교인 장재현 감독의 신앙을 기반에, 불교적인 세계관을 소재로 다룬 오컬트 영화이다. 종교 영화는 아닌데 신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불교적 요소들은 금화와 그것, 나한의 전사(前史)를 이해하는 동시에 공포와 서스펜스를 구축한다.
 
박목사를 통해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영화의 핵심인 나한을 통해 어떤 것에 평생 충성한 인간의 믿음과 내면 갈등, 배신을 표현했다. 
오컬트 미스터리 범죄 영화의 중심에 선 박정민의 존재감이 처음부터 끝까지 돋보인다. 박정민은 유약한 내면을 가진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렸다. 그가 30대 믿고 보는 배우의 대열로 들어섰음을 분명하게 증명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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