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관객의 몫"..'엄복동' 정지훈x이범수, 이 영화를 만든 진짜 이유(종합)[Oh!쎈 현장]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2.19 18: 46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개봉을 앞둔 가운데, 배우 이범수는 주연 및 제작자로 참여했고, 정지훈은 타이틀롤 엄복동으로 분해 열연했다. 두 사람은 이 영화의 의미를 언급하면서, 함께 손을 잡고 의기투합한 이유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19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김유성 감독을 비롯해 주연 정지훈, 강소라, 이범수, 이시언 등이 참석했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며,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엄복동을 내세웠다. 그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승리를 거두며 암울했던 조선에 희망이 된 인물이다. 곧 다가오는 3·1절과 올해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기에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하는 이 영화가 갖는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1990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한 이범수는 배우 생활 30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 제작자로 변신했다. 
이범수는 극 중 일미상회의 사장이자 엄복동의 스승 황재호를 연기했다. 전 애국단 멤버로, 현재는 은밀하게 애국단을 후원한다. 누구보다 독립을 간절히 소망하지만 일본군 한 명을 죽이는 것보다 백성 한 명의 마음을 얻는 것이 진정한 독립을 위한 길이라 생각하는 인물로, 백성들의 자긍심을 되찾아주려고 자전차 선수를 육성한다. 
배우와 제작자 역할을 동시에 소화한 그는 "배우로서 작품에 임할 땐 주어진 역할, 주어진 인물에 대한 것만 연기했는데, 감히 제작이라는 타이틀을 맡아서 작품에 임하니까 전체적인 것들을 봐야하더라. 배우고 느낀 게 많다. 배우로 임할 때보다 더더욱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감독, 스태프, 배우 한 분, 한 분의 노고 등 이번 작품을 통해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배우게 됐다"고 밝혔다.
'엄복동'의 시작은 지난 2003년이다. 감독의 초고를 시작으로 16년 만에 세상에 나오게 됐다. 
김유성 감독은 "2003년도에 시나리오 초고를 쓰면서 시작됐고,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그 시기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모르고 있더라. 엄복동에 대한 이야기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일화를 말씀해주셨고, 그래서 쓰게 됐다. 영화 속 허구와 팩트는 엄복동이 자전거로 일제강점기 시기에 민족의 울분을 풀어주고, 자긍심을 회복시켜줬다는 부분이다. 신문에 나타난 기사는 팩트이면서 사실이고, 그 외에 영화적 장치는 만들어서 허구로 창작된 이야기"라고 말했다.
실존 인물을 영화로 만들면, 게다가 일제강점기 시대를 가져왔다면 애국주의 마케팅, '국뽕' 논란 등은 자주 불거진다. 감독과 제작자 이범수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제작 단계부터 신경 썼다고. 
김유성 감독은 "영화의 중심적인 이념은 일제,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것이다.  신채호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고. 과거의 인물 엄복동을 소환했지만 과거에 머물러있지 않고 현재와도 호응한다고 생각한다. 3.1 운동을 비롯해 자발성 5.18 운동, 자발성 6.10 항쟁 등 그렇다면 국뽕이 무엇이고, 신파가 무엇인지, 국뽕과 신파가 지양돼야 하는 것인지, 이참에 얘깃거리가 돼 관람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단순히 소비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는 얘깃거리가 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범수는 "엄복동을 통해서 감독님과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기에도 희망을 심어준, 자긍심을 심어준 순박한 청년 그 자체다. 이 순박한 청년이 민족에게 희망을 주고 커다란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을 사는 누구든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때, 미래가 더욱 희망적이지 않을까 싶다"는 답변을 내놨다. 
제작자 이범수와 손잡은 정지훈은 영화에서 가난한 물장수에서 조선의 희망이 된 자전차 영웅 엄복동을 맡아 열연했다. 
극 중 평범한 물장수 엄복동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경성으로 떠나고, 오직 우승 상금을 얻으려고 일미상회 자전차 선수단에 가입한다. 신인답지 않은 빼어난 자전차 실력으로 일미상회 사장인 황재호의 눈에 띄고, 처음 출전한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일본 대표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다. 첫 우승을 발판 삼아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엄복동의 승리 소식은 빼앗긴 땅에 희망의 싹을 틔우고, 우승 그 이상의 사명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정지훈은 "이범수 선배님이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고 해서 읽어봤고, 사실 허구의 인물인 줄 알았는데 실존 인물이더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런 분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영화에 참여한 이유를 공개했다.
그는 대중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받는 엄복동과 자신을 비교하는 질문에 "감히 그 부분에서 비슷하다고 하면 내가 너무 초라하다"며 손사래쳤다. 이어 "일제강점기 시절에 민족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지켜낸 분과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그래서 꽤 공부를 많이 했다. 엄복동 선생님이 순진하고, 자전거밖에 모르는 분인데, 큰 일을 해내셨다. 그런 이유로 더욱 공부를 많이 했다. 최선을 다해서 찍었는데, 판단은 관객분들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정지훈은 "우리 영화는 뭔가 큰 의미를 전달하기보단 유관순 열사 그런 분들은 꼭 알고 되새기면서 살아가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엄복동 선생님은 이를테면 손기정 선생님만큼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어떠한 애국심을 자극하거나 이런 것보단 그냥 사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독립 투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가족들끼리, 남녀노소 무언가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화가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엄복동 개인을 두고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부분에 대해 김유성 감독은 "여러 제기된 이슈는 시나리오를 쓰면서는 알지 못했다.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하면서 취재 도중 알게 됐다. 그런데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이 인물에 대해 더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자전차왕 엄복동'은 시리즈물의 첫 번째 이야기, 성장의 이야기라면 그 이후 이야기까지 한 번 다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범수 역시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꼼꼼히 검증하고, 고증을 통해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부족한 점이 있다면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빌어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전차왕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희망을 잃은 시대에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제패한 엄복동의 업적을 소재로 당시 나라를 위해 몸 바친 독립군들의 활약을 픽션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오는 27일 개봉./hsjssu@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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