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 NO"..'엄복동' 정지훈부터 강소라, 순박한 청년이 전하는 희망 [종합]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9.02.19 17: 46

정지훈, 강소라, 이범수, 이시언 등이 참여한 '자전차왕 엄복동'이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끝냈다.  
19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김유성 감독을 비롯해 주연 정지훈, 강소라, 이범수, 이시언 등이 참석했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희망을 잃은 시대에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제패한 엄복동의 업적을 소재로 당시 나라를 위해 몸 바친 독립군들의 활약을 픽션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김유성 감독은 "2003년도에 시나리오 초고를 쓰면서 시작됐고,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그 시기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모르고 있더라. 엄복동에 대한 이야기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일화를 말씀해주셨고, 그래서 쓰게 됐다. 영화 속 허구와 팩트는 엄복동이 자전거로 일제강점기 시기에 민족의 울분을 풀어주고, 자긍심을 회복시켜줬다. 신문에 나타난 신문 기사 팩트는 사실이고, 그 외에 영화적 장치는 만들어서 허구로 창작된 이야기다"고 밝혔다.
정지훈은 극 중 가난한 물장수에서 조선의 희망이 된 자전차 영웅 엄복동을 맡아 열연했다. 평범한 물장수 엄복동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경성으로 떠나고, 오직 우승 상금을 얻으려고 일미상회 자전차 선수단에 가입한다. 신인답지 않은 빼어난 자전차 실력으로 일미상회의 시장인 황재호의 눈에 띄고, 처음 출전한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일본 대표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다. 첫 우승을 발판 삼아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엄복동의 승리 소식은 빼앗긴 땅에 희망의 싹을 틔우고, 우승 그 이상의 사명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대중들에게 기쁨을 주는 직업인데, 엄복동을 연기하면서 녹여낸 게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지훈은 일단 "이범수 선배님이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고 해서 읽어봤고, 사실 허구의 인물인 줄 알았는데 실존 인물이더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런 분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입장에서 표현해내기 비슷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감히 그 부분에서 비슷하다고 하면 내가 너무 초라하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민족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지켜낸 분과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그래서 꽤 공부를 많이 했다. 엄복동 선생님이 순진하고, 자전거밖에 모르는 분인데, 큰 일을 해내셨다. 그런 이유로 더욱 공부를 많이 했다. 최선을 다해서 찍었는데, 판단은 관객분들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소라는 조선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건 애국단 행동대원 김형신을 연기했다. 돌아가신 군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애국단의 행동대원이다. 아버지의 친구인 황재호를 따르면서도 자전차 대회 승리가 독립의 또 다른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믿는 그의 생각에 의구심을 갖지만, 엄복동의 무패행진 소식에 점차 힘을 얻는 민중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된다.
김형신의 롤모델에 대해 강소라는 "허구의 인물이라서 롤모델을 삼은 인물은 없지만, 서대문 형무소에 갔을 때 '내가 만약 저 시대에 살았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오직 복수를 위해서, 일반인인데 의지를 가지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액션 장면이 많았던 강소라는 "무술 감독님이 잘 달리고, 잘 구르고, 그러면서도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는 방법을 훈련시켜 주신 것 같다"고 했다.
이범수는 일미상회의 사장이자 엄복동의 스승 황재호를 연기했다. 전 애국단 멤버로, 현재는 은밀하게 애국단을 후원한다. 누구보다 독립을 간절히 소망하지만 일본군 한 명을 죽이는 것보다 백성 한 명의 마음을 얻는 것이 진정한 독립을 위한 길이라 생각하는 인물로, 백성들의 자긍심을 되찾아주려고 자전차 선수를 육성한다. 이번에 영화 주연과 함께 생애 처음으로 영화 제작에도 나섰다. 
이범수는 "배우로서 작품에 임할 땐 주어진 역할, 주어진 인물에 대한 것만 연기했는데, 감히 제작이라는 타이틀을 맡아서 작품에 임하다보니까 전체적인 것들을 봐야하더라. 배우고 느낀 게 많다. 배우로 임할 때보다 더더욱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감독, 스태프, 배우 한 분, 한 분의 노고 등 이번 작품을 통해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지훈, 강소라, 이시언 동료 배우들에 대해서 "지훈 씨는 고급스럽고 셀럽 이미지는 익히 알고 있는데, 그 이면에 소탈하고 순박한 게 있더라. 감독님과 상의 끝에 러브콜을 했는데 흔쾌히 임해줘서 감사하다. 강소라, 이시언 씨도 마찬가지다. 함께 호흡을 맞춰서 좋았고, 나도 동료 배우지만 후배들한테 배운 점도 많다"고 했다.
이시언은 일미상회 소속 자전차 선수이자 엄복동의 절친 이홍대를 맡았다. 엄복동과 악연으로 시작했지만, 우연한 계기로 일미상회에 함께 입단하고, 둘도 없는 절친이 된다. 이후 누구보다 엄복동의 우승을 응원하는 마음 착한 친구다.
김유성 감독은 "이시언 만큼은 자유롭게 연기하라고 했고, 이시언의 자유분방함이 무척 마음이 들었다. 정확한 연기를 할 줄 모른다는 얘기가 아니다. 정확한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자유로운 연기를 할수 있다고 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이시언은 "감사하다"며 웃었다.
애국주의 마케팅, '국뽕' 주의 우려에 대해 김유성 감독은 "영화의 중심적인 이념은 일제,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것이다.  신채호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내일은 없다고. 과거의 인물 엄복동을 소환했지만 과거에 머물러있지 않고 현재와도 호응한다고 생각한다. 3.1 운동을 비롯해 자발성 5.18 운동, 자발성 6.10 민주화 운동 등 그렇다면 국뽕이 무엇이고, 신파가 무엇인지, 국뽕과 신파가 지양돼야 하는 것인지, 이참에 얘깃거리가 돼 관람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단순히 소비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는 얘깃거리가 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범수는 "엄복동을 통해서 감독님과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기에도 희망을 심어준, 자긍심을 심어준 순박한 청년이다.  이 순박한 청년이 민족에게 희망을 주고 커다란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사는 누구에게든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때 미래가 더욱 희망적이지 않을까 싶다"며 제작자로서 답변했다. 
김유성 감독은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부침도 많았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의외로 마음이 담담하다. 영화가 개봉하고 관객들이 스크린 속 영화를 볼때까지 과정이 남아 있다. 엄복동이 살아가는 기쁨을 주고, 이 영화로 인해서 자신의 삶이 조금이라고 변화될 수 있다면 연출자로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강소라 "실제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아서 공감을 100%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단순하게 치부하기엔 나한텐 너무 진지했다. 내가 그 시대에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정지훈은 "우리 영화는 뭔가 큰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유관순 열사 그런 분들은 꼭 알고 되새기면서 살아가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엄복동 선생님은 이를 테면 손기정 선생님만큼 우리가 꼭 알아야할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어떠한 애국심을 자극하거나 이런 것보다는 그냥 사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독립투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가족들끼리, 남녀노소 무언가 얘기를 할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자전차왕 엄복동'은 오는 27일 개봉한다./hsjssu@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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