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천만 배우 황정민, 21세기 '오이디푸스' 만났다 [Oh!쎈 리뷰]
OSEN 김나희 기자
발행 2019.02.07 13: 55

혹독한 운명의 길을 걸어야 했던 남자 오이디푸스. 배우 황정민이 연기한 그는 그 어떤 이보다 처절했으며 안타까웠고, 그래서 더 인간다웠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오이디푸스'는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였던 소포클레스의 원작을 충실히 따랐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해 그 사이에서 자식을 둘 것이라는 신탁을 받은 오이디푸스가 신에게서 받은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비극적 이야기를 그린 것.

황정민은 이러한 오이디푸스를 너무나 처절하면서도 뜨겁게 표현해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는 고전의 벽을 깨부수고 인간 오이디푸스의 고뇌와 절망을 21세기 현실 속에 녹여냈다. 그러면서 인간의 삶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운명임을, 그래서 더 의지를 가지고 걸어 나가야 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특히 황정민의 오이디푸스는 코러스들과 극을 이끌며 그로테스크함을 더해준 코러스 장 역의 박은석, 오이디푸스 못지않게 비극적 운명을 살아야 했던 이오카스테 역의 배해선, 이 모든 신탁을 예언하는 테레시아스 역의 정은혜 등 원캐스트로 이뤄진 배우들과의 연기 시너지를 통해 더욱 완성도 높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더불어 극 곳곳에 숨겨진 세심한 연출, 과거 회상으로 미스터리함을 배가시킨 스토리, 감각적인 무대 장치가 어우러져 21세기 '오이디푸스'만의 매력을 배가시켰다는 평. 그중에서도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찌를 때의 핏빛 절규와 지팡이에 의지해 관객석 안으로 걸어가는 마무리는 깊은 여운과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이에 관객들은 단순히 고전의 재연이 아닌, 현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묵직한 90분을 선사한 황정민·서재형 사단에게 기립박수로 화답한 상황. 또한 '해롤드 앤 모드', '로미오와 줄리엣', '리차드 3세', '오이디푸스'의 뒤를 이를 다음 작품에 벌써부터 관심을 쏟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14세 이상. 총 100분. / nahee@osen.co.kr
[사진] 샘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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