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유나 감독 "'택시운전사' 시나리오 마치고 곧바로 '말모이' 작업했다"[Oh!커피 한 잔②]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1.22 07: 00

 (인터뷰①에 이어) 극장 직원이던 판수(유해진 분)가 일자리를 잃자 아들 덕진(조현도 분)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 선생(김홍파 분)이 소개해준 곳을 찾아간다. 하필이면 그곳이 가방을 훔치려다 실패했던 정환(윤계상 분)이 대표로 있는 조선어학회였다.  
정환은 전과자에다 글을 모르는 판수를 채용하는 것에 반대하지만, 이미 화려한 말솜씨로 회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판수는 한글을 익히는 조건으로 취직에 성공한다. 정환과 첫 만남이 좋지 않았던 판수는 티격태격 날을 세우지만 한글을 공부하고 본격적으로 우리말을 모으는 사전 편찬 작업에 투입되면서 적극적으로 헌신한다.
영화는 1940년대 조선어학회 사건을 영화적으로 각색했다. 일본은 조선어학회가 한글 사용 금지 정책을 어겼다는 이유로 조선어학회 한글학자 33인을 체포했다. 이들은 고문을 받던 끝에 16명이 수감됐고, 12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수감된 한글학자들은 1945년 광복과 함께 석방됐으나 옥고를 치르던 중 2명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말모이’(감독 엄유나,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더램프)는 배우 유해진의 코믹 연기가 빛을 발한 작품이다. 적재적소에 배치된 유해진표 연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미혼임에도 두 아이를 둔 아버지의 부성애를 맛깔나게 표현해 눈물샘을 자극한다. 윤계상 역시 엘리트 지식인 정환의 감정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말모이’는 실화를 기반으로 했지만 정환과 판수라는 인물은 감독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캐릭터다. 유해진이 판수를, 윤계상이 정환을 맡았다. 엄유나 감독이 2016년 8월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을 종료하기까지 총 2년 4개월이 걸렸다. 
엄유나 감독은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택시운전사’의 시나리오를 마치고 중간에 다른 걸 쓰다가 잘 안됐다. 곧바로 ‘말모이’의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초반부는 판수와 정환의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판수는 한글을 익히고 맡은 일을 성실히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환은 판수를 오해해 평행선을 달린다. 결국 서로에 대한 감정의 벽을 무너뜨린 두 사람은 믿고 의지하는 동지로 발전해 말모이 작업에 전력을 다한다. 
엄유나 감독은 “판수가 변화된 지점을 (독서하는) 그 순간이라고 짚을 순 없을 것 같다. 저는 (판수가 조선어학회와 정환에게)스며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이야기를 쓰고 인물을 만들면서 ‘서로에게 스며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판수가 우리말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도, 조선어학회 사람들이 시대의 아픔과 울분을 토로하면서 같이 고민을 나누는 것도 서서히 스며 드는 것처럼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이어 엄 감독은 “판수가 한글을 깨우치고 책을 읽으면서 정환의 아픔을 이해했을 거다. 여러 단계들이 모여서 거기까지 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며 “더불어 두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이름을 남겨 주고 싶어서, 부모의 마음으로 우리말 사전 작업에 최선을 다한 거다”라고 전했다.
‘말모이’는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험한 세상을 버티도록 응원해주는 영화다.
“제 첫 작품이다 보니까 모든 것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무사히 관객들을 만나고 나면 그때가서 차기작을 생각해볼 것 같다. 저는 영화 자체를 좋아한다. 아직은 다음 영화로 어떤 얘기를 할지 모르겠다. 솔직한 심정은 나이가 들어서도 영화를 하고 싶다는 거다.(웃음)”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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