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모이' 감독 "까막눈 판수=유해진, 다른 배우 생각 안 났다"[Oh!커피 한 잔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1.22 07: 00

 까막눈으로 이 일 저 일하며 살아가다 난생 처음 한글을 배우게 된 판수(유해진 분)는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 분)과 회원들을 도와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일에 힘쓴다. 전국 팔도 사투리 모으기 작업에 난항을 겪던 중, 판수는 감옥소 동기들을 데리고 위풍당당하게 회원들의 앞에 나타난다. 
판수는 혼자서 멀리 가기보다 늦더라도 함께 하는 연대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가슴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더램프)는 국내 최초 한국어 사전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 9일 개봉해 13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230만 6913명(영진위 제공, 22일 기준)의 관객을 돌파했다. 믿고 보는 배우 유해진과 윤계상이 재회한 데다 최초의 우리말 사전을 만든다는 흥미로운 소재가 통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택시 운전사’(감독 장훈)의 시나리오를 쓴 엄유나 작가의 감독 데뷔작이다.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일제 강점기, 감옥소 출신 판수가 아들의 등록금을 벌기 위해 조선어학회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올곧은 정환을 만나 함께 비밀리에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엄유나 감독은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주시경 선생과 조선어학회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만 있었는데 말모이 작전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데 동참했었다는 사실에 감명 받았다 “(감시와 통제가 심했던)일제 강점기에 우리말을 모았다는 사실이 크게 와 닿았다. 그것에 마음이 움직여서 제가 받은 감동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각본을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엄 감독은 “‘택시 운전사’에 이어 ‘말모이’를 쓰면서 사람들이 함께 하는 모습이 좋았다. 저는 함께 어려움을 나누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항상 그런 얘기를 하고 싶어했던 거 같다”고 기획의도를 덧붙였다. 
주인공 판수와 정환은 실존인물 같지만 모두 가상의 인물이다. 영화 시나리오를 위해서 감독이 만들어낸 캐릭터. 
엄 감독은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싶었다. 그래서 까막눈에 소매치기인 판수를 생각했다”며 “판수 역에는 말의 재미를 아는 사람, 말을 맛깔나게 하는 배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해진 선배가 평범한 대사 한 줄도 생동감을 넣어 차지게 표현하는 사람이지 않나. 유해진 배우를 까막눈 판수 역에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배우는 생각이 안 났다. 그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쓰니 도움을 받았다”고 캐스팅 과정을 전했다.
이어 그는 “제가 신인 감독인 데다 이 영화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어려운 이야기였기 때문에 유해진 선배님이 출연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결정해주셔서 고마웠다. 덕분에 촬영장에서도 항상 즐겁게 웃으면서 했다. 선배님이 따뜻하게 대해주셨다”라고 유해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엄 감독은 유해진의 연기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애드리브라고 생각하시는데 즉흥연기가 아닌 준비된 연기를 한다”며 “이 영화를 같이 하면서 많이 노력하고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나리오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배우다. 즉흥적으로 튀어나온 것도 마치 원래 대사처럼 만든다”고 극찬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영화 스틸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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