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로 일관한 전명규, 오히려 '의구심'만 키웠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9.01.21 16: 35

빙상계 적폐의 배후로 지목된 전명규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열었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하며 의구심만 키웠다.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은 21일 오후 서울올림픽파크텔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전했다. 전명규 부회장은 빙상계 적폐의 배후로 지목돼 고심 끝에 공식석상에 섰다고 했다.
젊은 빙상인 연대와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재범 전 쇼트트랙 코치가 전 부회장의 전횡과 비위를 공개하며 코너에 몰렸다. 전명규 부회장은 조재범 전 코치를 고소한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한국체대)의 성폭력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조재범 코치는 손혜원 의원에게 보낸 옥중서신을 통해 전명규 부회장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심석희의 성적이 좋지 못할 때마다 전명규 한체대 교수의 폭언과 폭행이 이어졌다는 게 서신의 주된 내용이다.

젊은 빙상인 연대와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빙상계의 적폐를 뿌리 뽑기 위해선 전명규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가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전명규 교수가 지인의 딸이 대한항공에 입사할 수 있도록 '채용 청탁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전명규 부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대부분의 의혹을 부인했다. 불리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알 수 없다”, “모른다”로 일관했다. 전 부회장은 성폭력 은폐, 축소에 대해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로 조 코치가 석희를 상습적으로 폭행해 왔다는 것도 몰랐다. 석희는 어렸을 때부터 조 코치에게 배웠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대표팀 소속으로 선수촌에 있어 상황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코치의 옥중서신에 대해서는 “거짓이라고 생각한다”며 조 코치를 폭언, 폭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채용 청탁 문자 의혹에 대해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 대한항공에 누구를 취직시키려고 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 취재진이 문자를 갖고 있다며 증거로 제시하자 "청탁한 것은 아니다"며 또다시 발뺌했다. 조재범 코치와 관련된 녹취록에 대해서도 “과격한 표현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전체적인 부분을 보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전 부회장은 심석희가 폭행을 당한 이후 기자회견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막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평창 올림픽에 집중할 때니 나중에 해도 되지 않느냐고 했다”며 의혹을 피해갔다. 손혜원 의원이 공개한 문자 메시지에 대해서는 "기사를 못 봐서 말씀드리기가 힘들다”고 했다. 제자로 있는 지도자들이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관련 내용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김재열 전 대한빙상연맹 회장(제일기획 사장)을 국제빙상연맹 상임위원으로 만들기 위해 내부 관계자와 내부 정보를 주고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기억을 못하겠다”며 곤란한 상황을 빠져나갔다.
전명규 부회장은 코너에 몰리자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을 돌려세우려 했다. 그러나 '모르쇠'로 일관하며 없던 의구심도 키운 꼴이 됐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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