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이름은 장미' 유호정 "'써니' 이후 8년..제게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Oh!커피 한 잔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9.01.09 17: 41

 배우 유호정(51)이 이달 16일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감독 조석현, 제공 미시간벤처캐피탈, 배급 리틀빅픽처스, 제작 엠씨엠씨)를 통해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써니’(감독 강형철) 이후 8년 만의 원톱 주연작이다. 이번에도 엄마 역할을 맡아 모성애를 과시했지만 앞선 작품들과는 결이 다르다. 
‘써니’에서는 돌아갈 수 없는 학창시절의 추억과 동창 친구들의 우정과 의리에 집중했지만 ‘그대 이름은 장미’는 가슴 속에 꿈과 사랑을 키우고 있는 청춘의 단면,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식을 잘 키우기 위해 애쓰는 엄마의 모성애를 표현했다.
‘그대 이름은 장미’는 지금은 평범한 엄마 홍장미(유호정 분) 앞에 첫사랑 유명환(박성웅 분)이 나타나고 그녀의 감추고 싶은 과거가 강제 소환 당하며 펼쳐지는 과거 추적코미디를 표방한다. 유호정이 연기한 홍장미는 1970년대 후반 최순철(오정세 분)과 함께 한창 잘 나가는 가수가 될 뻔한 재능 많은 숙녀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를 겪는다.

유호정이 딸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두려울 것 없이 희생하는 우리네 엄마로 탈바꿈했다. 화려한 현재를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자식을 향한 깊은 사랑과 모성애를 발휘한 것이다. 슬하에 1남 1녀를 키우고 있는 유호정의 모습과도 겹쳐지는 부분이다.
장미를 연기한 유호정은 9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전작 ‘써니’에서도 엄마의 역할이었지만 거기서는 우연히 친구를 만나 그녀의 찬란했던 과거를 돌아본 시간이었다. 거기서 엄마는 단순한 장치로써 그쳤다”며 “이번 작품은 현아의 엄마 홍장미로서 집중한다. 연기하면서 되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동안 해온 엄마 역할에선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면 이번엔 ‘우리 엄마가 이런 생각으로 나를 키웠구나’ 라는 마음으로 대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하면서도 내가 아니라, ‘우리 엄마가 이렇게 우리를 키웠구나’ 싶었다.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힘들었다”고 장미를 소화한 과정을 전했다. 
이 영화는 홍장미라는 여자를 중심으로 1978년부터 1997년까지 20여년 간의 세월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장미는 물론 명환과 순철 등 각각의 캐릭터들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과 특징을 담았기에 단순히 홍장미라는 인물의 삶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영화 초반에는 1970년대 후반 꿈 많은 홍장미(하연수 분)의 20대 시절을 보여준다.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가수가 되겠다는 목표와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그런 그녀의 꿈에 동반자가 돼준 소울메이트 최순철(최우식 분), 엄격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사랑을 키워가는 첫사랑 유명환(이원근 분)까지 이들의 삼각관계가 초반 풋풋한 재미를 챙겼다.
유호정은 “영화를 안 한 기간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다. ‘써니’ 이후 8년 만의 영화라고 하는데, 제게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며 “(관객들이 느끼기에)오랜 만에 나왔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행복하다.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기 때문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영화를 안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유호정은 “들어오는 작품들이 제가 조금 힘들어하는 자극적인 소재들이 많았다. 제가 감당하기 힘들어서 못했다. ‘이런 건 안 하겠다’는 느낌보다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는 시간이 오래걸릴거 같으면 ‘좋아도 내가 힘들어서 못할 거 같다’는 마음이 크다고 답했다.
후반부는 화려하고 치열한 20~30대를 보내고 난 후 엄마가 된 장미의 현재를 그린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 들기도 하지만 영화는 시간순으로 흘러간다. 하나뿐인 딸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장미와 친구 같은 딸 홍현아(채수빈 분), 이 모녀와 얽힌 명환과 순철의 인연이 가슴을 울린다. 장미와 현아 모녀를 통해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자식을 위해 희생하지만 엄마에게도 꿈과 사랑이 있었음을 전달한다.
이어 “하연수가 연기한 장미의 어린 시절을 보면서 '엄마 미소’를 지었다. 장미의 인생이 지치고 힘들었을 거 같은데, 결국 이겨내는 과정에 희망을 느꼈다. 그래서 우리 영화가 더 좋다. 상황적으로 보기엔 우울하고 암울하기도 하지만 장미의 첫사랑부터 가수를 꿈꾸는 모습이 만화처럼 예쁘게 포장돼서 나온 거 같다. 하이틴 소설 처럼 사랑스럽게 그려졌다는 느낌이다”라고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유호정은 “제가 따뜻한 스토리를 좋아한다. 어떤 작품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책장이 잘 안 넘어간다. 보면서 ‘아, 내가 이런 부분 얘기에 약하구나’ 싶다. ‘그대 이름은 장미’를 하면서는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캐릭터라 하면서도 행복했다. 저는 영화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내가 잘 소화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본다”고 작품 선택 기준을 전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리틀빅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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