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고 싶었어요”..’가버나움’ 자인, 12살 연기 천재의 절규 [Oh!무비]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9.01.08 17: 32

영화 가버나움’(감독 나딘 라바키)은 레바논 빈민가에서 출생 신고도 없이 태어난 12세 소년의 시련과 성장을 바라보는 영화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에 빛나는 ‘가버나움’은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가슴 아프게 관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가버나움’은 8일 언론배급시사회를 열었다. ‘가버나움’은 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12살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 분)이 부모를 고소하고 온 세상의 관심과 응원을 받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제 71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했으며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1차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는 자인이 재판을 받는 과정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자인은 누군가를 칼로 찔러서 5년형을 선고받은 소년범이다. 또 다시 법원에 선 자인은 부모를 고소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인이 부모를 고소하는 이유는 자신을 태어나게 했다는 이유다. 자인의 도발적인 말은 의아함이 들기도 하지만 영화가 진행 됨에 따라서 자인의 사연은 보는 사람을 납득하게 만든다. 

‘가버나움’ 속 자인의 삶은 지옥 그 자체다. 작고 여린 12살의 몸으로 셀 수도 없는 동생들을 돌보고 부모의 생계를 돕기 위해서 슈퍼마켓에서 배달일을 하고, 길거리에서 쥬스를 판다. 자인과 유일하게 마음이 통하는 사람은 한 살 동생인 사하르(하이타 아이잠 분) 뿐이다. 
자인은 자신의 삶을 소중히 하고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 학교 가는 것을 꿈꾸고, 동생인 사하르를 지키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자인이 남다른 점은 웃지 않는 다는 것. 자인은 시종일관 인상을 쓰고 화를 낸다. 무엇보다 자인은 자신에게 잘해주는 어른들을 믿지 않는다. 그 어떤 어른들의 호의도 거부하고 혼자 힘으로 모든 일을 해내기 위해서 애쓴다. 빼빼 마른 자인이 이를 악물고 살아 남기 위해서 세상과 싸우는 모습은 응원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의 가장 놀라운 점은 배우들의 연기다. ‘가버나움’에는 전문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다. 시리아 난민 소년인 자인 알 라피아와 라힐 역의 불법체류자 요르다노스 시프로우는 물론 자인의 동생인 사하르와 한살배기 요나스 역의 보루와티프 트레져 반콜 역시도 베이루트에서 캐스팅 됐다. 영화 보다 더 힘겨운 현실을 살아서일까. 배우들은 눈빛 하나만으로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다. 
‘가버나움’은 한 소년이 끝없이 이어진 불행의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영화다. 하지만 자인의 삶이 마냥 불편하고 슬프지는 않다. 자인만의 방식으로 난관을 해결하고 작은 행복을 만끽하는 모습이나 자인과 요나스의 묘한 형제애를 지켜보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진다. 
소년범 자인이 부모를 고소한 재판은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이 흘러간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관객들은 잠시나마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영화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매운 것을 먹으면 땀이 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가버나움’은 슬픔이 아니라 먹먹한 감동으로 관객을 적신다.
'가버나움'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pps2014@osen.co.kr
[사진] ‘가버나움’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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