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 '왕이된남자' 여진구, 어떻게 천만 '광해' 이병헌을 지웠나? [Oh!쎈 레터]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9.01.08 10: 22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9위에 올라 있는 영화를 안방으로 옮겨왔다. 부담감이 클 법도 한데 제작진의 자신감은 대단했고 주인공에 대한 믿음과 신뢰 덕분이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리메이크한 tvN 새 월화 드라마 ‘왕이 된 남자’의 주인공 여진구의 이야기다. 
7일 오후 9시 30분 첫 방송된 ‘왕이 된 남자'는 영화 '광해'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이다. 임금 이헌(여진구 분)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보다 더 닮은 광대 하선(여진구 분)을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스토리로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tvN 측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영화 원작이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몰이에 대성공했고 주인공 1인2역을 맡았던 이병헌이 압도적인 연기로 대체불가 존재감을 떨쳤기 때문. 묵직한 목소리와 선 굵은 마스크로 한 때 ‘리틀 이병헌’으로 불렸던 여진구이지만 이병헌의 아우라를 쉽게 떨치기 힘들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여진구는 ‘왕이 된 남자’ 첫 방송부터 폭주하는 임금 이헌과 익살스러운 광대 하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마음껏 연기했다. 같은 사람이 연기하는 거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전혀 다른 캐릭터를 변주해가며 시청자들의 오감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첫 방송에서 이헌은 아버지 선조(장혁 분)가 숨을 거두기 직전 “내 피 눈물로 지켜온 용상을 네 깟놈에게 물려준다 생각하니 분통이 터져 차마 눈을 감을 수가 없구나. 아우를 지켜주겠노라 약조하거라”라고 말하자 싸늘하게 “전하 부탁은 그리하는 게 아닙니다. 눈물로 애원하고 손이 발이 되게 비셔야지요”라고 말했다. 
왕위에 오른 이헌은 어린 대군이 역모를 꾸몄다는 이유로 궁에서 내쫓았고 결국 죽이고 말았다. 이후로 이헌은 죽은 동생이 꿈에 나타나거나 끝없는 살해 위협을 받으며 미쳐갔다. 그의 곁에 있던 도승지 이규(김상경 분)는 살인을 일삼고 궁녀들을 괴롭히는 등 폭주하는 이헌을 보며 상심에 빠졌다. 
속상한 이규는 기루에서 술을 마시다가 임금을 희롱하는 이야기로 좌중을 사로잡는 광대 하선을 봤다. 하선은 임금과 똑같은 얼굴의 주인공. 이규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고 납치해 임금 앞에 앉혔다. 이헌과 하선 모두 서로를 보고 깜짝 놀라긴 마찬가지. 이헌은 자신의 익선관을 광대 하선에게 씌워줬고, 곤룡포도 입어보라고 했다. 그리고는 "이놈, 제대로 놀지 못하겠느냐?"를 따라해보라고 했다. 하선은 머뭇거리다가 그대로 호통을 쳤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에 이헌은 하하하 웃고 말았다. 
방송 직후 ‘왕이 된 남자’ 엔딩은 ‘역대급’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탄탄하게 흘러온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도 좋았지만 여진구가 1인2역으로 완벽하게 만들어낸 엔딩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똑같은 얼굴, 똑같은 목소리지만 이헌과 하선의 눈빛은 전혀 달랐다. 이를 여진구가 섬세하게 연기하며 확실히 차별화를 둔 덕분이다. 
첫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여진구는 선배 이병헌에 대한 부담감에 관해 “저도 영화 ‘광해'의 팬이다. 처음엔 '내가 맡아도 될까'라고 고민했지만 '배우로서 이런 1인2역을 맡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싶으면서 그때부터 욕심이 생겼다. 영화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이어서 저도 연기해 보고 싶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옆에 있던 김상경은 “‘왕이 된 남자’가 여진구의 인생작이 될 거라고 본다. 성인 연기자가 된 이후 획을 긋는 작품이 될 거다. 여진구가 1인2역을 진짜 잘 소화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 드라마는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웰메이드”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대단했던 이병헌을 완벽하게 지운 더 대단한 여진구다. /cmet568@osen.co.kr
[사진] 왕이 된 남자,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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