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조동희 “푸른곰팡이 정신 안고 새 레이블 출범”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9.01.07 13: 04

[OSEN=김관명기자] 싱어송라이터 조동희의 수식어는 많다. 수식어가 왜 필요하냐고 묻지 마시라. 그 사람에 대한 한줄요약으로서 여전히 유용하니까. 어쨌든 조동희는 고(故) 조동진, 조동익의 여동생이고, 드라마 ‘시그널’에서 ‘행복한 사람’을 불렀던 주인공이며,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음악감독, 레이블 푸른곰팡이의 대표였다. 이런 그가 2018년 새해를 맞아 새 출발을 한다. 
지난달 19일 싱글 ‘12월의 하루’를 낸 조동희를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났다.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조동진 조동익 두 오빠에 대한 이야기, 인터뷰하는 날 유명을 달리한 봄여름가을겨울 전태관에 대한 이야기, 11월3일 일본 도쿄에서 있었던 한류OST 콘서트 이야기, 2018년에 낸 세 싱글에 대한 이야기 등등. 그러나 조동희는 새해 자신의 새 레이블을 출범한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었다. 
“이제 푸른곰팡이는 추억을 공유했던 사람들의 것으로 남겨두고 새해부터 새 레이블에서 출발해요. FYM(핌)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Free Your Mind’라는 뜻이죠.”

조동희와 푸른곰팡이의 사연을 이해하려면 하나음악, 그 이전에 조동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동진은 영화감독 고(故) 조긍하의 7남매 중 둘째로 쉐그린과 동방의 빛 기타리스트 및 작곡가로 활동하다 1979년 ‘행복한 사람’이 수록된 1집을 발매했다. 조동진은 이후 1980년대를 대표하는 레이블 동아기획 사단의 수장 역할을 했다. 들국화, 시인과 촌장, 장필순, 그리고 동생 조동익과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결성한 어떤날 등 동아기획에서 앨범을 낸 이들의 든든한 맏형 역할을 했던 것이다.
동아기획이 메이저 색깔을 띄기 시작할 무렵, 조동진과 조동익은 1992년 하나음악을 설립했고 이 곳에서 장필순 5집(1999년), 김창기 1집(2000년) 등이 나왔다. 2003년 폐업한 하나음악은 이후 2011년 김정렬 박용준 송혁규가 설립한 푸른곰팡이가 계승했는데, 이 곳에서 고찬용 2집(2012년), 윤영배 3집(2013년), 장필순 7집(2013년), 그리고 2016년 조동진의 싱글 ‘나무가 되어’가 나왔다. 방광암 투병중이던 조동진은 푸른곰팡이 기획공연을 20일 정도 앞둔 2017년 8월28일 유명을 달리했다. 
= 푸른곰팡이 대표를 맡은 것은 언제부터인가. 
“어려운 상황에서 운영하시며 사장님이 고생 많으셨다. (2017년 6월경) 사장님이 ‘너무 지쳤다’며 저보고 대표를 해달라 하셨다. 그때는 오빠(조동진)가 돌아가시기 전이라 또 문 닫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 수락했다. 원래 오빠가 참여하기로 했던 기획공연은 결국 추모공연이 되었고 이후 너무나 많은 일을 해야 했고 잘 해야 했다. 2018년 9월에는 1주기 공연도 치렀다. 오해도 많았고 마음도 많이 다쳤다. 다 제가 서툰 탓이겠지만 1년반 하면서 어른이 된 것 같다. 마치 사회생활을 처음 한 기분이다.”
= 찬찬히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자. 오늘(12월28일) 전태관씨가 별세했다. SNS에 추모글(진심 슬프다. 내 감수성의 한 시절을 가득 채웠던 곡들. 고마웠어요, 전태관님)을 짧게 올렸는데.
“중학생 때는 들국화를 좋아했었지만 고등학생 때는 봄여름가을겨울을 너무 좋아했다. 힐튼호텔에서 그들의 공연을 봤다. 새벽부터 줄 서서 본 유일한 공연이었다.” 
= 11월3일 일본에서 열린 한류OST 콘서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2018년이 ‘겨울연가’ 15주년이 되는 해여서 열린 콘서트였다. 일본 마니아 문화 때문에 아직도 그 열기가 뜨겁더라. 저는 일본에서 ‘시그널’이 리메이크된 덕분에 참여하게 됐다. 리메이크 ‘시그널’에서는 방탄소년단이 새로운 OST를 불렀었다.”
= 9월18일 조동진 1주기 추모공연 때는 고인의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와 ‘슬픔이 너의 가슴에’를 불렀다. 
“(전인권밴드 장필순 김현철 김광진 박용준 한영애 강승원 등) 참여 뮤지션들이 각자 부르고 싶은 걸 5곡씩 선택한 다음 그 중에서 서로 추리기로 했다. 제가 고른 2곡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더라. 2곡 모두 제가 좋아하는 노래로 공연 때마다 불렀다. ‘슬픔이 너의 가슴에’는 오빠가 저에게 주는 편지 같았다.”
= 본인은 불편해 한다고 들었지만 집안 이야기를 안꺼낼 수가 없다. 
“7남매인데 아버지(조긍하)는 자식들이 음악하기를 바라셨다고 하더라.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던 그 날 밤(1982년 1월28일)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버지가 사오신 군고구마를 먹으며 즐겁게 밤을 보냈는데, 아침에 기자들이 몰려왔다. 아버지가 방에서 돌아가셨던 것이다. 아버지는 정권풍자 영화로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 모두 탄압을 받으셨다. 그날도 새벽에 (사무실에 있던) 필름을 압수당했다는 얘기를 전화로 듣다가 돌아가셨다.”
= 그때가 몇살 때였나.
“별세라는 단어도 모를 때였다. 이후 고등학교에서 영화 동아리를 시작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아버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책에서 아빠를 배웠다. 대학(서울예대)에서도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 음악쪽에는 어떻게 발을 놓게 됐나. 
“영화 후반작업 때 음악을 집어넣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대학 1학년 때 하나음악을 놀러갔는데, 그때 (조동진의 절친이자 동방의 빛 베이스연주자였던) 조원익 대표님이 ‘조규찬과 듀엣 해보지 않을래?’라고 하셨다. 너무 좋았고 행복했다. 내가 할 게 음악인가 싶더라. 결국 듀엣은 엄청난 가창력을 지닌 이소라 언니가 했지만, 대신 저한테는 가사를 부탁하셨다. 그래서 조규찬 1집(1993년)에 실린 게 ‘조용히 떠나 보내’다. 당시는 작사료가 있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돈을 벌었다. 시적인 가사를 쓰는 아이로 소문이 났다(웃음).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1999년)를 작사했을 때 비로소 작사가로 자리를 잡은 느낌이었다.”
= 1999년에 하나음악에서 ‘너는 자꾸’와 ‘잠수함’으로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했다. 그런데 2002년에는 대영AV에서 원더버드 보컬로 2집을 냈다. 
“누구의 동생이라고 해준다, 이런 느낌이 싫었다. 그래서 대영AV 소속으로 신윤철이 이끌던 원더버드에 보컬로 합류해 2집이 나왔다. 보컬로 처음 등판한 셈이다. 하지만 앨범이 마음에 안찼고 마음을 정리할 겸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이후 2003년 하나음악이 없어지고 2004년 결혼했다.”
= 그러다 2011년 11월3일 정규 1집 ‘비둘기’로 복귀했다. 
“맞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쌓인 게 너무 많아서 빼줘야겠더라. 제주 사는 오빠(조동익)한테 앨범을 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해서 푸른곰팡이에서 1집이 나오게 됐다. 장필순 7집도 푸른곰팡이에서 나왔다.”
= 장필순과는 어떤 사이인가. 
“오빠(조동익)와 오랜 시간 음악을 해온 동료이자 제가 좋아하는 가수이고, 가족이다.”
= 2018년 8월에 나온 장필순 8집에 조동진 추모곡으로, 조동익이 작곡하고 조동희가 작사한 ‘그림’이 실렸다. 
“피터 도이그의 ‘밀키 웨이(Milky Way)라는 그림 생각이 너무 많이 나더라. 오빠(조동진)가 생사의 강을 건너 그곳으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었다.”
= 영화와 드라마 OST 이야기를 해보자. 2016년 11월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전인권과 ‘걱정 말아요 그대’를 함께 불렀다.
“전인환 감독이 전인권의 조카인데, 저보다 한 살 많지만 3수를 해서 93학번이다. 그런데 어느날 ‘선배, 도와줘’라고 하더라. 해야할 일 같아서 했다. 전인권 선배님도 노래를 함께 해주셨다. 영화 개봉 후 바로 다음날 최순실 사건이 터졌다.”
= 앞서 2016년 2월에는 드라마 ‘시그널’에서 조동진 원곡의 ‘행복한 사람’을 불렀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노래이긴 했지만 직접 불러본 것은 2015년 독일 보훔 지역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콘서트 때가 처음이었다. 예전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왔던 분들을 위한 공연이었는데, 한 분이 ‘행복한 사람’을 불러주면 안되겠냐고 요청했다. 그래서 다음날 무대에서 불렀다. 그 정도로 좋아해주실 줄은 몰랐다. 노래의 힘이 대단했다. 그 후 세월호 공연에서도 한 유족 아버지가 ‘행복한 사람’을 불러달라고 했다. 나중에 무대에서 부르는데 그 아버지가 객석에서 따라부르시는데 눈물이 났다.”
= ‘시그널’은 어떻게 해서 조동희씨한테 연락이 왔나. 
“원래 감독님이 ‘시그널’에는 무조건 ’행복한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이 노래를 부를 사람을 찾고 있을 때 편곡자인 김창완밴드의 이상훈이 ‘제일 잘 부를 사람이 있다’고 저를 추천했다. 누가 올린 세월호 공연 ‘행복한 사람’ 클립을 본 것 같았다. 이후 회사로 정식 제안이 들어왔다. 가장 만족스러운 노동이었다. (독일 공연, 세월호 공연, ‘시그널’ OST 등) 그런 일들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일본 한류OST 콘서트까지 이어졌다.”
= 2015년 4월에 ‘작은 리본’, 2016년 4월에 ‘너의 가방’, 2018년 4월에 ‘바다로 가는 기차’가 나왔다. 모두 세월호 추모곡이다. 
“애(1녀2남)가 있어서 그런지 미치도록 슬펐다. 음악인생이 바뀌었을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주변 친구들이 그랬다. 음악인들이 움직여보자고. 그래서 홍대에서 제 첫 버스킹을 했고 이슈가 되기도 했다. 작은 몸부림이었던 셈이다. 그 때 이후로 내가 속한 이 사회를 모른 척 할 수 없더라. 주변에서 ‘음악가로서 색깔이 정해지면 위험하다’며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이건 내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말씀드렸다. 조동진 오빠가 그랬다. “네가 속한 세상을 스킵하지 말라’고.”
= 2018년에 나온 싱글 3곡을 함께 들어보자. 코멘터리 부탁드린다. 우선 ‘12월의 하루’. 재킷은 누가 그렸나. 
#. 이쯤에서 조동희의 디스코그래피를 정리하면 이렇다. 
= 1999년 ‘너는 자꾸’ ‘잠수함’(하나뮤직 프로젝트 앨범 수록)
= 2002년 원더버드 2집 'Cold Moon'
= 2011년 11월2일 1집 ‘비둘기’
= 2014년 10월7일 싱글 ‘검은 아이’
= 2015년 2월24일 EP ‘다섯 개의 사랑이야기’
= 2015년 4월16일 싱글 ‘작은 리본’
= 2016년 1월22일 싱글 ‘사계절’(with 한대수)
= 2006년 4월8일 싱글 ‘너의 가방’
= 2017년 10월17일 싱글 ‘라디오’
= 2017년 11월23일 싱글 ‘애틋하다’
= 2018년 4월12일 싱글 ‘바다로 가는 기차’
= 2018년 11월22일 싱글 ‘언니, 사랑이 뭐에요’
= 2018년 12월19일 싱글 ‘12월의 하루’(with 김창기)
“새해 중학교 2학년생이 되는 딸이 이 노래를 들으며 그렸다. 처음에는 마음에 안들었는데 다음날 보니 너무 귀엽더라. 고양이 배꼽도 있고. 이런 게 순수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 사람들 반응도 좋았다.”
= 이 곡은 김창기씨가 작곡을 했고 보컬로도 나섰다. 
“(김)창기 오빠가 제 가사를 좋아하시더라.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를 학교 가사수업에 쓰실 정도다. 11월 밤에 갑자기 전화가 왔는데 ‘크리스마스 소재로 글 써줄 수 있어요?’라고 물으셨다. 그래서 다음날 새벽에 보냈는데, 며칠 후 ‘수업 잘 했다’며 곡을 붙여 보내주셨다. 그게 11월23일이고 노래는 12월19일에 나왔다. 제 인생에서 가장 빠른 작업이었다(웃음). 곡은 크리스마스 때처럼 행복과 사랑을 강요하는 시즌이 있는데 누군가에는 그 즈음이 더 힘들고 외롭다는 내용이다.”
= ‘언니, 사랑이 뭐에요’는 어떤 곡인가. 곡에 등장하는 비브라폰 연주자 마더바이브는 누구인가.
“나이 마흔이 넘어 음악을 하고 있으니 동생들이 물어본다. 사랑이 뭐냐고. 아름답기만 한 사랑은 없고, 아름답게 기억하는 사랑만 있을 뿐이라는 내용이다. 공연제목으로 ‘사랑이 뭐에요’를 한 적도 있다. 마더바이브는 국내 유일의 비브라폰 연주자다. 서울음악창작소에서 선후배, 멘토멘티로 만났다. ‘바다로 가는 기차’에도 참여했다.”
= ‘바다로 가는 기차’는 세월호 추모곡이다. 
“4주기를 맞아 3번째 발표한 곡이다. 이번에는 망자들이 부르는 노래다. ‘엄마, 이제 엄마 인생을 살아’ 이런 내용이다. 이 곡은 세월호를 다룬 오멸 감독의 ‘눈꺼풀’ 개봉을 맞아 트레일러와 묶어 같이 사람들에게 알렸다.”
= 2집은 언제 나오나. 
“모 출판사에서 에세이가 나올 예정인데 그와 맞물려서 나올 것 같다. 그동안 내는 곡마다 다 멋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다 욕심이었다.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과작해서는 안된다. 다작을 해야 명작이 걸린다(웃음).” 
= 새해 새출발 잘 되길 성원하겠다. 수고하셨다.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미러볼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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