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회악"..'마약왕' 송강호부터 배두나, '내부자들' 능가한 문제작 [종합]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18.12.14 17: 12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 등이 뭉친 한국영화 기대작 '마약왕'이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끝냈다. 
14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마약왕'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 김대명, 김소진 등이 참석했다.
연말 기대작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 대, 근본없는 밀수꾼 이두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그린다.

'내부자들'과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로 9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 역대 청불 영화 흥행 역사를 다시 쓴 우민호 감독의 컴백을 알리는 '마약왕'을 위해 '내부자들' 제작진이 다시 한 번 뭉쳤다. 고락선 촬영감독, 이승빈 조명감독, 조화성 미술감독, 조상경 의상실장과 조영욱 음악감독 등 '내부자들'을 비롯해 '택시운전사' 등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거머쥔 작품에서 활약한 이들은 '마약왕'으로 이제껏 한국영화에 없던 70년대 비주얼을 탄생시켰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고민했던 지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우민호 감독은 "1970년대부터 10년이 시기를 영화에 담았다. 소시민이 마약왕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의 톤을 잘 잡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결국은 송강호 선배님과 배우들을 믿고 만들었다"고 밝혔다.
블랙 코미디 화법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감독은 "이 작품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그 당시 실존했던 인물들, 그 당시 마약 사건을 접했다. 그때 대한민국에 마약왕들이 있었다. 나한테는 이해가 안 됐고, 아이러니한 지점이었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자료 조사를 해보니까, 그 시대라서 가능했던 이야기였다. 그래서 블랙코미디 화법으로 풀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극 중 부산의 하급 밀수업자로 생활하다가 마약 제조와 유통에 눈을 뜨며 부와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마약 범죄 세계에 뛰어드는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을 연기했다. 뛰어난 처세술과 위기 대처 능력으로 단숨에 대한민국과 아시아 마약업계를 장악한 마약왕으로 거듭나고, 마침내 막대한 부를 이용해 정재계 인사들과 어울리며 꿈에 그리던 권력의 중심에 다가서는 인물이다.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를 통해 대한민국 최초 쓰리 천만 배우로 등극한 송강호는 '마약왕'으로 2018년 극장가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영화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송강호는 "배우들은 여러 작품을 통해 표현하게 된다. 이번 마약왕 이두삼이나 이런 인물들이 지금까지 연기했던 인물들과는 달랐다. 가공의 인물이지만, 실존했고, 숱한 실존했던 인물들을 종합해서 만들었다.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고, 희로애락과 흥망성쇠나 삶들의 드라마틱한 에너지나 그런 것들이 매력적이었다"고 답했다.
"비리와 마약 사건 이야기가 지금 현실과도 연결고리가 있는데 현실에 어떤 메시지를 줄 것 같느냐?"는 질문에 송강호는 "메시지라면 각각 다른 느낌들을 받으실 텐데, 마약이란 것이 어마어마한 사회의 악 같은 존재다. 지금도 사라진 게 아니라, 어디든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엔딩의 느낌도 마무리가 되고, 종료되는 느낌보다는 어떻게든 우리가 알 순 없지만, 계속 이어지고 이어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둔 것 같다. 가볍지 않은 엔딩을 선택한 것 같다. 그런만큼 정확한 메시지를 던지기보다는 마약이라는 사회악이라는 존재를 전한 것 같다"고 답했다.
부부로 호흡을 맞춘 김소진에 대해 송강호는 "원래 좋아하는 후배이고, 이번에 처음 연기를 해봤지만 늘 멀리서 지켜봐왔다. 너무 좋더라. 저희 '마약왕'과 잘 어울리는 배우 같다. 현대적인 아름다움도 있지만, 고전적인 아름다움도 있는 것 같다"며 칭찬했다.
김소진은 "송강호 선배님과는 긴장하면서 찍었던 장면이다. 영화를 하면서 긴 호흡을 가지고 연기를 한 적이 별로 없었다. 현장에 가면 부족하고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아무래도 부부 역할이다 보니까 선배님과 촬영하는 분량이 거의 전부였다. 내가 그런 부분들이 있을 때 선배님이 기다려주시고, 배려해주셨다. 무엇보다 그렇게 주저하거나, 확신이 안 생길 때 모른 척 하지 않으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소진은 북받치는 감정으로 인해 눈시울이 붉어졌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굉장히 든든했고, 불안한 부분도 있었지만, 편하게 숨 쉬면서 연기했다"고 했다.
2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하는 조정석은 마약 근절을 목표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열혈 검사 김인구를 맡았다. 수사를 위해서 신혼집 전세금도 빼면서까지 맹렬히 마약 조직을 파헤쳤지만, 이미 마약 범죄자들에게 매수된 부산 경찰 때문에 번번이 체포에 실패한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과 일본 마약 유통의 중심에 이두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집요한 추적을 시작한다.
조정석은 "마약왕에 출연한 이유는 이야기의 힘이었다. 등장 인물이 많았는데 매력적이었고, 만화 시리즈를 본 느낌이었다.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배두나는 4개 국어에 능통하고 일본 저명한 사업가의 양딸로 1970년대 사교계를 주름잡았던 로비스트 김정아를 연기했다. 마약 유통을 시작한 이두삼이 보여준 무식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고 그가 성공할 것을 꿰뚫어본다. 김정아는 이두삼이 더 높은 권력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인물이다. 
배두나는 "이 시나리오를 읽고 블랙 코미디 같았다. 서사가 탄탄하고, 이두삼의 일대기를 담고 있더라.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저희의 세대에서는 70년대 이야기가 흥미로웠다"며 "송강호 선배님과 연기 호흡을 맞추는 것도 기대됐다. 선배님과 좋은 배우들과 작품을 만드는게 좋았다"고 말했다.
김대명은 이두삼이 친동생보다 끔찍하게 여기는 사촌동생이자 허술하지만 패기 넘치는 이두환을 맡았다. 물보다 짙은 피의 형재애를 나눈 사촌 형을 따라 밀수업에 동참하게 된 이두환은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마약 사업을 일궈나간다. 이두환은 이두삼의 승승장구가 자신의 활약 덕이라 믿고 일본 진출길에도 따라 나선다.
김대명은 "글을 봤을 때 이런 이야기가 존재했었나 싶었다. 잘 해내고 싶었고,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없었다. 사실 송강호 선배님과 같이 작업하는 게 꿈이었다"며 송강호를 향해 존경심을 드러냈다.
김소진은 이두삼의 우여곡절을 함께 한 아내 성숙경으로 분했다. 명색이 목사 딸이라며 이두삼의 행보를 못마땅해 하면서도, 남편이 위기에 처했을 땐 놀라운 강단과 기지로 구해낸다. 나아진 형편에 음악학원 원장이 되지만, 이두삼의 위험천만한 행보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지켜보며 두려움에 빠지는 인물이다. 
김소진은 "나도 마찬가지로 시나리오 읽었을 때,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고 낯설었다. 그것을 배경으로 시대에 어떤 굵직굵직한 사건과 갈등이 구조적으로 엇갈려 있더라. 중심 인물은 이두삼이지만, 그 사람이 긴 시간동안 그려가는 사람에 빠져서 살아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성숙경은 변화무쌍한 이두삼의 삶에 가깝게 크게 영향을 받게 되는 인물이다 보니까 여러가지 일상에서 접하지 못한 상황들을 드라마를 통해 모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해서 더더욱 좋았다. 보고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각자의 명장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송강호는 "조정석 씨도 좋지만, 김소진 씨와 배두나 씨의 투샷이 좋았다. 카타르시스가 명장면이었다", 배두나는 "모든 장면이 다 명장면인 것 같다. 굉장히 강렬한 장면은 이두삼이 매 맞는 장면이 강렬한 것 같다", 김소진은 "현장에 매일 가지 못해서 보지 못했던 장면을 오늘 많이 봤다. 마지막쯤에 김인구와 이두삼이 만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며 각각 명장면을 선택했다.
청불 등급에 대해 감독은 "마약을 전면으로 내세워 처음부터 청불 등급을 생각했다. 감독으로서 청불이라서 더 강하게 찍어야겠다 생각한 적은 없다. 그냥 영화가 흘러가는 대로, 배우들이 연기하는 대로 담았다"고 답했다.
영화를 상당 부분 혼자서 책임진 송강호는 "물론 그런 지점이 없지 않아 있다. 굉장히 부담감, 고통스러운 부분이 짐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옆에 있는 배우들과 같이 호흡 맞추면서 연기할 때 큰 힘이 된다. 혼자 지게를 지고 가는 느낌이 아니라 같이 지고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무게가 가벼워진다는 느낌은 받는다. 그래서 감사함을 느낀다. 그런 지점들이 늘 느끼고 있다. 외롭고,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훌륭한 배우들이 다 도와줘서 견딜 수 있는 것 같다"며 동료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한편, '마약왕'은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으로 오는 19일 개봉한다./hsjssu@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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