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참히 깨진 FA 상한제, 차라리 외인 보유 늘려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12.13 14: 03

구단들의 담합설은 무참히 깨졌다. 치솟는 FA 시장 가격을 잡지 못했다. FA 총액, 계약금 상한제 도입도 명분을 잃었다. 보다 현실적인 제도로 FA 몸값 잡기에 나서야 한다. 
지난 9월말 KBO는 선수협에 FA 총액과 계약금 상한 제도를 제안했다. FA 계약을 4년 총액 80억원, 계약금 비율을 30%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였다. 선수협의 거부로 상한제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군살빼기에 나선 구단들의 강한 의지가 드러났다. 
이번 FA 시장은 그래서 구단들이 쉽게 거액을 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암묵적인 합의 속에 FA 선수들 사이에 “구단들이 담합을 했다”며 불만이 터져나왔다. 실제 FA 시장 초기에는 눈치 싸움이 있었다. 80억원 심리적 마지노선을 먼저 깨기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지난 6일 SK가 최정과 6년 총액 106억원에 FA 재계약을 체결하며 침묵을 깼다. 6년 장기계약으로 연평균 금액을 4년 기준으로 하면 약 70억원 수준으로 그나마 현실적인 조건에 맞췄다. 최정의 계약금은 32억원으로 총액의 30.2%로 기준을 조금 넘었다. 같은 날 SK와 4년 총액 69억원에 재계약한 이재원도 계약금 21억원으로 비율 30.4%로 살짝 넘겼다. 그래도 SK는 연평균 금액과 계약금 30%대로 FA 상한액 기준에 맞추겠다는 의지를 나름대로 보였다. 
그러나 NC가 지난 11일 FA 최대어 양의지와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하며 FA 상한제 명분이 사라졌다. 양의지는 계약금이 무려 60억원으로 전체 계약의 48%에 달한다. 지난달 28일 FA 1호 계약을 체결한 NC 모창민도 3년 총액 20억원 중 계약금이 8억원으로 40% 비율을 차지한다. 
여전히 시장에는 계약을 맺지 못한 11명의 FA 선수들이 아직 남아있다. 이들에겐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특급’ FA 선수들에겐 상한제 등 인위적인 방법으로 몸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 수요와 경쟁에 따른 시장 흐름, 상품 가치에 따라 가격이 높아지는 시장 논리를 이길 수 없었다. 
FA 상한제는 명분을 잃었다. 구단들의 답합설까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담합은 깨졌다. FA 몸값을 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외국인 선수 보유 숫자를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특급 FA 몸값 과열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리그 전체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명분도 있다. 구단들도 “FA 투자 비용을 생각하면 외국인 1명 정도 보유를 늘리는 것은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긍정적이다. 
이외에도 FA 등급제나 2차 드래프트 변화 등 여러 방식으로 선수 공급을 늘리거나 메이저리그처럼 총 연봉 기준 초과시 사치세를 도입한다면 지금처럼 소수의 특급 FA 과잉 투자를 조금이나마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구단들이 스스로 무너뜨린 FA 상한제가 명분을 잃은 만큼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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