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FA 과열…거품 빼기 '말짱 도루묵'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12.11 18: 12

FA 시장이 또 과열됐다. 올 겨울에도 100억원대 이상 대형 계약이 두 차례나 나왔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시장 가격을 잡지 못했다. 거품 빼기를 위한 자정 의지도 말짱 도루묵이다. 
지난 9월말 KBO는 FA 계약 4년 총액 80억원 상한 제도를 선수협에 제안했다. 구단들이 먼저 시장 거품 빼기를 위해 80억원 상한제를 결의했다. 상한제 도입을 조건으로 FA 취득기간 1년 단촉, FA 보상 등급제, 부상자명단 도입, 최저연봉 신상 등을 내세웠다. 
당시 한 구단 임원은 “지금 우리나라 야구단은 비즈니스로 볼 때 갈 길이 멀다. 그동안 FA 가격이 지나치게 높았다. 돈을 쓰기 싫어서가 아니다. 객관적인 시장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구단들 모두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자정을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선수협의 반대로 상한제 도입은 무산됐지만 구단들 사이에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FA 시장이 열린 뒤에도 많은 구단들이 ‘합리성’을 강조했다. 한화, KIA, 롯데 등 FA 큰손으로 군림한 구단들이 외부 시장에서 철수했다. “구단들이 80억원 상한액으로 담합을 했다. 양의지도 계약이 쉽지 않을 것이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빗장이 풀리는 건 한순간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SK가 화끈하게 지갑을 열었다. 지난 6일 내야수 최정과 6년 총액 106억원에 FA 재계약을 체결했다. 6년 계약으로 평균 금액은 어느 정도 시장가격에 맞췄다는 점을 감안해도 100억원대 계약 자체로 심리적 지지대가 깨졌다. 
같은 날 SK는 포수 이재원과도 4년 총액 69억원에 재계약했다. 이재원의 경우 옵션이 아예 없는 순수 보장액 69억원이었다. 이재원이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포수이자 주장으로 높은 공헌도를 인정받았지만 시장가격을 훨씬 웃돌았다. 이재원의 계약은 같은 포지션에서 한 수 위인 양의지에게도 미쳤다. 
양의지는 11일 NC와 4년 총액 125억원 계약으로 대박을 쳤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2017년 1월 이대호(롯데)의 4년 15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의 계약. 순수 KBO리그 선수로 역대 최고 대우를 받았다. 원소속팀 두산도 옵션 10억원 포함 최대 120억원을 제시했지만 NC는 한 술 더 떴다.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의 높은 가치가 경쟁이 붙으면서 125억원이란 거액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A 시장 가격 현실화를 위한 구단들 결의가 무색해졌다. FA 과열을 막기 위한 공감대를 스스로 깨뜨렸다. 앞으로 FA 상한제를 내세울 만한 명분도 잃었다. 여전히 FA 시장은 '부익부 빈익빈', 움직이지 않는 현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겨울이 되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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