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내국인 자격 얻은 日 메신저, 은퇴 위기 韓 니퍼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12.11 09: 02

한신 타이거즈 우완 랜디 메신저(37)는 일본프로야구 외국인 투수 역대 5번째 통산 100승에 5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 2010년 한신 유니폼을 입고 일본 리그에 데뷔한 후 올해까지 9시즌 통산 249경기에 등판, 95승77패 평균자책점 3.05 탈삼진 1420개를  기록 중이다. 두 자릿수 승수 7시즌은 외국인 투수 최초 기록으로 꾸준함의 증거다.  
올 시즌 중 국내 FA 조건을 충족한 메신저는 내년부터 ‘외국인’ 쿼터에서 해제된다. 일본 자국 선수들과 같은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10일 한신과 내년 시즌 재계약을 한 메신저는 구단을 통해 “내년부터 일본 선수로 취급되는데 입단할 때만 하더라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 실현됐다. 매우 자랑스럽다. 동료들과 스태프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히며 기뻐했다. 
일본은 외국인 선수가 8번의 정규시즌을 소화하면 FA 권리와 함께 내국인 선수 자격을 준다. 외국인 선수 등록 제한에서 자유로워진다. 현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감독을 맡고 있는 알렉스 라미레스도 2001년 일본 데뷔 후 8년을 충족한 뒤 2009년부터 일본 선수와 같은 신분으로 5년을 더 뛰며 총 13년을 활약했다. 일본 외국인 타자 최초 2000안타(2017개)를 치고 은퇴했다. 

이처럼 일본은 외국인 선수라도 오랜 기간 롱런하면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나이가 들어 기량이 떨어져도 8년 이상 규정타석, 정규이닝 조건을 채우면 외국인 쿼터에서 빠지기 때문에 자국 선수 자격으로 더 오래 활약 가능하다. 대만 출신 곽원치(16년) 쉬밍지에(14년) 궈타이위안(13년) 그리고 브라이언 시코스키(11년) 터피 로즈(13년) 알렉스 카브레라(13년) 레온 리(11년) 호세 페르난데스(11년) 부머 웰스(10년) 제이슨 스탠드리지(10년) 등 여러 선수들이 10년 넘게 장수 외국인으로 활약했다. 
메신저가 한신과 국내 선수 자격으로 계약을 체결한 날, 한국에선 그와 같은 나이인 더스틴 니퍼트(37)가 화제가 됐다. 이날 KBO 골든글러브 최다득표 수상을 한 양의지가 소감으로 니퍼트를 언급하며 눈물을 글썽였기 때문이었다. 니퍼트는 지난 2011년 두산에서 KBO리그에 데뷔, 지난해까지 7년을 뛰며 양의지와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올해 8년차 시즌은 KT에서 보냈다. 
그러나 1년 전 나이와 내구성 문제로 두산과 재계약에 실패한 니퍼트는 올 겨울 KT에도 재계약 제의를 받지 못했다. 올 시즌 29경기에서 팀 내 최다 175⅔이닝을 소화하며 8승8패 평균자책점 4.25 탈삼진 165개로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만 37세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리그 전체적으로 외국인, 국내 선수 가리지 않고 젊은 선수들로 재편되는 분위기에서 니퍼트가 다른 팀으로 재취업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사실상 현역 은퇴 위기에 몰린 것이다. 
외국인 무제한 보유, 1군 4명 출전이 가능한 일본과 달리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3명 보유, 경기당 2명 출전으로 제한돼 있다. 국내 선수 풀이 한정된 상황에서 외국인 의존도가 높다. 한 야구 관계자는 “우린 일본과 사정이 다르다. 외국인 선수가 내국인 취급을 받으면 구단별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규정이 변경될 가능성이 낮다. 어느 구단도 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만약 KBO리그도 일본처럼 8년을 뛴 외국인 선수에게 ‘내국인’ 자격을 주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니퍼트 영입 쟁탈전이 벌어졌을 것이다. 리그 전체로 보면 그만한 경쟁력 있는 투수가 없다. 하지만 니퍼트는 외국인이란 이유로 은퇴하게 생겼다. KBO리그 외국인 투수 최초 100승(102승) 기록에 빛나지만,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waw@osen.co.kr
[사진] 니퍼트(위)-메신저(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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