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번호 뺏고 싶지 않아” 골드슈미트의 품격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12.10 05: 44

종목을 막론하고 운동선수들에게 등번호는 분신과 같다. 선수가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영광 중 하나가 영구 결번이기도 하다. 
지난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트레이드된 강타자 폴 골드슈미트(31)의 번호는 44번이었다. 지난 2011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올해까지 8년간 등에 44번을 달고 뛰었다. 애리조나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선수로 44번이 상징과 같았다. 
그러나 애리조나는 리빌딩 차원에서 골드슈미트를 트레이드했다. 내년 시즌부터 뛰게 될 세인트루이스에서 골드슈미트의 번호는 44번이 아닌 46번이다. 골드슈미트 정도 되는 스타 선수에겐 등번호 우선권이 주어지지만 그는 이를 고사했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골드슈미트는 44번과 가장 가까운 번호로 46번을 택했다. 기존 세인트루이스에선 투수 루크 그레거슨이 44번을 사용 중이다. 비어있는 번호 중 46번을 골랐다. 구단에선 선수들이 선호하는 한 자릿수 숫자도 제안했지만 사양했다. 
골드슈미트는 “누군가의 번호를 갖고 싶지 않다. 처음 44번을 사용할 때도 라커룸에 걸린 번호라 썼다. 선수 생활 동안 번호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껏 번호 욕심을 내지 않은 골드슈미트이지만 새로운 팀 동료를 배려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골드슈미트는 통산 1092경기 타율 2할9푼7리 1182안타 209홈런 710타점 709득점 124도루 출루율 .398 장타율 .532 OPS .922를 기록 중이다. 최근 6년 연속 올스타에 실버슬러거 4회, 골드글러브 3회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뛰어난 야구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과 매너를 갖춘 모범적인 선수로 애리조나 지역의 사랑을 받았다. 
세인트루이스에 오자마자 자신이 쓰던 번호를 고사하며 남다른 스타의 품격을 보여줬다. 골드슈미트는 “이곳에서 뛰고 싶지 않은 야구 선수는 없다. 세인트루이스는 대단한 팀이다”며 메이저리그 통산 11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명문 팀에서 새 출발을 기대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