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너무 많은 우연? '사랑의 마법'에 관한 이야기[Oh!쎈 레터]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18.12.09 16: 02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극본 유영아, 연출 박신우)는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만큼, 회차가 거듭되며 반향 역시 상당하다. 겹겹이 쌓이는 우연 속 주인공들이 벽을 허물며 사랑을 이루는 이 드라마는 '사랑의 마법'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봐도 좋을 듯 하다.
'남자친구'는 선남선녀라는 점을 빼고는, 살아온 환경에서 공통점이 거의 없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른바 극 중 '만인의 연인'과 '청포도 소년'의 만남.
유명 정치인의 딸로, 재벌 2세와 이혼한 뒤 호텔을 경영하는 차수현(송혜교 분)과 평범한 소시민으로 태어나 구김살 없이 자라난 김진혁(박보검 분)은 현실에서는 만남 조차 쉽지 않을 만큼 간극이 있는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대중에 노출된 삶을 살아 온 스타와 그런 스타의 삶에는 별 관심이 없는(그렇기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던) 인물의 사랑은 그렇기에 '동화적'이란 전제를 깔 수 밖에 없다.

같은 소재를 두고 다른 선택을 한 드라마들을 우리는 무수히 봐 왔다. 막장이든 스릴러든 격정 멜로든. '남자친구'의 감성 멜로를 택했다. 차수현과 김진혁이 강렬한 첫 만남을 가졌던 이국적인 쿠바의 풍경처럼, 닿을 수 없지만 꿈꾸고 싶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이끄는 장치는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우연이다. 쿠바에서 소매치기에게 가방을 털린 차수현은 자신을 도와준 김진혁에게 돈을 빌리며 도움을 요청하고, 그렇게 두 사람은 저녁을 함께 먹고 살사 공연까지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결국 아쉽게 헤어진 두 사람. 
그러나 그대로 둘의 만남은 끝이 아니었다. 한국에 도착한 김진혁에게 동화호텔 신입사원 최종면접에 합격했다는 연락이 왔는데, 알고보니 차수현이 그 동화호텔의 대표였던 것이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눈빛을 하는 김진혁의 표정은 곧 시청자들의 마음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친구 같은 사람이 제가 입사하게 된 회사 대표라는 것을 알고 많이 놀랐다"라며 혹시 이를 '기획 같은 만남'이라고 오해 했을까 걱정했다는 김진혁의 말은 이 드라마가 스스로 갖는 성격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우연의 반복을 거치며 운명적으로 같은 공간(회사)에 머물게 된 두 사람은 이후에도 얽히고 설킨다. 차수현은 김진혁의 이력서를 읽으며 그가 과일 가게 아들이라는 내용에 쿠바에서의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이력서에 적힌 김진혁의 동네 놀이터에 가고 퇴근하던 김진혁은 그네를 타던 차수현을 발견한다. 또 차수현은 차를 타고 가다가 만취한 김진혁을 우연히 발견해 데려다 주고, 어느 날은 차수현이 도로에서 김진혁을 보다가 차 사고를 내자 이를 재빨리 김진혁이 수습하는 모습들이 그려진다.
사랑의 시작이다. 아니, 사랑인지 아닌지 아직 확실친 않는데 뭔가 몽글한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이 피어오르고 있다. 너무나 다른 세계에 속한 두 사람인 만큼, 장애물과 위기는 당연하다. 차수현은 김진혁과 휴게소 라면데이트를 하다가 이혼한 전 시댁에서 설계한 파파라치에 걸려 열애설이 터지고, 급기야 루머의 주인공이 된다. 김진혁은 차수현이 보고싶어 한 달음에 아는 형의 차를 빌려 지방으로 달려가는 등 일상이 흔들린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우연의 반복을 지적하며 전개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이 드라마는 만날 수 없는 두 남녀가 만나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되는 사랑의 마법과 기적에 관한 이야기다. '난 선택했습니다. 당신이 혼자 서 있는 그 세상으로 나서기로 결정했습니다. 나의 이 감정이 뭐냐고 묻지 마세요. 아직은 나도 모릅니다. 지금의 나는 당신을 외롭게 두지 않겠다는 것. 그것입니다’라는 김진혁의 내레이션처럼 어쩌면 말도 안 되는, 그 이상한 감정의 시작과 과정을 (현실에서도)우연 말고 달리 설명할 수 있을까.  /nyc@osen.co.kr
[사진]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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