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부터 '국가부도의 날'까지" 유아인, 충무로 청춘의 얼굴[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12.06 13: 31

 햇수로 데뷔 16년차. 하지만 그의 연기 내공은 충무로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중년 배우들 못지않게 차고 넘친다.
배우 유아인(33)은 제 나이처럼 30대 초중반을 대표하는 청춘의 표상이다. 스스로도 자신의 내면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파악할 수 없고, 자신의 한계를 규정할 수 없을 만큼 열정이 끓어오른다. 비슷한 나이대 배우들에 비해 비교적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이 많기에,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혀놓아도 어색하지가 않다. 1990년대 레트로풍 힙합바지든, 2018년산 블레이져 재킷이든. 아무거나.
유아인의 흥미로운 점은 성공한 자기 캐릭터의 복제가 아닌 한계치에 다다르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늘 노력한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180도 이미지 변신 때문에 날아들 혹평, 연이은 성공을 위해 일정 기간은 기존 이미지에 안주하려는 이들도 많지 않은가. 제 자리에 멈춰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하는 에너지가 유아인의 장점이다.

그는 배우로서 오로지 ‘원톱’ ‘투톱’에만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역할들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비중의 많고 적음, 배역의 크고 작음을 떠난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다. ‘베테랑’(감독 류승완)에서 구제불능 재벌 3세였던 그가, ‘버닝’(감독 이창동)에서는 미래를 걱정하는 비정규직 청년이 된 것을 보면 말이다. 도통 그의 생각을 가늠할 수 없는 데다 표현의 폭이 넓어 변화를 주저하지 않는다.
올 5월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서 종수를 연기한 그에게 칸 국제영화제의 호평이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대표작 중 하나인 ‘베테랑’의 조태오 이미지에서 완전히 탈피했기 때문. 목표를 잃은 듯한 눈빛과 자신감이 결여된 목소리, 멍한 표정으로 답답한 현실에 짓눌린 종수를 보기 좋게 소화했다. 아르바이트생이자 소설가 지망생 종수를 통해 20대 아픈 청춘의 삶을 대변한 셈이다.
그의 변신은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버닝’의 촬영을 마친 이후 곧바로 새 작품의 촬영장에 투입되어야 했기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비슷한 선상에 선 배우들이라면 관심 받지 못할 역할이라 안 하겠다는 지질한 마인드에서 벗어나, 조연으로서도 큰 활약을 펼쳤다.
많은 배우들이 경력과 경험치에 비례해 영화판, 넓게는 연예계에서 어떤 이미지를 구축해야할지 많은 시간을 공들여 고민한다. 물론 유아인도 그렇겠지만, 선택하고 집중하기까지의 시간이 짧아 경제적이다.
관심을 덜 받더라도 좋은 작품을 알아보고 자신이 보탬이 될 수 있는 작은 역할도 기꺼이 하고 있다. 3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친구들에 비해 조금 더 일찍 세상을 깨닫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유아인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반짝 스타가 아니다. 차근차근 계단을 밟고 지금의 자리로 올라왔다. 다시 봐도 놀라운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 속 사도세자 같은 완벽한 재현을 몇 번 더 해보는 건 어떨까./ purplish@osen.co.kr
[사진] 아름다운 재단, 영화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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