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이재원, 연기하길 참 잘했다 [Oh!커피 한 잔]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8.12.09 16: 12

어떤 작품 역할이든, 그에 딱 알맞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마치 그 역할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느낌과 안정감을 주는 배우. '신스틸러'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배우, 바로 이재원이다. 연기를 대할 때는 진중하지만, 기본적으로 유쾌하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한 마디를 해도 남다른 재치와 센스를 발휘할 줄 안다. 긍정 에너지도 가득하다. 그래서 지금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이재원은 지난 달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흉부외과:심장을 훔친 의사들'(이하 '흉부외과')에서 태산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이자 박태수(고수 분)의 오랜 친구인 남우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고수와 보여준 절친 케미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흉부외과' 종영 후 휴식을 취했다는 이재원은 극에서 함께 호흡한 배우들, 스태프들과 마음이 잘 맞았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가장 긴 시간 함께 있었던 고수에 대해서는 "낯을 가린다고 생각하시는데 되게 재미있는 성격이다. 형이 원체 (조용하고 과묵한) 이미지라서 그런지, 재미난 농담을 해도 농담인지 모르더라.(웃음) 하지만 저는 눈치가 빨라서 바로 캐치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SBS '닥터 이방인', tvN '명불허전' 등에 출연한 적은 있지만, 정통 의학 드라마는 이번 '흉부외과'가 처음이었다고. 의사 역할이었기 때문에 사전 준비 과정부터 촬영까지 쉽지만은 않았을텐데도 이재원은 "편안하게 촬영했다"며 좋았던 기억을 꺼내놨다. 
그는 "의사로서 필요한 부분은 제작진이 미리 준비를 해주셨다.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투철한 의사 역할이 잘 안 와닿아서 자료를 참고하고 다큐, 강연을 보며 준비를 하긴 했다. 현장에서도 고수 형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다 편안하게 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또 "감독님이 준비한 선이 제가 생각한 것과 비슷했고, 분량이나 제 캐릭터 느낌도 신경을 잘 써주셨다. 특히 사람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없어서 그런지 정말 좋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재원은 연출을 맡은 조영광 PD에 대해 "배우에게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열어주시는 편이다. 현장에서도 배우들이 애드리브를 하고나면 보통 방송을 통해서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를 확인한다. 그런데 현장에서 재미있으면 바로 '써야겠다'는 말씀을 해주신다. 굉장히 소탈하시고 많이 열어주셨다"고 말했다.  
과거 중고등학교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해 연극영화과에 진학을 했다는 이재원은 "제가 대구 출신인데 주위에서 예체능을 하는 이들이 없었다. 구에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사람은 저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전폭적으로 지지를 해주셨던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오히려 학교 선생님이 반대를 하셨다. 아버지께서 교사시고, 저도 공부를 좀 했다. 그런데도 부모님께서 '우리 아들이 끼가 있어 보인다'며 반대하는 선생님을 설득해 연극영화과에 진학할 수 있게 해주셨다. 서울에 있는 연기 학원에서 연기 공부를 했다. 그 때 학원 선생님이 '너는 꼭 연기를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 사실 엉망이었다. 그 선생님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상당히 큰 용기를 얻었다."
하지만 배우 생활은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이재원은 "오디션을 보는데 잘 안 되더라. 정말 바늘 구멍 통과하는 것처럼, 이 일을 업으로 삼아 수익을 만든다는 것이 참 어려웠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려고도 했다. 그러다 '아저씨'가 잘 됐고, 그 때부터 상업 작품들을 하게 됐다"고 힘들었던 지난 날을 회상했다. 이재원은 2001년 개봉된 영화 '아저씨'에서 차태식(원빈 분)과 대립하는 김도치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재원은 지난 해 10월 3살 연하의 아내와 결혼했다. 연애 기간만 무려 9년. "내가 결혼을 한다면 이 친구와 할 것"이라고 생각해왔다는 이재원은 "제가 29살에 군대를 갔는데 그 때 정말 케어를 많이 해줬다. 혹시 당 떨어질까봐 마이쭈 같은 걸 밀어서 편지 봉투에 넣어서 보내주기도 하고, 늘 절 챙겨줬다"며 한결같이 자신의 옆을 지켜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연애할 때도, 지금도 사소한 일로 진짜 많이 싸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그래도 일이 없으면 함께 집안일을 하며 아내와 알콩달콩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자상한 남편이다. 현재는 '금연' 계획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이재원의 연관 검색어는 '닮은 꼴' 오정세다. 이선균도 인정할 정도로 닮은 외모를 자랑하는 두 사람이다. 최근 최강희와 촬영을 할 때 오정세를 잠깐 만났다는 이재원은 "잠깐 인사를 했는데 위트있으셨다"며 꼭 같은 작품에서 형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내년 초 영화 '킹메이커' 촬영을 앞두고 있다는 이재원은 "지금까지는 제가 소화할 수 있겠다 싶은 역할을 했다. 극을 환기시켜주는 가벼운 역할을 하곤 했는데, '흉부외과'는 결이 다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이 역할을 하게 됐을 때 든든한 친구로서의 무게감이 보여질까 걱정을 했는데, 하면서 굉장히 뿌듯했고 반응도 좋았다. 스펙트럼이 넓어진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지레 겁을 먹었던 건 아닐까 싶더라. 나에게 없는 느낌을 노력해서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앞으로도 새로운 역할, 연기 변신을 위해 많은 것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흉부외과' 사랑해주신 팬분들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 나이차 많이 나는데 친구 역할을 잘하게 해준 고수 형에게도 감사하다. 어머니 돌아가신 이후 우진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없었는데도 분량 잘 챙겨주신 작가님께도 감사드린다. 항상 감사드린다." /parkjy@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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