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 지상파 19금, 그래도 1위”...‘나쁜형사’ 파격 가능했던 이유 [Oh!쎈 이슈]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8.12.04 16: 42

‘나쁜형사’가 파격의 끝을 달리고 있다. 첫 방송에서 악역의 추락을 그렸고, 지상파 드라마로는 9년 만에 19금 판정을 받았으며, 그럼에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고집에 가까운 이 파격, ‘나쁜형사’가 밀고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MBC 새 월화드라마 ‘나쁜형사’는 영국 유명 드라마 BBC ‘루터’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루터’ 시리즈에서 에피소드를 따오되, 한국형 형사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나쁜형사’는 첫 방송에서 연쇄살인마보다 더 독한 형사 우태석(신하균 분)의 강렬한 등장을 알렸다. 
‘나쁜형사’는 우태석과 13년 전 악연으로 알게 된 연쇄살인마 장형민(김건우 분),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싸이코패스 사회부 기자 은선재(이설 분)의 만남을 속도감 있게 그렸다. 살인마 장형민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려는 걸 구해주지 않고 지켜보기만 한 경찰 우태석의 강렬한 엔딩은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경찰은 무조건 착해야 한다는 편견을 제대로 깨버린 ‘나쁜형사’의 엔딩은 시청자들에게 환호 받기 충분했다. 장형민이 피투성이 된 채 쓰러진 장렬한 엔딩, 그런 장형민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우태석의 눈빛은 ‘나쁜형사’의 주제를 단번에 각인시켰다. 사회악인 장형민을 살리는 것이 과연 ‘선’일까. 그를 구하지 않은 경찰 우태석의 행동을 비난해야 할까, 아니면 옹호해야 할까. 선과 악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나쁜형사’는 시청자와의 스무고개를 시작한 셈이었다. 이 스무고개에 시청자들은 열렬한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권선징악’이 모토가 됐던 지상파 드라마계에 돌을 던진 ‘나쁜형사’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제 시청자들은 의미 없는 해피엔딩, 권선징악에 지쳤다. 선과 악을 쉽게 구분 지을 수 없는 세상사를 현실적으로 담은 드라마들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하지만 선악의 경계를 지우는 과감한 시도는 주로 비지상파 드라마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옛 가치관에 얽매이는 지상파 드라마들은 ‘올드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쁜형사’는 ‘권선징악’이라는 지상파 드라마계 불문율을 깬 문제작이 됐다. 덕분에 “9년 만에 지상파 드라마로서는 19금 판정”을 받게 됐다. ‘나쁜형사’의 제작발표회, 그리고 3일 첫 방송 이후의 소감문에서 김대진 PD는 “첫 회가 영상적 표현 때문이 아니라 형사가 살인마의 죽음을 방관했다는 이유로 19금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잔인성 때문이 아니라, 죽음을 방관했다는 가치관적 문제로 ‘나쁜형사’의 첫 회는 19금을 받은 것이다. 
시청층 유입을 좌우하는 첫 방송에서 ‘19금 판정’을 감수한 ‘나쁜형사’의 선택은 그들의 소신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 소신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나쁜형사’의 주연 신하균의 연기력 덕분이었다. 그가 선과 악의 경계 가운데에 서있는 우태석이라는 캐릭터를 날카롭게 표현했기 때문에 드라마의 주제의식이 제대로 살았다. ‘괴물 연기력’을 자랑하는 신하균이 아니었다면, ‘나쁜형사’ 제작진도 19금 판정 결정을 마냥 밀고나갈 수는 없었을 터다. 
신하균이라는 믿는 ‘백’이 있었기에 실현된 ‘나쁜형사’의 뚝심. 제작진과 배우의 시너지 덕분에 제대로 대박난 ‘나쁜형사’는 첫 회에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과연 이들이 앞으로도 지금의 분위기를 이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 yjh0304@osen.co.kr
[사진] ‘나쁜형사’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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