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이소, 제주에서 전하는 바람 같은 노래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8.11.22 16: 21

[OSEN=김관명기자] 모든 노래가 제주의 바람과 바다와 하늘을 닮았다. 싱어송라이터 이소(E_So)가 지난달 16일 발매한 1집 ‘곳’이다. 제주의 새소리와 아이들 떠드는 소리(추억팔이 소녀)부터 차들 쌩쌩 다니는 삼성혈 인근도로의 소음(우린 모두 외로운 사람)까지 정겹고 싱싱하다. 여기에 잔잔한 기타와 비올라, 말하듯 노래하는 이소의 목소리가 보태지니 ‘곳’은 한 편의 영상시집이 된다. 이소, 어떤 뮤지션인지 너무 궁금했다. 
= 반갑다. ‘곳’을 들으며 제주 바람을 흠뻑 맞았다.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1988년생으로 태어난 곳은 조천이지만 제 기억에는 없고 거의 애월읍 하귀리에서 자랐다. 한때 서울에서 생활했지만 2년 살짝 못채우고 내려갔다. 지금도 부모님이랑 살고 있다.”

= 음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고등학교 때 관악부를 했고 클래식 음악으로 대학을 가려했는데 잘 안됐다. 재수를 할 상황도 안되고, 음악은 계속 하고 싶고, 그래서 타악기 전공으로 대학(제주관광대 음악에술학과)에 들어갔다. 하지만 제 길이 아닌 것 같아 전공을 컴퓨터음악과로 바꿨고 그 곳에서 마르코를 만났다.” 
= 아, 그렇게 해서 데빌이소마르코가 탄생한 것인가.(마르코와 이소의 2인 밴드 데빌이소마르코(Devil_E_So_Marko)는 2008년 결성해 2011년 8월5일 싱글 ‘한숨’, 2014년 3월20일 1집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2014년 9월2일 컴필 ‘해녀, 이름을 잇다’(나의 이름은)를 내고 그 해 해체했다)
“맞다. 당시 마르코가 수염도 있고 다가가기 힘들게 생겨서 장난으로 데빌(악마)이라고 놀렸다. 마르코 역시 제가 착하게 생겨서 속은 꺼멓다고 데빌이라고 불렀다. 마르코도, 이소희(이소의 본명)도 데빌이라는 뜻에서 데빌이소마르코가 탄생했다. 처음에는 팀 이름만 듣고 메탈밴드인 줄 알고 공연 보러 온 분들도 있었다. 그것도 메탈 하게 생기신 분들이(웃음).” 
= 그런데 목이 좀 쉰 것 같다. 
“제주에서 유아음악 특별활동 교사로 일하고 있어서 목이 쉬었다. 돼지 목소리 흉내도 내야 하고(웃음). 오늘도 오전에 수업을 하고 서울로 올라온 것이다. 하지만 내년 2월까지만 할 생각이다. 재미있긴 하지만 오래 한 데다 본업인 음악을 잃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음악만 하는 생활을 해보고 싶다.”
= 데빌이소마르코는 왜 해체했나.
“점점 서로의 색깔이 달라졌다. 저도 제 고집이 생겼고, 마르코도 원래 일렉기타로 밴드 하던 사람이라 다시 그쪽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마르코가 이후 제 홀로서기를 많이 도와줬다.”
= 솔로 준비는 어떻게 했나. 
“팀 해체 후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노래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제 노래를 칠 수 있을 만큼은 배워야겠다 싶어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배웠다. 1집은 다행히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좀더 고급지게 나올 수 있었다.”
= 앨범 얘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1집 타이틀이 ‘곳’이다. 무슨 뜻인가.
“1집은 모두 다 제 이야기다. 제가 머물렀던 곳, 제가 가야할 곳, 제가 기억하는 곳을 모두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표지는 데빌이소마르코 1집 표지를 맡은 손혜연씨(그림)와 김예신씨(디자인)가 해주셨다. 제가 혜연씨한테 노래를 듣고 원하는 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속지를 보면 곡마다 색깔이 다른데, 이는 혜연씨가 느낀 각 곡의 온도인 것 같다.”
= 1집에는 10곡이 수록됐다. 한곡한곡 같이 들어보자. 코멘터리를 해달라. 
#1. 추억팔이 소녀 = 이 곡이 제 앨범의 첫 장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나, 이런 사람이야. 내 얘기 들어볼래?’ 이런 식. 앨범이 전체적으로 단조로운 구성인데, 이 곡은 소음과 드럼이 들어갔다. 드럼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김신익 오빠가 맡았다. 되게 잘 치는 오빠인데 단순하게 잘 해주셨다. 새 소리는 아이폰 2개로 직접 녹음한 것이고, 애들 떠드는 소리는 엔지니어 오빠 아이디어다. 제가 유아음악 일을 하니까.”
= 새 소리는 어디서 녹음했나. 
“제주도립미술관 앞 벤치에 앉아서 했다.”
#2. 달 이야기 = 제가 달, 밤, 새벽 이런 것을 좋아한다. 제주에 사니까, 서울보다 높은 건물이 없어서 이런 것들이 잘 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달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리고 안데르센의 그림없는 그림책에 보면 달동네 꼭대기에 사는 미술가의 집에 매일 달이 찾아와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미술가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달을 볼 수 없고, 날이 흐려도 볼 수 없다. 이 곡 역시 달이 화자다. 달은 늘 같은 자리에 있고 변한 것은 나인 것이다.
#3. 저 멀리 가로등 불이 흔들리는 까닭은 = 지금 들리는 악기는 비올라다. 강혜인씨가 연주해주셨는데, 먹먹하고 아련하기로는 바이올린보다는 비올라가 어울리더라. ‘달 이야기’가 따뜻한 곡이라면, 이 곡은 쓸쓸하고 아련하다. 예전 친구들과 산 중턱의 공동묘지에 가서 야경을 봤다. 멀리 바다에서 한치 잡이 배들이 반짝반짝 거리고, 가로등들도 많이 보였다. 그런데 왜 가로등 불은 멀리서 보면 흔들릴까 싶었다. 그것은 제주의 바람 때문이었다. 가로등 옆 가로수들이 흔들거리는 바람에 가로등 불빛도 흔들렸던 것이다.
#4. 불 켜진 창 = 제목은 이장희씨 노래 ‘불 꺼진 창’을 갖고 말장난을 한 것이다. 불면증에 걸린 친구, 그래서 다들 불끄고 자는 밤에 혼자 불 켜놓은 그 친구를 위해 자장가를 만들었다. 피아노는 서울에 사는 싱어송라이터 양빛나라 언니가 해줬다. 영상통화로 언니에게 많은 것을 부탁했다. ‘이 부분에서는 별이 쏘는 것처럼, 이 대목에서는 좀더 토닥이는 느낌이 들도록’ 이런 식(웃음).”
#5. 거짓말 = 이것도 비올라다. 드럼은 강한 비트가 안느껴지도록 스틱이 아닌 말렛으로 쳐달라고 부탁했다. 곡은 제가 엄마한테 거짓말을 하는 내용이다. 
#6. 우린 모두 외로운 사람P(타이틀) = 이 곡은 제가 공연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곡이다. 물론 기타 버전인데 평소 피아노 버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탄생한 곡이다. 그래서 ‘P’를 붙였다. 양빛나라 언니가 피아노 녹음을 해줬다.
= 뮤직비디오는 어디서 찍었나. 
“폭염경보가 울린 지난 7월 제주 금릉해수욕장 부근의 버려진 수영장에서 촬영했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뮤비도 이날 찍었다. 자세히 보면 제 옷이 땀에 절었다(웃음).” 
#7. 긴 잠 = 속지를 보면 이곡부터 온도가 확 바뀐다. 긴 잠이 뜻하는 그대로 현실도피에 대한 내용이다. 이별의 순간, 이 사람이 내게 내뱉은 말을 믿고 싶지 않은 순간, 그냥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이 곡에서는 비올라 대신 바이올린을 썼다.   
#8. 사랑에도 사계절이 있다면 = ‘긴 잠’과 같은 맥락이다. 제가 늘 우울한 애는 아니고 잘 놀기도 한다.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 여행하는 것도 좋아하고. 하지만 우울하거나 그럴 때 노래로 푸는 것 같다. 이 곡은 편곡이 가장 먼저 끝났지만, 라이브 때는 잘 안하는 곡이다. 노래도 기타도 어렵다(웃음). 
#9.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 9월17일 선공개했던 곡이다. 한 친구가 늘 마음이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 하더라. 나한테도 물어보길래 ‘잃어버린 지 오래 돼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노래다.(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마음을 달라 할 순 없지 내 마음 도려내서라도 나눠주고 싶지만 맞지 않는 퍼즐을 억지로 끼우듯 해지고 뜯기고 찢어지고 망가지겠지 가여운 내 마음 산산이 흩어지겠지 / 하지만 난 다시 흩어진 마음을 줍고 붙이려 고치려 되살리려 발버둥 치겠지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10. 우린 모두 외로운 사람 = 처음 차 지나가는 소음은 삼성혈 부근 도로에서 아이폰으로 녹음했다. 결국 앨범 맨 앞과 뒤가 생활소음으로 시작하고 마무리된다. 처음부터 다시 들으면 새소리가 들리게끔 했다. 생활소음은 우연에 맡기는 것인데 기막히게 잘 녹음된 것 같다. 주변 공사 소음, 여고생 떠드는 소리, 버스 서는 소리도 기막하게 잘 됐다. 원래 이 곡을 타이틀로 하려 했으나 이 곡은 라이브 공연에서 들으실 수 있으니까 피아노 버전을 타이틀곡으로 했다.
= 계속 스케줄이 잡혀있다고 들었다. 
“17일에는 서교동 난카페에서 쇼케이스가 있고(인터뷰는 15일 이뤄졌다), 24일에는 대전 맞배집에서 공연이 있다. 대전 공연이 기대되고 감사한 이유가 앨범 나오기 전에도 불러주신 곳이기 때문이다. 사진전도 열고 음식도 함께 만들어서 먹는 문화공연이다. 이번이 2번째 초대인데,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없이 공연을 할 생각이다. 이미 편곡은 바꿔놓았다. 25일 일요일에는 서교동 클럽 빵에서, 12월5일에는 묘한이라는 제주 팀과 함께 개러지 스튜디오에서 공연한다. 고맙게도 같이 하자고 초대해주셨다.”
= 계속해서 좋은 곡 들려달라.
“더 많이 듣고 더 익혀서 제 이야기를 계속 들려드리겠다.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 = 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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