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조정치부터 이지은까지, 모리슨호텔의 일곱 만남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8.11.21 14: 06

[OSEN=김관명기자] 인생은 결국 만남의 연속이다. 음악 역시 만남과 만남을 통해 탄생한다. 싱어송라이터 모리슨호텔(본명 남수한)도 그랬다. 오는 30일 단독공연을 통해 팬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 그 또한 수많은 만남을 통해 오늘까지 왔다. [3시의 인디살롱]에서 모리슨호텔을 만났다. 
#1. 모리슨호텔, 모리슨호텔을 만나다
1975년생인 남수한은 10대 후반부터 록밴드 도어즈(The Doors)를 들었다. 짐 모리슨의 가사가 좋았다. “20대 초반 나를 사로잡았던” 밴드였다. 특히 1970년에 나온 ‘Morrison Hotel’ 앨범이 마음에 들었다. “동화되는 느낌이 좋았다. 나중에 팀을 하면 꼭 이 모리슨호텔로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국내에서는 조동진 4집 ‘음악은 흐르고’(1990년)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 분만의 뭔가가 있었다. 고고하게 먼 곳으로 떠나는 그 분의 여정을 바라보는 듯했다. 남성적 이미지를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강한 남성성을 보았다. 멋있었다. 직선적이지 않고 고급스러우며 문학적이었다.”
#2. 모리슨호텔, 조정치를 만나다
인하대 건축공학과 재학 중 군대를 갔다가 제대후 학교를 그만뒀다. 스물여섯 살,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다. 그 때 목표는 기타리스트였다. “기타를 굉장히 잘 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곧바로 대학로에 있는 재즈아카데미에 들어가 고급과정을 마쳤다. 
그러던 중 악기 중고거래 장터에서 조정치를 알게 됐다. 그에게 페달을 팔았는데 어느날 전화가 왔다. “뮤지컬 일이 들어왔는데 해보겠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참여한 게 김민기가 이끌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었다. 라이브 기타 세션으로 뮤지션 데뷔를 하게 된 순간이었다. 
참고로 지금 모리슨호텔이 쓰고 있는 기타는 깁슨 SG 61년 리이슈 모델. “10대 후반 때 꿈의 기타였다. 도어즈의 기타리스트 로비 크리거도, 산타나도, 주다스 프리스트도, 지미 헨드릭스도, 에릭 클랩튼도 이 기타를 썼다. 나도 20년째 쓰고 있다.” 
#3. 모리슨호텔, 김민기를 만나다
학전에서 햇수로 3년을 일하면서 김민기 대표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배웠다. 너와 다른 사람을 존중해라, 이것이 선생님이 늘 강조하시던 말씀이었다. 막내 단원까지 투명하게 정산을 챙겨주시는 모습 역시 상대방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4. 모리슨호텔, 이창희를 만나다
2004년 학전을 그만뒀다. 자신의 앨범을 내고 싶다는 욕구가 너무 컸고, 일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2007년 12월14일 1집 ‘긴 사랑과 이별의 고백’을 내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작사작곡은 물론 녹음과 믹싱까지 모두 혼자서 했다. ‘답게엔터테인먼트’라는 1인 레이블을 설립해 음반 발매의 A부터 Z까지 모두 경험했다. 
원판 CD가 나온 날, 메이저 배급사에 전화를 돌렸다. 1번이 엠넷이었다. 곧바로 미팅을 했고 당시 담당자가 이창희 현 미러볼뮤직 대표였다. “그로부터 배급하겠다는 말을 듣고는 너무 기뻤다. 이 대표가 얼마후 엠넷을 그만두고 미러볼뮤직을 차렸지만 1집부터 내 모든 앨범은 형님이랑 작업하게 됐다.”
#5. 모리슨호텔, 김갑수를 만나다
모리슨호텔 이름으로 1집을 발표한 후에도 학전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에 객원 기타 세션으로 참여했다. 그래야 생계가 유지됐다. 어느날 연출자 성천모씨가 “소극장 연극 음악 한번 해보겠냐”고 제의했다. 그렇게 해서 인연이 닿은 곳이 배우 김갑수가 운영하던 배우세상이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극음악을 많이 했다. “30편 정도 했다. 작곡가로서 배우를 만나는 일이 무척 재미있었다.”
#6. 모리슨호텔, 팬들을 만나다
2011년, 김갑수씨가 “매번 공연 시작 전 미니콘서트를 붙이자”고 말했다. “네가 음성이 좋으니 극중에서 장면 전환될 때 핀 조명을 받고서 라이브로 노래하는 걸로 하자”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모리슨호텔은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통기타 한 대를 들고 홍대 인근에서 싱어송라이터로 본격 활동하기 시작했다. 
“기타와 노래가 결합되니까 노력이 필요하더라. 사람들 모여 있는 곳에 가서 ‘죄송합니다. 제가 노래를 하겠습니다’라고 한 뒤 노래를 불렀다. 무대공포증을 없애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명절 때면 친척들 앞에서 ‘콘서트를 하겠습니다’라며 40분 동안 노래를 불렀다.” 
2015년 11월2일에 2집 ‘2’가 나왔다. ‘결혼하는 날’이 실린 바로 그 앨범이다. 1집이 홈레코딩의 결과물이었다면 2집은 펀딩으로 제작비를 마련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펀딩에 성공했다. 감동적이었다. 펀딩에 참여한 분들을 대상으로 음감회도 열었고, 투표를 통해 타이틀도 정했으며, 코러스에도 참여케 해드렸다.”
‘결혼하는 날’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곡은 사실 2009년에 만들었다. 당시 결혼을 앞둔 사촌동생이 축가를 해달라고 부탁해, “이 세상에 없는 노래를 만들어주고 싶어” 만들었다. 기존 축가에 부모님 얘기가 없는 것도 마음에 걸려 부모님 얘기도 많이 넣었다. 최근(10월24일)에는 역시 펀딩을 통해 ‘결혼하는 날’ 뮤직비디오가 탄생했다.  
#7. 모리슨호텔, 이지은을 만나다
2017년 12월25일 EP ‘City Music’을 발표한 후에도, 음원 수입만으로는 살 수 없기에 레슨을 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음악은 하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운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그곳에서 이지은이라는 고2 여학생을 만났다. “음색이 너무 좋아 깜짝 놀랐다. 원래 피아노와 제 목소리로만 내고 싶어 편곡까지 다 마친 상태였는데 지은이가 부른 것이 훨씬 좋았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곡이 지난 9월23일 EP ‘ㅇㄱㄱㄴㄴㅇㅇ’에 실린 ‘이게 그냥 나에요’다. 앨범 제목은 ‘이게 그냥 나에요’의 초성만 모은 것이다. “당당히 나라고 말하지 못하는, 10대들의 서툰 표현을 나타내고 싶었다.” 앨범 표지의 초록색 밤송이는 알밤이 되지 못하고 떨어진 어린 밤송이다. 
“기성세대는 모두 알밤이 되라고 하지만 뽀족뾰족한 그 모습이 그냥 나라고 말한다. 10대 이지은이 부르니까 곡이 더 완성된 느낌이다.” EP에는 이지은이 피처링한 곡 말고도 자신이 “6남매 중 맏이였던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직접 부른 버전, 밴드 버전(기타 남수한, 베이스기타 김기빈, 드럼 유수희)도 실렸다. 
모리슨호텔은 오는 30일 팬들과 한번 더 만난다. 오후8시 카페언플러그드에서 열리는 단독콘서트다. 이지은과 앨범 피아니스트 임승범, 메조소프라노 한승연이 참여한다. 물론 김기빈과 유수희도 자리를 함께 한다. 한승연은 동갑내기 연극인 모임에서 한다리 건너 알게 됐다. 겨울인 만큼 따뜻한 어쿠스틱 콘서트로 준비 중이다. 12월에는 피아노가 들어간 발라드곡을 발표할 예정. 
“음악에 임하는 문구가 있다면 ‘만남’일 것이다. 지은이도 음악으로 만났고, 아내도 공연장에서 만났다. 지은이의 경우 자신이 부른 노래가 나온 후 무척 밝아졌다. 맞다. 음악은 내 목표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기 위한 수단이다. 중요한 것은 음악으로 내가 누구를 만나고 뭘 하느냐, 이것이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미러볼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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