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의 날' 김혜수 vs 조우진이 복원한 1997년 IMF위기(종합)[Oh!커피한 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11.20 17: 10

 배우 김혜수(49)와 조우진(40)이 IMF 사태를 그린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집)을 통해 연기 호흡을 맞췄다. 대체불가 걸크러시로 자리 잡은 김혜수와 떠오른 충무로의 연기파 배우 조우진의 만남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강렬한 시너지를 빚어냈다.
영화는 재정국 차관과 경제 수석들이 제 이익을 차리는 동안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가족과 회사를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1997년 IMF 외환위기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경제의 호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1997년, 엄청난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을 예견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분)은 상부에 보고하고, 정부는 뒤늦게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 위한 비공개 대책팀을 꾸린다. 곳곳에서 감지되는 위기의 시그널 속에 사표를 던진 금융맨 윤정학(유아인 분)은 국가부도의 위기에 투자하는 역베팅을 결심해 투자자들을 모은다. 이 같은 상황을 알 리 없는 소규모 공장의 사장이자, 가장 갑수(허준호 분)는 대형 백화점과의 어음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소박한 행복을 꿈꾼다.

한시현과 재정국 차관(조우진 분)이 강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시현의 반대를 무릅쓰고 IMF 총재(뱅상 카셀)가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한다.
‘국가부도의 날’은 실제 외환위기 당시 비공개로 운영됐던 대책팀이 있었다는 한 줄의 기사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김혜수와 조우진은 당시를 그대로 복원한 디테일한 시나리오를 읽고 매료돼 전 세대 관객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출연을 결정했다.
김혜수는 20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보통 집에서 밤에 (제안받은)시나리오를 읽는 편인데 기대서 편안하게 읽다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경제용어를 검색해 가면서 시나리오를 다 읽었다. 보면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어서 화가 나기도 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지난 1997년 28살이었던 김혜수는 한창 연기 활동에 매진하고 있었기에, IMF 위기를 직접적으로 체감하지 못했지만 동창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변화를 통해 슬픔을 느꼈다고 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조우진은 IMF 경제 위기로 인해 대학등록금이 없어 대학진학을 포기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는 IMF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다. 저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대학등록금이 없어서 대입을 포기한 친구들이 많았다”며 “그렇게 힘든 시기를 직접 겪었다보니 시나리오를 보면서 감정 이입이 많이 됐다. 제가 기억하는 IMF 시기는 주변에 넘쳐나는 소주병, 엄마의 한숨 섞인 소리다. 그 시절을 영화로 다룬다는 것 자체에 빠져 들었다”라고 출연을 결정한 계기를 설명했다.
정부가 앞장서서 세계화를 부르짖던 1997년에는 한보그룹 부도를 시작으로 삼미, 기아차 등이 망하면서 우리나라에 위기가 찾아왔다.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외국 기업들이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철수하거나 돈을 회수했고, 그 영향으로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폭락했다. 정부는 1997년 11월 21일을 국가 부도의 날로 인정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200억 달러를 빌렸다. 그 대가로 IMF의 요구대로 경제정책을 펴겠다는 각서를 제출하면서 이른바 ‘IMF사태’라 일컫는 경제위기가 시작됐다.
조우진이 맡은 재정국 차관은 엘리트 권력층의 표상이다. 국가의 위기 상황에도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앞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오히려 기득권 세력이 더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야심을 불태운다.
조우진은 “선과 악을 구분 짓지는 않았다. 재정국 차관은 외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한 사람이다. 열심히 공부했으나, 제 능력을 잘못 사용한 인물이다. 그가 권력에 편승하기 위해 그런 행동들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인물을 해석한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캐릭터의 말투와 행동 등)힘 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다. 우월감은 여유와 부드러움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힘을 빼고 얘기해도 카리스마 있게 들릴 수가 있다”며 “테이크마다 어떤 단어는 힘을 빼고 말하거나, 어떤 대사는 씹으면서 이야기할 때도 있었다. 감독님과의 협의를 거쳐 애드리브를 넣기도 했다”고 했다.
재정국 차관과 대척점에선 한시현은 약점을 무릅쓰고 할 말은 하는 여자이다. 평소에도 카리스마 넘치고 당당한 이미지를 가진 김혜수가 맡아 전형적인 인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녀만의 색다른 인물 해석력으로 다르게 다가온다.
김혜수는 “한시현은 신념과 원칙으로 움직이는 인물이긴 하지만 틈을 이용해 저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어차피 실화를 중심으로 하는 영화니까 어떻게 될지 결말은 다 알지 않나. 예상이 되더라도 중간 중간 한시현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다. 고루하지 않고 좀 더 인간적이고, 도식화되지 않은 인물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라고 인물을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김혜수는 엘리트 여성 한시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위해 영어 대사와 경제용어까지 입에 붙도록 연습했다. 시현이 매일 보고 쓰는 용어이기 때문에, 일반 직장인들이 아는 것보다 더 전문화된 용어를 자연스럽게 쓰기 위해 노력했다.
“영어대사는 하이라이트다. 그래서 자다가 깨서도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연습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2주 후부터 일주일에 2번~5번 정도 한 회에 1시간 반 이상씩 연습했다. 힘들진 않았다. 영어 대사는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거였다.”
이에 조우진은 “김혜수 선배와 연기호흡을 맞춰서 너무 행복했다. 이런 게 케미구나, 이런 게 호흡이구나 싶었다”며 “언젠가 다시 한 번 더 김혜수 선배님과 작품을 통해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국가부도의 날’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1997년을 살아간 다채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로 극을 한층 드라마틱하게 그리는 데 성공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