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영어대사 자다 깨도 나올 정도로 연습했다"(종합)[Oh!커피 한 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11.20 12: 52

 이달 28일 개봉하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집)은 재정국 차관과 경제 수석들이 우왕좌왕하거나 이익을 차리는 동안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가족과 회사를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1997년 IMF 외환위기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가부도의 날’은 실제 외환위기 당시 비공개로 운영됐던 대책팀이 있었다는 한 줄의 기사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시나리오를 읽은 배우들이 실제를 능가하는 디테일한 상황에 분노하고 동요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출연을 결정했다. 배우 김혜수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녀가 맡은 한시현이라는 인물은 차관, 경제수석 앞에서도 이익을 차리지 않고 자신의 할 말을 다하는 사람이다. 여자들의 열망을 담은 판타지스러운 인물이기도 하다. 이성과 감성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공존하는 인물인데, 카리스마 넘치는 김혜수와 제격이다.

김혜수는 20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저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시나리오를 집에서 밤에 보곤 하는데 편안하게 기대서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보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대본에 나오는 용어를 검색해가면서 시나리오를 봤던 거 같다”고 출연을 결정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저 역시 IMF를 겪은 세대로서, 당시 친구들이 좋지 않은 이유로 이사를 가고 서울 생활을 접고 이민을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이민을 간 사람들이 한국에서 돈을 보내주지 못해 돌아오기도 하더라”며 “저는 연기자다보니,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의 고충은 잘 모르지만 친한 친구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제게 가끔 회사 얘기를 하지만 ‘IMF 때 내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아느냐’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었다. 근데 어제 이 영화를 보면서 울면서 봤다고 하더라. 저도 어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눈물이 나더라.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그런 감정을 느끼시지 않을까 싶다”라고 자신의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김혜수는 “한시현은 지금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사회에서 저항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저항하는 모습이 주요 성격이 되진 않는다. 신념, 원칙이 동력이 돼 움직이는 인물이긴 하지만”이라며 “전형적인 인물로 패턴화 되는 걸 피해갈 여지가 있었다. 그 틈을 이용해 저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어차피 실화를 중심으로 하니까 결말은 다 알지 않나. 하지만 중간 중간 한시현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다. 고루하지 않고 좀 더 인간적이고, 도식화되지 않은 인물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인물을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우리 모두 1997년 IMF를 지나왔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외환위기의 실제 상황. 국가부도까지 일주일 남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그 사실을 몰랐던 건 대한민국 국민뿐이었다. 국가부도의 상황을 예견하고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을 중심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비공개 대책팀, 그리고 과감히 국가부도의 위기에 투자하는 금융맨 윤정학(유아인 분)과 무방비 상태로 직격타를 맞게 된 서민 갑수(허준호 분) 등 당시를 대변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구성을 통해 각기 다른 기억으로 내재된 1997년을 되짚는다.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을 연기한 김혜수는 “IMF의 직격탄을 맞아서 당시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신 분들도 있다. 우리 영화가 영화적으로 재미는 있어도, 그 재미라는 게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아니다”라며 “(시현이) 국가 부도 위기를 앞두고 정식으로, 본격적으로 출전하는 느낌이 들었다. 각각의 직업 집단에서 중심인물들을 주축으로 하나의 호흡이 일어나는 게 연기를 하면서도 참 좋았다. 연기하는 순간에는 한시현과 팀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영어대사는 하이라이트였고, 자다 깨도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올 정도로 연습했다”며 “영어라든지 경제용어를 하는 신은 너무 중요했다. 협상 장면에서 한시현이 이 얘기를 할 때의 태도와 수위를 결정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2주 후부터 연습에 들어갔다. (영허회화)선생님이 따로 계셨지만, (연기톤에 대해)함께 고민을 했다. 경제 용어도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 더 어렵게, 가능하면 딱딱하고 명문화된 말로 들리게 연습했다. 그럼에도 (한시현에게는 일상의)말처럼 바꿔가면서 연습을 했다. 일주일에 2번, 많게는 5번 정도 한 회에 1시간 반 이상씩 연습을 했다. 그렇지만 힘들지 않았다. 그게 당연한 거였다. 그게 준비돼 있지 않으면 말이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라고 시현을 표현한 자신의 노력을 전했다.
“한시현이라는 인물이 굉장히 똑똑한 인재인 데다 상부조직의 수장으로서 일 하는 여성인데 앞만 보고 달리느라 가족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을 거 같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 바빴을 거 같다.”
김혜수는 “한시현을 보면서 전사라는 느낌을 강조하고 싶은 생각 없었다. 남성 중심 사회에 반감이 가득한 투사도 아니다. 상식적으로, 현실적인 거 말고, 그냥 바람직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으로 이해했다”고 캐릭터 설명을 덧붙였다.
김혜수는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조우진, 허준호, 유아인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저도 나이를 점점 먹고 있지만, 배우의 얼굴에서 연기로도 설명할 수 없는 드라마가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배우로서나 관객으로서 느끼는 굉장히 깊은 감동이 있다. 허준호 선배님을 보면서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다. 현장에서 정말 좋았다. 제가 선배님에게 ‘얼굴이 너무 좋다’는 말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조우진에 대해서도 “정말 연기 천재인 거 같다. 천재가 저렇게 노력하는데 어떻게 칭찬을 안 할 수가 있을까”라며 “조우진 배우는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들만 봐도 모두 다른 캐릭터를 소화했다. 저는 연기 잘하는 배우에 대한 경외감이 있는데, 조우진을 보면서 굉장히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김혜수는 역할이 크지 않지만 선뜻 윤정학 캐릭터를 소화해준 유아인에 대해 “한시현, 재정부 차관, 갑수 등 어떤 캐릭터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닌데 배우들 사이에서는 (그 순서와 비중을)인식하지 않을 수 없나보더라. 유아인이 역할의 크기를 떠나 출연을 결정해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purplish@osen.co.kr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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