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의 날' 김혜수 "시나리오 보다 벌떡 일어나,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Oh!커피 한 잔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11.20 11: 54

 배우 김혜수(40)가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의 시나리오를 봤던 첫 느낌을 회상했다.
김혜수는 20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저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시나리오를 집에서 밤에 보곤 하는데 편안하게 기대서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보면서 화가 나기도 했다. 검색을 해가면서 시나리오를 봤던 거 같다”고 출연을 결정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저 역시 IMF를 겪은 세대로서, 당시 친구들이 좋지 않은 이유로 이사를 가고 서울 생활을 접고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이민을 간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하더라. 저는 연기자다보니,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잘 모르는데, 친한 동창 친구로부터 들었다. 제게 가끔 회사 얘기를 하지만 ‘IMF 때 내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아느냐’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었다. 근데 어제 이 영화를 보면서 울면서 봤다고 하더라. 저도 어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눈물이 나더라.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그런 감정을 느끼시지 않을까 싶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집)은 재정국 차관과 경제 수석들이 우왕좌왕하거나 이익을 차리는 동안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가족과 회사를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1997년 IMF 외환위기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가부도의 날’은 실제 외환위기 당시 비공개로 운영됐던 대책팀이 있었다는 한 줄의 기사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시나리오를 읽은 배우들이 실제를 능가하는 디테일한 상황에 분노하고 동요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출연을 결정했다.
한시현은 차관, 경제수석 앞에서도 이익을 차리지 않고 자신의 할 말을 다하는 사람이다. 열망을 담은 판타지 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성과 감성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공존하는 인물인데, 카리스마 넘치는 김혜수과 제격이다.
김혜수는 “제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약간의 틈새에서 느껴지는 한시현의 다른 요인들이 있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보수적인 사회에서 저항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의 저항이 성격의 주된 요인이 되진 않는다. 신념, 원칙이 동력이 돼서 움직이는 인물인 것은 맞지만 뭔가 패턴화(化) 돼가는 걸 피해가는 여지가 있었다. (어차피 실화를 중심으로 하니까) 결말은 알지 않나. 하지만 중간 중간 한시현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다. 덜 전형적인, 고루하지 않은, 좀 더 인간적이고 덜 도식화된 인물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인물을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우리 모두 1997년 IMF를 지나왔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외환위기의 실제 상황. 국가부도까지 일주일 남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그 사실을 몰랐던 건 대한민국 국민뿐이었다.
국가부도의 상황을 예견하고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을 중심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비공개 대책팀, 그리고 과감히 국가부도의 위기에 투자하는 윤정학(유아인 분)과 무방비 상태로 직격타를 맞게 된 서민 갑수(허준호 분) 등 당시를 대변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구성을 통해 각기 다른 기억으로 내재된 1997년을 되짚는다.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을 연기한 김혜수는 “당시 IMF의 직격탄을 맞아서 당시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신 분들도 있다. 영화적으로 재미는 있어도, 그 재미라는 게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아니다”라고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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