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녀+엄마"..'뷰티풀 데이즈' 이나영, 변신 위한 변신 아닌[Oh!쎈 레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11.15 16: 11

 탈북녀 출신 술집 마담(이나영 분)은 아들 젠첸(장동윤 분)을 마치 매일 봐왔던 것처럼 담담하게 대한다. 아들이 5살 때 집에 놓고 도망 나와 무려 14년 만의 만남임에도 말이다. 중국 조선족 출신 대학생 젠첸은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아버지(오광록 분)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한국으로 엄마를 만나러 온다.
아버지와 자신을 버리고 떠났음에도, 번듯한 직장 없이, 술집을 운영하며 새로운 남자친구(서현우 분)와 동거하는 엄마를 본 젠첸의 반항심이 불타오른다. 이런 아들을 보고 여자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도 아닌, 14년 전 가족들과 둘러앉아 즐겨먹던 된장찌개 한 그릇이다.
젠첸이 며칠간 한국에서 머물며 부족했던 엄마의 손길을 받다가 고향집으로 돌아가면서, 그간 엄마가 숨겨왔던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된다. 꾹꾹 눌러 참아왔던 모자(母子)의 사랑이 결국 폭발한다. 엄마를 이해하게 된 젠첸은 그녀를 받아들인다.

‘뷰티풀 데이즈’라는 제목은 여자의 삶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제목만 보면 로맨틱 코미디의 느낌이 물씬 풍기지만, 그리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은 아니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윤재호 감독은 분단사회가 낳을 수밖에 없었던 가족의 혼란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기획의도를 전하면서도, 엔딩을 통해 가족이 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한다.
영화는 30대 젊은 엄마가 사는 현재의 서울에서, 10대와 20대 시절의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여자의 불운했던 과거를 되짚는다. 가슴 아픈 여자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렸지만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은 잃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이나영의 극적인 연기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감독은 후반부로 접어들며 전반부에 숨겨왔던 여자의 에피소드를 설명한다. 갑작스럽게 가족과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슬픈 과거를 조심스러운 시선으로 포착한다.
여자이자 엄마를 연기한 이나영의 절제된 연기까지 더해져 보다 많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유의미한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이나영은 영화 ‘하울링’(감독 유하) 이후 6년 만의 차기작으로 ‘뷰티풀 데이즈’를 택했다. 그 사이 결혼과 출산을 거친 그녀는 생애 첫 엄마 역을 맡았는데, 공백기의 아쉬움을 메우기 위해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것은 아니다.
예전부터 간직해온 배우 이나영의 영화적 취향과 아들을 키우며 달라진 시선이 ‘뷰티풀 데이즈’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