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마', 추리드라마에서 드러나는 김윤진의 진가[Oh!쎈 초점]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18.11.15 11: 02

SBS 토요드라마 '미스 마:복수의 여신'(극본 박진우/ 연출 민연홍 이정훈, 이하 미스 마)은 어느 정도 '어려운' 드라마라 부를 수 있다. 추리극이라는 특성상 꾸준히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중간에 '스며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추리소설을 중간부터 시작하기 불가능한 것처럼.
그러나 확실히 드라마는 소설과는 달라야한다. 앞선 방송을 혹시 놓쳤다 할지라도 시청자들을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야 하는데 보통 어려운 드라마라 불리는 작품들이 이 부분에서 약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드라마들은 이런 취약점을 보완할 수 없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나 '강력한 한 방'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미스 마'의 주인공인 배우 김윤진은 그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바로 연기다. 배우 보는 맛. TV채널을 붙잡게 만드는 강력한 흡인력. 

지난 주 방송분은 이 같은 김윤진의 진가가 잘 드러나는 회차들이었다. 마지막에 이르러 살인사건의 진범이 밝혀졌고, 미스 마와의 내기에서 진 작가 마지원은 미스 마에게 도장과 신분증을 건네며 "당신이 마지원이다. 그럼 난 여기 머물 이유가 없으니 조용히 사라져주겠다"라고 말했다. 대신 한가지만 부탁한다며 돈을 건네받은 후 집을 나서던 마지원은 미스 마에게 "하나만 묻겠다"라며 돌연 "딸은 왜 죽였어?"란 질문을 던졌다. 의미심장하면서도 도발적인 눈빛. 보는 이들마저 섬뜩하게 한 순간이었다.
이어 장철민(송영규 분)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에게 부탁할 게 있다"면서 또 돈을 요구한 마지원. 이어 민서(이예원 분)가 사망했던 살인현장으로 가서 "남편한테도 왕창 뜯어내고 112에 신고하고, 우준이 후견인돼서 느긋하게 살아야지. 어디 살인자가 내 흉내를"이라며 이를 가는 모습은 소름은 안겼다. 하지만 마지원은 민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던 용암 저수지 쪽으로 갔다가 검사 양미희(김영아 분)가 내리치는 돌에 쓰러지고 말았다. 미스 마의 도플갱어였던 마지원의 최후였다.
9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사건의 주인공인, 무지개 마을에 살고 있는 추리 소설가 미스 마와 이런 미스 마와 똑 닮은 이기심 강한 추리 소설가 마지원. 1인 2역을 연기하는 김윤진을 보고 '진짜로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란 반응이 이어졌다.  
"내용을 모르는데 김윤진의 연기 때문에 채널을 돌릴 수가 없었다"란 의견은 이 '어려운 드라마'에서 김윤진이 드러내는 힘을 여실히 보여준다. 설사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더라도, 그 캐릭터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만드는 사실적인 연기. 극 중 마지원의 사망은 어딘가 '후련한' 구석이 있지만 김윤진의 두 가지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이 될 정도다.
김윤진은 배우로서 많은 얼굴을 갖고 있지만 한국 대중이 기억하는 그의 주된 모습은 '어머니'다. 영화 '세븐데이즈', '하모니', '국제시장', 그리고 '시간위의 집'까지. 전부 다른 이야기와 캐릭터였지만 그를 관통하는 것은 모성애였다. 어디에서든 어떤 모습이든 뜨거울 수 밖에 없는 어머니의 마음. 도시적이고 세련된 외모가 인상적인 그가 이런 모성애의 아이콘이라는 것은 일면 신기한 부분이다. 
김윤진이 19년 만에 한국드라마에 복귀작으로 택한 '미스 마'는 이런 모성애와 지적인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완벽하게 조합해냈다. 죽은 딸을 향한 그리움이 화면을 뚫고 나올 정도로 사무치면서도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들을 침착하고 촘촘하게 추리해나가는 명석한 두뇌. 그래서 이 드라마는, 김윤진이 아니면 안 된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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